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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화성 11] 매향리를 기억해야 하는 이유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24/05/13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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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휘민 시인/ 화성작가회의 회원     ©화성신문

날마다 폭격 소리로 새벽이 열리고 폭격 소리로 하루가 저물던 곳이었다. 매화 향기 그윽하던 본래의 이름을 잃어버린 채 무려 54년간 쿠니사격장이라 불렸던 곳이었다. 5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연간 250일, 하루 평균 11시간, 15~30분 간격으로 폭탄이 투하되었던 곳이었다. 그로 인해 농섬의 크기는 삼분의 일이 줄었고, 구비섬은 섬이라는 이름조차 무색하게 되어 버렸다. 화성시민이라면 잊을 수 없는 그곳, 매향리 이야기다. 

 

오발탄과 불발탄, 폭격으로 인한 소음으로 주민 십수 명이 사망하거나 자살했다. 만삭의 임부가 유산을 하고 폭격음 속에서 힘겹게 살아남은 청년들은 희망 없는 고향을 등졌다. 그리고 17년간의 고단한 투쟁을 거쳐 2005년 마침내 사격장이 폐쇄되었다. 매향리에 다시 평화가 찾아든 것이다. 

 

평화가 찾아왔다는데

아직도 상반신이 잘려 있는 농섬

곳곳이 전쟁의 쇠붙이가 박혀서

찢어진 분단 한반도처럼

녹슨 피를 아직도 철철 앓고 있다

다시 찾아온 검은머리물떼새

둥지를 틀고 알을 낳지만

종전(終戰)의 평화를 부화하지 못한 채

아직도 아프고 아픈 나라

- 전비담, ‘아직도’ 전문

 

저 귀 좀 봐

누가 저 수 많은 귀를 잘라

여기 쌓아 두었을까

찢기고 이겨진 탄피들

귀들의 무덤 같다

비바람이 왔다 갈 때마다

시뻘건 신음을 토해냈을 것이다

귀청을 뚫는 공포가 숨어 있을

탄피 무덤 앞에 눈 감고 있어 보면 안다

수천수만 귀들이 잠들어 있다는 것을

- 한병준, ‘탄피 무덤’ 전문

그러나 시인들의 눈에는 아직도 매향리의 아픔이 보인다. ‘곳곳이 전쟁의 쇠붙이가 박’힌 채 ‘녹슨 피를 아직도 철철 앓고 있’는 매향리는 두 조각난 ‘한반도’의 모습과 겹쳐진다.

 

‘비바람이 왔다 갈 때마다/시뻘건 신음을 토해’내는 녹슨 탄피들 속에서는 ‘귀청을 뚫는 공포’ 속에서 착란의 날들을 보냈을 이들의 고통이 보인다. 그래서 ‘이만하면’이라고 안도할 수 없다. ‘아직도’ 평화를 갈구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지난해, 매향리의 아픔을 기억하기 위해 주민들이 십시일반 성금을 모아 지었던 매향리 평화역사관이 철거되었다. 매향리평화생태공원에 일부 수용됐다고는 하나, 푸줏간의 고기처럼 폭탄의 잔해를 진열하고 미군들이 사용했던 포크와 나이프로 만든 상징성 강한 조형물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겐 아쉬움이 남는다. 미군에 맞선 민간인들의 투쟁은 세계사에도 남을 매향리의 고귀한 역사다. 우리가 기억해야 한다. 화성시청 홈페이지에서는 언제쯤 매향리의 역사를 만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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