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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신문의 전문가 칼럼 화성춘추 (華城春秋) 116]
소진, 몸과 마음을 태워버리다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21/09/13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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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준희화성시정신건강복지센터장     ©화성신문

1974년 미국의 한 자원봉사단체에서 일하던 허버트 프로이든버거(Herbert Freudenbeger)는 쾌활하고 열정적이던 젊은 자원봉사자가 지역의 노숙인을 위한 봉사활동을 하면서 점점 변해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초기에 열정적이었던 이 청년은 자원봉사 기간이 길어지면서 점차 열정이 식어갈 뿐만 아니라 짜증도 늘고 심지어는 복장이나 위생 상태마저 불결해져 갔다.

 

청년은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던 노숙인을 만나면서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 지쳐 갔고 여러 번의 좌절을 경험하면서 사람에 대한 긍정적인 신념마저도 잃어 갔다. 프로이든버거는 이러한 열정적인 사람의 지쳐 가는 것을 ‘소진(Burnout)’이라고 표현하였다. 

 

오늘날 ‘소진’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번아웃’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이 현상은 개인의 정신적 에너지 모두가 존재의 불을 지피는데 소모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개인에게 요구되는 정신적 에너지에 대한 수요가 공급할 수 있는 한계를 초과했기 때문에 발생한다는 것이다.

 

증기기관차의 운전사가 석탄을 넣어서 기차를 운전하다가 나중에는 석탄이 모두 떨어져서 기관차의 내부 소품을 뜯어다가 연료를 대신하기 시작하였고, 나중에는 자신의 옷과 개인용품마저도 기관차가 달리는데 사용해 버리는 것이다. 기관차는 달리지만 결국 자신에게는 아무것도 남지 않은 상태가 소진에 가깝다.

 

이러한 소진은 겉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을 수도 있다. 왜냐하면 인간의 내적인 정신적 경험이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장기적으로 점차 신체적, 정서적으로 무너져 내린다. 신체적인 각종 질병에 노출되기도 하고 무력감과 절망감, 사람에 대한 환멸, 부정적인 자아개념뿐만 아니라 일과 사람, 인생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갖게 된다. 당연히 인간관계에서도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소진은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개인에게 있어서 필수 불가결한 부분일 수 있다. 그러나 개인의 인생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소진은 대개 기질적으로 불안도가 높고 예민한 사람에게서 좀 더 쉽게 나타날 수도 있다. 또한 자신에게 맡겨진 업무에 크게 헌신하는 경우에도 나타날 수 있다. 업무에 대한 기대가 너무 크면 결과에 대한 만족은 낮아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개인적인 요인보다 소진은 통제가 불가능할 정도의 업무량과 열악한 물리적 환경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더 높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소진은 초기에 인식해서 자기 돌봄(Self-care)을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시기를 놓치면 후유증도 크기 때문이다. 

 

먼저, 직장과 개인의 삶 사이에서 발생하는 긴장을 조절할 수 있는 조깅, 음악 감상, 연주, 명상 등을 추천한다. 또한 끊임없이 일하는 습관을 버려야 한다. 한국인들의 미덕인 빨리빨리, 끝없이 일하는 습관은 소진을 유발한다. 그리고 좋아하는 사람들과의 인간관계가 소진을 예방한다. 특히 건강하고 지지적인 칭찬을 서로 나누는 대인관계가 도움이 된다. 심리적으로나 정서적으로 환기될 수 있는 반가운 사람, 보고 싶었던 사람과의 관계일수록 더욱 좋다.

 

그리고 자신의 직장생활과 가정생활에서 실패보다는 성공에 초점을 맞추는 것도 필요하다. 자신을 주눅들게 하고 우울하게 만드는 사건에 집중하기보다 실수가 있을 뿐 실패는 없다는 인식이 소진을 예방한다. 마지막으로 이미 소진이 어느 정도 진행 되었고 스스로 극복하기 어렵다고 판단될 때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 소진을 이겨내기 위해 알코올에 의존하고 부정적인 인생관에 사로잡혀 있기보다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아 보거나 치료를 받는 것을 추천한다.

 

현대사회는 사람을 소진되게 만드는 측면이 있다. 코로나19로 지쳐가는 보건의료진들의 소진도 심각하다. 몸과 마음을 지쳐가게 만드는 소진을 이해하고 올바로 대처하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 지름길이다. 

 

badworker@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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