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 칼럼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장동선 칼럼│예술과 도시 이야기 4]
목소리를 보다, 텍스트 아트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24/05/13 [09:38]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 장동선 소다미술관 관장     ©화성신문

미술관 전시장 벽에 회색 테이프로 붙인 바나나 작품 ‘코미디언’(2019)은 세계적으로 가장 논쟁적인 현대미술 작가로 알려진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작품이다. 

 

이 작품은 2019년 아트 바젤에서 공개 하루 만에 12만 달러(약 1억 4000만원)에 판매되어 유명해졌고, 물론 작가의 메시지에 대한 더 많은 해석을 만들어 냈다. 2023년 리움 미술관 (서울, 용산구) 전시 중 한 미대생이 바나나를 먹어버린 것으로 기사화도 되기도 했다. 

 

아마도, 현대미술이 어렵다고 느껴지는 이유는 이렇게 작가들의 시각적인(보이는) 작품에 담긴 보이지 않는 메시지를 발견하거나 이해하는 것이, 보이는 만큼 쉽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더욱이 전통적인 예술 형식을 벗어나 물질적, 미학적 묘사보다는 작가의 정신을 표현하는 데 집중하는 개념미술은 대중매체에 즉각적인(혹은 세뇌적인) 소통방식에 익숙한 현대인에게는 조금 불친절할 수 있다. 하지만 텍스트를 재료로 사용한 현대 작가들의 텍스트 아트 작품에서는 최소한 작가의 메시지를 발견하는 것은 직관적이며, 즉각적이다.

 

바바라 크루거, 제니 홀저, 네이단 콜리, 트레이시 에민, 그리고 한국의 이정 작가와 같이 텍스트 재료로 작품 활동을 하는 세계적인 현대 작가들이 대표적이다. 그들이 세상을 향해 내어놓은 메시지는 ‘보이는 목소리’이다. 그들은 자신이 직접 텍스트 문구를 창작하기도 하지만, 책, 노래 가사, 광고 혹은 사람과의 대화 등과 같은 지극히 평범한 일상에서 발견한 문구를 ‘수집'(빌려와)하여 신중하게 보여주는(시각화) 다양한 작업을 한다. 미술관 전시장을 벗어나 도시 안의 공원, 건물 외벽, 옥외 광고판, 텍스트 조명, 포스터 등과 같이 도시의 공공공간 그리고 우리의 일상 속 다양한 매체를 통해 다수에게 보여질 수 있는 형태로 대중과 가깝게 만난다.

 

2018년 런던 킹스크로스역 대형 시계 아래 설치된 트레이시 에민의 20m 길이에 거대한 네온 작품 ’I want my time with you(당신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어요)‘는 유로스타를 이용할 수 있는 영국의 주요 철도역을 공간적 배경으로 사람들이 가족과 애인에게 전달하는 로멘틱한 메시지로 볼 수 있지만, 당시 브렉시트를 비판하며 유럽인들에게 전하는 작가의 따뜻한 메시지이기도 하다. 

 

마룬5의 앨범 표지 작품으로 많이 알려진 한국의 이정 작가는 미디어나 실생활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상투적인 사랑의 표현을 네온 조명으로 만들어 정제되지 않은 자연 풍경에 위치시키는 사진 작업을 한다. 

 

그녀의 네온 문구는 달달한 사랑의 표현처럼 바로 읽히지만, 미묘하고 복잡한 인간의 사랑에 대한 감정적 딜레마를 보여준다. 망치와 같은 메시지를 담고 있는 현대미술의 거장 바바라 크루거는 ‘Your body is a battleground(당신의 몸은 전쟁터)’ ‘Who buys the con?(누가 사기를 사는가?)’와 같이 신랄하게 비판적이고 뾰족한 눈에 박힐 것 같은 강력한 메시지를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이러한 텍스트 아트는 현대인과 소통을 시도하는 예술의 한 형태로 직관적이며 간결하고 강렬하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부유하는 목소리를 수집하고 세심하게 배치하고 보여주는 과정을 통해 작가는 관객에게 말을 걸기도 하고, 그들 존재를 인식하게 한다.

 

세상의 소리를 본다는 것, 불교에서는 특이하게도 소리들을 단순히 듣는다고만 말하지 않고 관(觀:자세히 본다)한다는 말을 사용한다. 중생의 보이지 않는 고통도 자세히 살펴보는 관세음보살(觀世音菩薩)의 영향으로 여겨진다. 보이지 않는 타인의 고통, 인식하지 못하는 고정관념, 진실의 왜곡, 우리가 살펴보지 않으면 들리지 않은 목소릴 것이다. 

 

목소리를 본다는 것은 굉장히 능동적이며 적극적인 예술의 형태이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화성신문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인기기사목록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