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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안효미 화성시서부노인복지관 관장]
코로나19시대 새로운 노인복지 창출하는 젊은이의 ‘멘토’
찾아가는 복지서비스로 보건보지부 장관상·경기도지사상 수상
 
서민규 기자 기사입력 :  2020/12/21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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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들은 휴관한다고 하니 편하게 지내려니 했겠지만, 천만에요. 돌볼 분들이 더 많아졌어요. 더 바쁘게 움직여요. 우리가 바쁜만큼 어르신들에게는 힘이 되니까요.”

 

올해 초 시작된 코로나19로 인해 화성시서부노인복지관도 9개월의 휴관을 맞이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안효미 화성시서부노인복지관장의 열정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화성시서부노인복지관이 담당하는 화성시 서부지역에만 돌봄이 필요한 사람이 600명이 넘는다. 여기에 법적으로 도움을 받지 못하면서도 우리의 관심이 절실한 어르신들도 50여 명이 넘는다. 

 

돌봄대상맞춤 생활지원사는 직접 이들을 찾아다니며 관리를 하고, 50여 명의 어르신은 서부노인복지관이 사회복지사가 수시로 전화하고 소통하며 살폈다. 틈틈이 전해주는 밑반찬 전달은 어르신들의 현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주요한 수단이 됐다. 

 

코로나19로 복지사업의 양상도 크게 변했다. 법적 테두리 안에서 정부의 관리를 받는 분들은 그나마 걱정이 없다. 그러나 자식이 있어도 부모를 찾지 않고 내팽개쳐진 어르신들은 사각지대에서 제대로 된 돌봄을 받지 못하고 있다. 

 

화성서부노인복지관 임직원들은 이처럼 도움이 필요한 분들을 찾아 상담하고 지역사회와의 연계를 통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왔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이러한 화성시서부노인복지관의 행보는 어르신들에게 더욱 큰 힘이 됐다. 

 

코로나19로 기업들도 매출이 줄면서 어려움이 크다. 안효미 관장도 어르신들을 돕기 위한 기업들의 지원이 줄어들까 걱정도 많았다. 그러나 아직 세상은 따뜻했다. 많은 독지가들이 마스크, 컵라면, 계란 등 생계를 위해 필요한 후원을 계속해 왔다. 화성서부노인복지관 직원들은 대규모로 들어온 이같은 후원물품을 하나 하나 소포장으로 만들어 도움이 필요한 어르신에게 전달했다. 코로나19로 봉사자를 쓸 수 없는 상황에서 모든 일들은 화성시서부노인복지관 임직원들의 업무가 됐다. 후원받은 2,000마리에 달하는 닭을 소포장해 전달한 것도 바로 서부노인복지관 직원이었다. 

 

안효미 관장은 “복지관은 9개월 동안 정상적인 운영을 할 수 없었지만 우리 임직원들은 최선을 다해 어르신들을 도우려고 노력하며 하루도 쉴사이가 없었다”면서 “외부에서 보면 복지관은 한가해서 좋다고 할 수 있지만 우리 뿐 아니라 모든 복지관들은 더욱 바쁜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코로나 시대 이전의 어르신들은 복지관을 찾아 여생을 즐겼지만 이제는 생존이 가장 큰 문제가 됐다. 

 

이처럼 정상적인 운영이 불가능한 상황에서도 안효미 화성시노인보지관장은 11개에 달하는 외부공모사업을 따내 어르신들의 심신 안정을 도왔다. 

 

안효미 관장은 “5명, 10명 등 소규모로 거리두기를 지키면서 공모 프로그램을 운영했는데, 오랜만에 복지관을 찾은 어르신들이 눈물을 흘리실 정도로 기뻐하셨다”면서 “비록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느라 한 교실당 9~10분의 어르신만이 참여할 수 있지만 기뻐하시는 모습을 뵈니 더욱 큰 감동을 받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처럼 노력을 계속한 결과 화성시노인복지관은 코로나19 상황에서도 2020년 온라인 ‘사랑 나무의 장 행상’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수상하고, 또 경기도지사 상도 타는 쾌거를 이룩해 냈다. 

 

코로나19 시대 어떻게 노인들에게 기쁨을 전달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하게 할 것인가. 안효미 관장은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그동안 겪어보지 않은 상황에서 어떠한 수업이 옳은 것인지 시행착오도 있었다. 어르신들에게 필요한 선생님들을 모셔와 강의를 녹화하고 유튜브에 영상도 매주 올리면서 언텍트 프로그램을 확대하기도 했다. 그러나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한 언텍트 사업은 어려움이 컸다. 

 

안효미 관장은 “어르신들의 집에 컴퓨터가 있는 것도 아니고 대부분 휴대폰을 이용해 온라인 프로그램에 참여하지만 침침한 눈으로 작은 화면을 본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60대, 70대 비율이 높은 동탄노인복지관은 언텍트 프로그램에 회원들이 손쉽게 적응했지만, 80대가 많은 서부노인복지관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요금제로 인해서 마음껏 데이터를 쓰지 못하고 와이파이가 구축되지 않은 환경도 문제였다. 

 

안효미 관장은 “어르신을 대상으로 한 IT사업은 방법부터가 달라야 한다”면서 “어르신들이 사용할 수 있는 테블릿을 나누어주고 와이파이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서적으로 도움을 주는 것도 경제적 도움 만큼이나 중요하다. 서부노인복지관이 2년째 시범사업으로 시행하고 있는 행복커뮤니티 사업이 성과를 거두는 이유다. 

 

SK텔레콤 IoT와 AI(NUGU 스피커)를 활용한 이 사업은 AI스피커가 어르신들의 간단한 말벗이 되어주고 원하는 음악을 들려주는 등 반응이 매우 좋다. 

 

안효미 관장은 “코로나19로 외부활동이 어려운 상황에서 행복커뮤니티 사업을 통해서 인공지능 스피커가 어르신들과 간단한 대화를 하는 것만으로 정서적으로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안효미 관장은 앞으로 복지관의 역할도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복지관은 커뮤니티 센터가 돼 매뉴얼을 개발하고 강사를 양성해 파견하는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과 같이 배움의 장소는 각 지역 경로당이나 마을회관, 읍면동사무소를 작은 평생교육관화 해 손쉽게 찾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의 유휴시설을 이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탁구를 배우고 싶은 욕구가 있다면 손님이 뜸한 시간대 탁구장을 계약해 배움의 센터로 만들면 되는 것이다. 

 

안효미 관장은 “마을의 경로당이나 마을회관에 강사를 파견하는 방법 등을 통해서도 지금과 같은 평생교육은 가능하다”면서 “누구나 셔틀을 타지 않고 편하게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이 바로 어르신 복지의 미래”라고 강조했다. 

 

17일 화성시서부노인복지관은 KBS불자회와 ㈜교원라이프 화성장례문화원 등으로부터 컵라면을 기증받아 추운 겨울날 어르신 1인당 2박스씩을 전달할 수 있게 됐다. 수원과학대도 생활용품 키트를 만들어 400개를 전달해 주기로 하는 등 도움의 손길도 계속되고 있다. 이 모든 것들도 임직원들의 열정과 노력이 함께한 결과라서 안효미 관장의 가슴은 더욱 따뜻하다. 

 

안효미 관장은 내년 6월 만65세가 되면서 정든 화성시서부노인복지관을 떠나야 한다. 경기도공무원을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자신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안효미 관장의 마음속에서는 더욱 큰 봉사의 불길이 치솟고 있다. “꿈이었지만 아직까지 하지 못했던 켈리그래피와 그림을 배워 어르신들의 모습을 그려줄까”, “작은 교육장을 만들어서 어르신들에게 내가 가진 노하우를 전달할까” 은퇴 뒤 ‘어떻게 봉사할까’를 먼저 고민하는 안효미 관장의 웃음이야말로 충실한 인생을 보낸 우리 모두의 ‘멘토’의 기쁨이다.

 

서민규 기자 news@ih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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