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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호교수의 Leadership Inside 134]큰 사회를 변화시키는 작은 시도, 가족회의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20/10/19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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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호 아주대학교 명예교수·수원시평생학습관장     ©화성신문

L 사장은 며칠 전 학교 선생님으로부터 황당한 전화를 받았다. 중학교 3학년인 딸아이가 온라인으로 실시하는 수업에 들어오지 않았고 전화도 안 받는다는 전언이었다. 알아보았더니 오전 내내 침대에서 자고 있었던 것이다. 더욱 놀란 것은 중3인 첫째만 그런 것이 아니라, 연년생인 둘째와 셋째까지 그날은 모조리 수업을 참석하지 않고 잠을 잔 것이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 당장 집으로 쳐들어가 아이들을 혼내주고 싶었다. 그러나 잠시 참으면서 ‘이를 어찌 하나’ 생각했다. 그러다 떠오른 게 ‘가족회의’였다. ‘맞아! 가족회의를 해 보자’ 고 혼잣말을 했다. 사실 L 사장은 1년 전부터 가족회의를 해오고 있었다. 가족회의를 통해 여행계획도 세우고, 아이들에게 주는 포상금도 결정하고 또 집안의 규칙도 정하고 했다. 그런데 요즘 이런 저런 일 때문에 가족회의를 한 지가 오래 되어 버린 것이다. 

 

L 사장은 그날 저녁 긴급 안건으로 가족회의를 소집했다. 아이들은 자신들이 잘못한 것을 알기에 아빠한테 혼날 줄 알고 아버지 들어오실 때까지 떨고 있었는데, 아버지가 의외로 밝은 표정으로 가족회의를 소집하시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가족회의를 하면서 아이들은 자신들이 스스로 아침 일찍 일어났던 때가 있었다는 것을 알아냈다. 작년 여름 가족 모두가 미국 여행할 때는 누가 깨우지 않았는데도 일찍 일어났던 것이다. 생각해 보니  그때는 맛있는 아침식사가 있었다. 그래서 그 여행만큼은 아니겠지만 그와 비슷하게 집 근처 베이커리에서 아침 식사를 아이들과 아빠가 같이 하는 방안을 실시해 보기로 했다. 현재까지 효과는 매우 좋다 한다.

 

C 씨는 초등학교 4학년과 2학년 아들을 둔 엄마다. 아이들이 이제 이 만큼 컸으니 결혼 전에 했던 직장생활을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그러면 아이들이 이해를 해주어야 하고 또 스스로 자기 일을 잘 해야 하는데 그게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가족회의다. 엄마 아빠 아이들 둘 모두 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이들은 엄마가 자신들과 시간을 많이 보내지 못한다는 사실에 상심하면서 엄마가 왜 일을 해야 하는지 궁금해 했다. 그래서 나름 아이들이 알아들을 수 있게 설명을 했다. 그리고는 엄마 없이 아이들이 어떻게 생활을 잘 할 수 있을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이들은 제법 어른스럽게 자신들이 할 일들을 나열했다. 그리고는 각자 하루 일과표를 만들었다. 하루 일과표는 과거에도 만든 적이 있지만 그 때는 숙제를 한다는 기분으로 했는데 이제는 정말 자신들을 위한 것이었다. 

 

필자는 최근에 오래된 우리 집 가족 회의록을 발견했다. 아이들이 초등학교 3학년과 4학년이던 1993년 5월부터 이듬해 10월까지 회의한 내용이 적힌 것이었다. 이 낡은 가족사에는 주1회 회의를 하면서 한 주간 있었던 일, 중요한 결정사항 그리고 다음 주 해야 할 일들이 가족회의 내용으로 잘 기록되어 있었다. 

 

회의는 학교와 회사에서만 하는 것이 아니다. 가족끼리 하는 가족회의가 기본이다. 필자가 이미 2019년 7월 화성신문의 이 칼럼에서 가족회의를 다룬 적이 있다. 그때도 이야기했는데 지그문트 프로이드와 동시대를 살면서 그와 견해를 달리한 알프레드 아들러(Alfred Adler)는 가족회의를 엄청 강조했다. ‘미움 받을 용기’로 우리에게 알려진 아들러는 프로이드처럼 정신치료를 하는 분이었는데 그는 프로이드와는 달리 ‘무의식적 힘’보다는 ‘인간의 의지’를 강조하고, 정신치료는 과학이 아니라 교육이라고 주장했다. 그래서 아들러에게 있어서 가족회의는 교육인 동시에 정신치유인 것이다.

 

사실 가족회의는 단지 한 가족이나 그 가족 구성원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공동체의 문제이고 나아가 사회를 밝게 만들고 민주적으로 만드는 초석이다. L 사장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제가 가족회의를 몰랐으면, 제가 독단적으로 아이들을 이끌어 갔을 것이고, 사춘기에 들어간 아이들과 엄청 충돌을 겪었을 겁니다.” 세대 간의 간격이 벌어지고 사회 내에 갈등이 점점 심화되고 있다. 가족회의가 더욱 중요해지는 이유이다.         

 

 choyho@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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