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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호교수의 Leadership Inside 135]잘못된 결정인 줄 알면서도 계속 말려드는 이유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20/10/26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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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호 아주대학교 명예교수     ©화성신문

아들이 사업을 하는 최 씨는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이미 사업자금으로 아들에게 여러 차례 돈을 대주었는데 또 돈을 달라고 한다. 이젠 정말 노후 자금으로 남겨둔 것 밖에 없는데 이것마저 내주면 잘못하다간 길거리에 나앉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어떡하나?’ 밤잠을 설치며 고민을 하다 결국 다시 아들에게 돈을 주기로 했다.

 

사실 아들에게 처음 돈을 대줄 때는 사업이 잘 될 줄 알았다. 그러나 두 번 세 번 돈을 달라고 할 때는 ‘이건 아니구나.’ 싶었다. 그런데도 그 다음 부탁을 거절할 수가 없었다. 아들의 압력도 압력이지만, 여기서 중지해 버리면, 지금까지 투자한 것이 허사가 된다는 아쉬움이 컸었던 것이다. 이번 결정도 마찬가지다. 여기서 끝내 버리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 것이 너무나 아쉽고 억울했다. 그래서 마지막 남은 돈까지 ‘몰빵’을 하기로 했다.

 

기업이나 정부에서도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 일본 소니는 가전업이 더 이상 승산이 없다는 것을 일찌감치 알았다. 그런데도 이 업을 멈출 수가 없었다. 투자를 계속 했다. 오히려 투자를 늘리기까지 했다. 이렇게 10년을 끌다가 결국 9조원의 손실을 보고 가전업에서 손을 뗐다.

 

개가 축음기 스피커 앞에 앉아있는 그림을 잘 아실 것이다. 이 상표를 HMV(His Master's Voice)라고 한다. 이 상표를 쓰는 회사는 1921년 영국에서 설립된 음반 판매점이었다. HMV는 1960년대 팝 음악의 대중화와 함께 성장해 나갔다. 1990년대 말까지는 CD 판매 체인점으로 영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명성을 날렸다. 그러나 그 후 시장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1998년엔 아마존이 등장하여 온라인으로 CD를 팔기 시작했고, 2003년에는 애플이 아이튠스를 개발해 내었다. 전통적인 오프라인 CD판매 사업은 이제 안 된다는 지적이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HMV 경영자들은 자신들의 방식을 고집했다. 그들은 오히려 매장을 더 늘렸다. HMV 경영자들도 시대가 변하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하던 사업을 바꾸는 것은 시대에 적응하는 것보다 고통스러운 것이었다.

 

미국의 명예에 오점을 남긴 베트남 전쟁 역시 비슷한 역정을 걸었다. 프랑스 식민지였던 베트남에 미군이 개입한 것은 1964년 8월이었다. 베트남이 공산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베트남에 군사 개입을 하지 않겠다고 했으나 후임자 존슨 대통령이 개입을 결정했다. 처음에는 공군의 폭격으로 상황이 끝날 줄 알았다. 그러나 1965년 3월 지상군이 파견되었다. 이때부터 베트남 전쟁은 미궁으로 빠져들기 시작한 것이다. 미군이 베트콩의 게릴라를 어찌 해볼 수가 없었고, 적군과 양민을 구별할 수 없는 상황에 미군은 당황했다. ‘이거는 안 되는 싸움’이라는 의견이 대세였다. 그러나 미군의 숫자는 계속 늘었다. 3,500명으로 시작한 미 해병대는 20만 명으로 늘었다. 여기에다 한국군과 호주군까지 가세했다. 그런 우여곡절 끝에 1975년 베트남 땅을 공산정권에게 맡기고 미군은 물러섰다.

 

미국 UC버클리 대학의 배리 스토(Barry Staw) 교수는 실패를 알면서도 계속 자원을 투입하고, 행동을 지속하는 것을 ‘몰입의 상승(escalation of commitment)’이라고 했다. ‘상승’이라고 한 이유는 실패가 확실한데도 투자를 더하는 성향이 있다는 이야기다.

 

인간은 행동에 일관성을 가지려고 하고 자신을 정당화시킨다. 그러다 보니 자신이 과거에 잘못된 결정을 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다. 경제학자들은 과거에 들인 비용은 ‘매몰비용(sunk cost)’이니까 잊어버리라고 권유하지만, 심리적으로 어떻게 잊을 수 있단 말인가. 그리고 잘못된 결정에 대해 문책을 심하게 하면, 실패를 조직적으로 감추는 문제가 발생한다. 자신이 안아야 할 폭탄을 계속 후임자에게 넘기는 것이다.

 

리더는 의사 결정을 하는 사람이다. 리더는 큰 자원을 만지는 사람이다. 리더의 결정이 잘 못되면 큰 문제가 생긴다. 그래서 완벽한 결정을 해야 한다. 그런데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문제다. 리더의 의사 결정은 중요하지만, 완벽할 수는 없다. 리더의 결정이 틀릴 수 있고, 처음에는 맞았어도 결정을 수정할 수도 있고, 번복도 해야 한다. 몰입의 상승을 경계해야 한다.         

 

 choyho@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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