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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호교수의 Leadership Inside 145]보험회사 레모네이드의 도전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21/01/08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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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호 아주대학교 명예교수·수원시평생학습관장     ©화성신문

보험에 가입하려면 많은 서류가 필요하다. 필자도 보험 가입을 해 보았지만, 이건 논문 몇 편 보는 것 이상으로 스트레스 쌓이는 일이다. 그 수많은 계약서류를 실제로 읽어 볼 수도 없다. 하지만, ‘충분히 설명을 듣고 이해했다.’는 난에 사인을 해야 한다. “이름 쓰고 서명하세요.” 아예 형광펜으로 표시를 해놓았다. 과거에는 14개나 사인을 해야 했는데 근래에 줄어들어 10개다. 

 

사고가 나서 보험료를 보상받기 위해서는 어떤가? 내 돈 내고 내가 받겠다는데 이건 이런 상전이 없다. 이 핑계, 저 핑계 대고 지급금액을 낮추고, 지급 기일을 늦춘다. 그 사이 수많은 통화를 해야 하고 애간장을 썩어야 한다. 

 

그런데 90초 만에 가입이 완료되고, 3분 만에 보상금 처리가 완결되는 회사가 있다면 믿으시겠는가? 이름도 엉뚱한 ‘레모네이드(Lemonade)’라는 회사이다. 이 회사는 AI 기술을 보험사업에 적용하여 온라인으로 신속하게 일을 처리한다. 가입도 온라인이고 보상 신청도 온라인이다. 우선 가입을 위해서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가입 신청을 한다. 그러면, 마야(Maya)라는 여성 챗봇이 나와 질문을 한다. 이 회사는 주택에 관한 보험만 취급하는데, 마야가 이런 주거 환경을 물어보는 것이다. 집의 위치, 크기, 나이 등 일반적인 사항에다  인테리어, 가구, 소지품 등도 묻는다. 그런 것들을 평가해서 월 보험료를 산정한다. 고급 가구가 있으면 비싸지고, 애완동물이 있으면 그에 따라 보험료가 추가된다. 이런 결정이 대개 90초 이내 이루어진다.

 

사고가 나서 보험금 보상 신청을 하면, 역시 AI 로봇이 나타나서 질문을 한다. 이때는 남성 로봇이고 이름은 짐(Jim)이다. 도난 사고가 있었다면, 어떤 물건이 어떤 상황에서 도난되었는지 물어본다. 화재가 발생했다 하면, 현장 사진도 올리고, 짐이 물어보는 정보를 제공한다. 그러면, 보상금이 결정되어 바로 지급된다. 이 과정이 대체로 3분 이내이다. 와우~

 

그런데 사실 레모네이드 인공지능 분석 시스템에는 고객의 신용도를 평가하고 고객 답변의 진실성을 평가하는 알고리즘이 있다. 기본적으로는 행동심리학에 바탕을 두고 있는데 레모네이드가 수많은 고객을 응대하면서 스스로 학습하고 있는 빅데이터 분석시스템이다. 

 

2017년 여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목걸이와 금발 가발, 화장을 한 20대 중반의 남성이 자신의 카메라와 전자기기를 도난당했다고 신고하여 레모네이드로부터 보험금을 타냈다. 옷을 바꾸어 입고, 주소, 이멜, 전화번호를 도용하여 이번에도 레모네이드를 속였다. 그런데 이 남성이 한번 더 사기를 치다 이번에는 레모네이드 AI망에 걸리고 말았다. 이런 식이다.

 

레모네이드를 설립한 사람은 보험사업을 전혀 해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었다. 다니엘 슈라이버(Daniel Schreiber)와 샤이 위닝거(Shai Wininger)는 전자기술자였다. 인터넷 보안과 무선통신 일을 했다. 그들은 개인적으로 기존 보험업에 불만이 많았고, 새로운 보험 서비스를 개발하고 싶었다. 그들의 방식으로 말이다.

 

사람 손과 대리점을 거치지 않고 개인고객이 회사와 직접 거래를 하는 다이렉트 방식이며, AI를 통해 신속하게 결정을 내려준다. 그리고 하나 더 중요한 것은 이익에 대해 투명하게 하는 것이다. 고객이 낸 총 보험금 중 25%는 회사 수수료로 제하고, 75%를 고객에 대한 보상금과 재보험료로 쓴다. 그리고 여기에서 남는 돈이 있으면 기브백(Giveback)이란 이름으로 적립하여 사회에 기부한다.

 

레모네이드를 주로 이용하는 고객은 젊은 사람들이다. 35세 미만이 75%이다. 그리고 그 중 90%는 보험 상품을 처음 접한 사람들이다. 밀레니얼들은 이런 상품에 열광하고 있다. 

 

2015년 설립한  레모네이드는 2020년 7월 뉴욕증시에 상장하였고 승승장구 성장하고 있다. 혁신은 바로 이런 것이다. “당신이 알고 있는 보험에 대해서는 다 잊어라.” 레모네이드 홈페이지에 쓰여 있는 글이다.         

 choyho@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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