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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호교수의 Leadership Inside 141]조직도 쌈지처럼, 보자기처럼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20/12/07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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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호 아주대학교 명예교수·수원시평생학습관장     ©화성신문

김우중 씨는 대우에서 경영할 때, 문제가 생기면 소속 회사, 소속 부서를 가리지 않고 아무나 일을 시켰다. “김 이사, 나이지리아에 가서 이것 좀 처리하고 와!” “회장님, 그건 아무래도 영업통이 가야 할 것 같습니다. 저는 아시다시피 재무만 해 와서.” “그거야 내가 알지. 하지만 문제가 겉으로는 영업 같지만 내용은 재무일 수도 있어. 가보면 알거야.” 이런 식이었다.

 

뿐만 아니라, 그는 태스크포스를 많이 이용했다. 일이 생기면, 이 회사, 저 회사 그리고 이 부서 저 부서에서 직급도 안 가리고, 오로지 일을 처리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기준만 가지고 사람을 차출하여 팀을 꾸리고 일을 진행시켰다.

 

태스크포스(TF: Taskforce)란 대책본부, OOO위원회 등으로도 불리는 임시조직을 말한다. 조직에는 상설부서가 있지만, 이 상설부서만 가지고 일을 할 수 없다. 화재나 자연재해 같은 사고가 일어나면 정부에서도 비상대책반을 꾸린다. 그리고 일이 끝나면 이 조직은 없어지고, 일하던 사람들은 원래 하는 일로 돌아가게 된다. 물론 365일 이런 재난을 담당하는 부서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 조직만으로 화급한 큰 문제를 해결할 수가 없다. 불이 났을 경우, 불만 진화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환자도 돌보아야 하고, 구호물품도 제공해야 하고, 복구도 해야 하고, 재정지원도 해야 한다. 그러려면 이런 일을 할 전문부서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래서 임시조직을 꾸리는 것이다.

 

임시조직은 예외적이고 한시적인 조직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일들이 너무 자주 발생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변화가 많고 복잡성이 높은 시대이기 때문이다. 상설 조직이라고 생각하고 만들어 놓았는데 그게 금방 부적합한 경우가 되고 만다. 그럼 일단 조직을 개편해 본다. 그래서 요즘은 조직을 자주 바꾼다. 조직의 명칭도 정확히 붙이기가 어려워, 그냥 1팀, 2팀 하고 숫자로 표기하기도 한다.

 

그런데 조직을 너무 자주 바꾸면 혼란이 커진다. 조직을 비교적 안정되게 유지 하면서 새로운 문제를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TF를 활용하는 것이다. 코로나19에 대한 백신 개발도, 신상품 개발도 TF를 이용하면 효과적이다. 

 

유한양행은 지난 5월 바이오기업 앱클론과 함께 코로나19 항체치료제를 공동으로 개발하기로 했다. 두 회사는 서로 경험이 풍부한 연구자를 차출하여 TF를 가동했다. 이들은 사람의 ‘안지오텐신 전환효소 2’(ACE2) 단백질과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 간 결합을 완전히 차단해 감염을 막는 초기 항체 후보물질 20종을 발굴했고, 이후 최종 항체신약 후보물질을 도출하는 데 성공했다. 이제 임상단계로 넘어 간 것이다. 태스크포스가 바로 이런 데 쓰이는 조직이다.

 

유통회사를 운영하는 강사장은 인력을 활용하는데 고민이 많다. 그 회사엔 기획팀, 디자인팀, 영업팀, 영업지원팀이 있다. 팀간 업무분장이 잘 되어 있다. 그런데 신상품을 개발할 때마다 이 일을 어느 팀에 맡길 것인가가 고민이다. 신상품 개발은 원칙적으로 기획팀에서 해야 한다. 그런데 이미 기획팀에서 하는 일이 많을 뿐만 아니라, 대부분 신상품개발이 기획팀 팀원들만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타 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 팀이라는 벽이 있어 애로가 있다. 그래서 고안한 방법이 TF다. 

 

강사장은 경우에 따라서는 2명으로 또는 4명으로 소규모 TF를 꾸려 일을 시켰다. TF 장은 업무상 관련이 큰 사람으로 아무나 시켰다. 물론 사장이 직접 TF장이 되는 경우도 있었다. 이렇게 시작한 TF조직은 이제 강사장 회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하는 방식이 되었다. 말하자면 TF가 본 조직이고, 기존 팀이 보조적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기존의 고정적 상설 조직이 딱딱한 디스플레이라면, TF 조직은 휘어지는 유연한 디스플레이다. 딱딱한 디스플레이는 정해진 목적의 기능은 잘 할 수 있지만, 새로운 것에 적응하기는 어렵다. 조직이 혁신을 이루고 또 변화하는 환경에 신속하게 적응하려면, 쌈지처럼 아무거나 슬쩍 주어 담을 수 있어야 하고, 보자기처럼 유연하게 변신할 수 있어야 한다.         

 

 choyho@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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