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은숙 시인 / 메밀꽃 천서리 막국수 대표 © 화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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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부
두부를 쑨다
몇 숟갈 간수를 떨어뜨리자
밍밍하던 콩물들이
그 소금기에 달라붙는다
사람이든 음식이든
다 짠맛이 필요하구나
지난 가을 제풀에 튀던 콩꼬투리들이
빠져나간 껍질들은 하나같이 비틀어져 있다.
다시는 원형을 찾아들지 말라고
스스로 집을 허문 옛 고향 같은
콩 꼬투리들, 튀어나온
콩을 갈아 두부를 쑨다
두부는 꼭 두사람이 마주 앉아야
불린 콩을 갈 수 있다
동그란 콩 속에 들어있는 네모들
이렇게 부드러운 집합이 있을까
조심조심 손바닥으로 받쳐드는 두부
이렇듯 반듯한 방이 있을까
김이 무럭무럭 나는
따뜻한 방이 또 있을까
뿔뿔이 흩어졌던 가족들
모여 앉아 두부를 먹는다
설 명절이 다가오면 엄마는 늘 두부를 만드셨다. 불린 콩을 맷돌에 갈고 가마솥에 불을 피워 두부를 만드는 일은 참으로 힘든 과정이었다. 하얀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반듯한 두부가 만들어지기까지 그 추운 날씨에도 엄마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별처럼 매달렸다. 김이 무럭무럭 나는 따뜻한 방에서 먹던 반듯한 두부, 그 맛을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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