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은숙 시인 / 메밀꽃 천서리 막국수 대표/시민로스쿨화성지원장 ©화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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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하필 등이 가려웠을까요
엄마는 손바닥으로 등을 긁어, 아니
쓸어 주었는데요
쓱쓱 문질러 주었는데요
엄마의 까끌까끌한 손바닥엔
시원한 나뭇잎들이 이리저리 쓸리고
강여울이 작은 물방울들을 상류로
올려 보내고
한여름 마룻장 같이 시원했는데요
헝클어진 생각도 단번에 모을 수 있는
무거운 눈꺼풀이 내려앉고
간지러운 잠이 들곤 했었지요
망종 무렵이라는 말
그건 아무래도 나를 비롯한
이 땅의 아들딸들의 또 다른 호칭이 아닐까요
어느 자식치고 깔끄럽지 않은 자식 있을까요
그래도 그 까끄라기에서 나온 보리쌀로
옛날 엄마들은 또 한 절기를 거뜬히 채워 넘겼다는데요,
보리 싹 마냥 따끔거리는 나이를 지나는
망종 무렵들이 모여
오늘밤은 서로 등을 갖다 대어 보는 것이지요
유월의 들바람이 보리밭 몇 평이,
마음에서 이리저리 또 쓸리겠지요
등이 가려울 때면 엄마 손이 그리워지곤 하죠. 엄마의 손바닥이 닿은 등엔 유월의 들바람이 불어 가고, 불어오는 얕은 공중같이 보리밭 몇 평이 등에서 이리저리 쓸리는 것 같았지요. 엄마의 손바닥이 이리저리 쓸릴 때면 눈꺼풀이 스르르 감기곤 했죠.
어느새 엄마의 절기를 지나고 있지만 나를 쓸어줄, 내가 쓸어줄 등이 없다는 것에 마음이 까끄러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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