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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EO interview 유기현 ㈜삼성그라테크 대표]
눈에 보이지 않는 접착제 필름의 강소기업
세계 최초, 국내 최초의 제품으로 승부
 
신호연 기자 기사입력 :  2024/10/21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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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성신문

 

 

세상에는 겉으로 드러나 보이지는 않지만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많이 있다. 이렇게 보이지 않지만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굳이 인텔의 마이크로프로세서가 탑재된 컴퓨터에 Intel Inside라는 광고 스티커를 붙이기까지 했다. 이처럼 자동차, 건축자재, 의류, 산업용으로 다양하게 사용되면서도 실제 제품은 드러나지 않는 접착 필름의 강소기업 ㈜삼성그라테크의 유기현 대표를 만났다.

 

현대기아자동차의 차를 탔을 때 카페트, 데쉬, 백킹 클로스, 헤드 레스트, 헤드 라이닝, 러기지 보드 등 눈에 보이는 모든 내장재 뒤의 보이지 않는 곳에는 ㈜삼성그라테크의 접착 필름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접착 필름은 내장재의 고정 외에도 NVH 방지 효과가 있다. 자동차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막아주는 차음, 자동차 내부에서 대화나 음악을 잘 들리게 해 주는 흡음, 진동 완화의 역할을 해 준다.

 

올해 28년차인 ㈜삼성그라테크는 자동차 내장재용 필름, Hot Melt 필름, 우레탄 필름, 각종 산업용 필름을 개발, 제조, 판매하는 회사이다. 앞선 생각, 성실한 자세, 과감한 실천을 사훈으로 늘 업계를 선도하며 45명의 직원이 240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접착제 필름 업계의 강자이다.

 

매력적인 콧수염에 환하게 웃음을 머금은 ㈜삼성그라테크의 유기현 대표는 “자동차를 타보면 눈에 보이는 내장재 뒷면에는 다 우리 필름이 들어가 있어요. 그런데 속에 들어가 있으니까 안 보일 뿐이죠”라며 “OLED TV 방열판에도 들어가 있고, 가정용 소음 방지 매트에도 들어가 있어요”라고 곳곳에 보이지 않지만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유기현 대표는 인하대학교 고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호남석유화학(현재 롯데케미칼)에 입사했다. 입사해서 14년간 R&D 센터, 상품 개발팀, 마케팅 등 주요 업무를 진행했다. 당시 호남석유화학은 롯데 그룹과 일본 미쓰이가 기술 협력을 하고, 개발 부문 상무가 일본 연구소장 출신이어서 유 대표는 이 기간 동안 기술적으로 제대로 공부했다고 한다.

 

입사 후 실력을 인정받아 12년차가 되면서 팀장으로 부서장 역할을 하게 됐다, 엔지니어로서 많은 아이템을 개발해 왔고 필드 업무를 중심으로 역량을 발휘해 왔던 유 대표는 남들이 부러워하는 부서장 자리에 올랐지만 그리 탐탁치 않았다. 자신보다 나이도 많고 직급도 높은 사람들과 잦은 회의를 하면서 ‘내가 10년 후에 눈치나 보면서 회의에 쫓겨 다니는 저런 사람이 돼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고, 아직 마흔 살도 안 됐는데 필드감이 자꾸 떨어져서 안 되겠다. 그동안 50여 가지 아이템을 사업화했는데, 새로운 사업 하나 못하겠느냐’는 생각이 들어서 창업을 결심했다.

 

가족들에게 직장 생활을 그만두고 창업하겠다고 말을 꺼내자 대부분의 가족들이 반대했다. 그러나 부친께서 “20대 때는 학벌이 중요하고, 30대 때는 회사 직위가 중요한데, 40대 때는 돈을 벌어야 된다”라며 잘했다고 격려해 준 것이 큰 힘이 됐다.

 

회사를 그만두고 이리저리 사업자금을 끌어모아 1996년 11월 20일 자동차용 접착 필름을 메인 아이템으로 회사를 설립했다. 사업을 시작하면서 본인이 개발해서 만든 첫 제품이 세상에 나왔을 때는 세상을 다 가진 듯한 뿌듯함을 느꼈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50여 가지의 제품을 사업화했지만 그때는 느껴보지 못한 마치 자식이 태어난 듯한 느낌이었다.

 

그러나 세상은 녹록하지 않았다. 개발만 잘 되면 사업은 저절로 잘 되리라 기대하고 사업을 시작했지만. 버는 돈보다 들어가는 돈이 훨씬 많았다. 무조건 아끼고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었다. 직장 생활할 때보다 훨씬 적은 돈을 가져다주는데도 한 마디 불평 없이 늘 가정을 살뜰하게 꾸려가 준 아내 윤명옥 씨에게 고마운 마음이다.

 

2남 4녀의 막내로 가족들의 많은 사랑을 받으며 그동안 어렵지 않게 생활해 왔던 유 대표는 사업을 하면서 처음으로 돈 때문에 고생을 했다. 맞교대로 설비를 돌리는데 주말에는 비용을 아끼려 혼자서 기계 세 대를 돌렸다. 일머리가 남달랐던 유 대표는 세 사람이 할 일을 혼자 하면서도 여유있게 일을 해내곤 했다.

 

 

  © 화성신문



 

인간지사 새옹지마(塞翁之馬)

 

창업 후 어렵사리 버텨가고 있던 1997년 말, IMF 외환위기가 몰아쳤다. 여기저기서 기업들이 쓰러져 나가고 납품 대금으로 받았던 어음 할인율은 20%를 넘어설 정도였다. 가뜩이나 빡빡한 상태의 회사는 점점 더 돈줄이 말라가 창업한 지 1년밖에 되지 않았던 유 대표는 더욱 궁지에 내몰리게 되었다.

 

당시 현대자동차는 Spun Web에 들어가는 미국제 수입 필름을 사용하고 있었다. 환율이 급격히 치솟아 갑자기 가격이 배로 껑충 뛰었다. 높은 가격을 견딜 수 없었던 현대자동차 측에서 유 대표가 이전에 개발해 소개했던 접착제 필름을 수배해 먼저 연락을 해 왔다. 유 대표가 개발한 접착제 필름을 단 4, 5개월만에 수입대체품으로 승인해 줬다. 평상시였다면 몇 년이 걸려도 쉽지 않을 일이었다.

 

국산화에 성공한 유 대표는 신이 나서 열심히 일하며 판매를 늘려갔다. 그러나 매출 어음이 5억원 가량 쌓였을 때, 현대자동차에 직접 거래하던 고객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됐다. 현금 흐름이 꽉 막혔다. 아찔했다. ‘이대로 무너지는 것인가?’ 피를 말리는 3개월이 지나면서 법정에서 화의가 받아들여져 어음에서 5%를 제외한 전액을 현금으로 돌려받을 수 있었다.

 

이렇게 한꺼번에 현금화된 돈으로 위기를 넘기며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와 현재와 같은 강소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몇 개월 사이에 천당과 지옥을 오가며 인간지사(人間之事) 새옹지마(塞翁之馬)임을 뼈저리게 실감했다.

 

2009년도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닥쳐 전 세계가 불황의 늪에 빠진 시기에 수출 방안을 찾던 유 대표와 가성비 좋은 한국산 접착 필름을 찾던 토요타 1차 협력사가 뜻이 맞아 토요타 자동차에 진입하는 기쁨도 있었다.

 

 

 

회사 제품의 40%는 세계 최초

 

유 대표는 ‘영업은 남한테 이익을 주는 행위’로 정의하고 ‘어떻게 고객에게 이익을 줄 수 있을까?’라는 관점에서 시장을 관찰하고 개발하고 솔루션을 찾아 나가는 방식으로 접근한다. “우리 회사 제품의 40%는 세계 최초, 나머지는 국내 최초 제품입니다. 남이 하는 것을 따라 해본 적이 없어요. 

 

현대기아차와 공동특허를 진행하는 카페트용 필름, OLED TV 방열판에 사용되는 필름, 소음 차단용 가정용 매트 사이에 들어가는 필름, 금형에 들어가는 이형 필름 등 모두가 독자적으로 시장을 찾아, 개발하고,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지요. 이러한 실력을 인정받아 자동차용 천장재 개발 관련, 현대기아차 연구소와 공동 개발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어요”라며 결코 기왕에 남이 하고 있는 시장에 뛰어들어 경쟁하기보다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기존에 없던 제품을 개발하는 회사의 전통을 강조한다.

 

가정용 매트의 경우 이전에는 층 사이에 본드를 발라 접착했다. 그러나 이런 방식은 인체에 유해한 접착제 냄새들로 고통받기 일쑤였다. 매트 사이사이에 ㈜삼성그라테크의 필름을 부착하면 이런 환경적인 문제가 말끔히 사라진다.

 

유 대표가 신규 아이템을 설명하기 위해 동영상을 보여 주었다. 자동차에 들어가는 부품을 사출로 성형하는 대형 제품인데 한 번이나 두 번 정도 제품을 성형하고 나면 끈적끈적한 물질이 금형에 눌어붙어 안경을 끼고 마스크를 쓴 작업자가 쪼그리고 앉아 이형제를 뿌린 후 다시 작업을 해야 한다. 5분 간격으로 이렇게 뿌려진 이형제로 인해 작업장 공기가 오염되고 작업장이 지저분해지는 것을 피할 수 없다.

 

유 대표는 이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의뢰를 받고 금형 위에 붙이는 이형필름을 개발했다. 두 세 시간마다 1분 정도 시간 내어 이형필름을 떼고 새로운 것을 붙이면 된다. 유 대표는 세계 최초의 제품으로 자부한다. 환경이 깨끗해지고, 인건비가 절약되고, 자동화가 가능해져 개발을 의뢰한 회사에서 대만족이다. 현재 한 가지 아이템에만 적용하고 있는 이형필름을 범용화할 수 있도록 개발하는 것이 관건이다. 유 대표가 마지막 본인의 아이템으로 마무리하겠다는 생각이다.

 

우리나라는 조선 분야의 선두 주자이다. 특히 LNG선은 독보적인 수준을 자랑한다, 하지만 LNG 내부 관리 스펙은 프랑스에서 30년 전에 만든 것이다. ㈜삼성그라테크는 이 관리 스펙을 현대화하는 작업을 한국해양조선과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다. 서로 기술적 신뢰가 바탕이 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유 대표는 늘 상식이 풍부한 사람이 되고자 노력했다. 그래서 역사, 지리 등을 좋아했고 여행을 가면 그 지역의 역사를 살피고 맥락을 이해하는 걸 즐긴다. 또한 여행 지역에서 판매하는 꼬마 스푼 모으기를 즐겨한다. 이렇게 모아놓으면 부피도 크지 않고, 해당 지역을 여행한 추억을 떠올리기도 하고, 때로는 주변의 지인들에게 선물하기도 한다.

 

여행지 중에는 스페인의 부루고스 대성당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산티아고 가는 길의 중간 지점 정도에 위치한 부루고스에는 세계 최대 내장재 업체인 안톨린이 있어서 가끔 출장가는데 작은 도시에 어울리지 않게 큰 부루고스 대성당은 반드시 들르는 코스가 되었다.

 

 

  © 화성신문



 

100% 완수 경험해 봐야

 

요즘 젊은 세대들에게는 “인생을 사는데 위축되지 않고 떳떳하고 자신감 있게 살려면 본인만이 할 수 있는 것 하나는 100% 완수해 보는 경험이 필요하다”라며 “대부분 사람들이 90%, 95%는 다 하는데 나머지 5% 10%를 마무리하지 못하고 포기한다. 끝까지 100%를 완성하고 나면 그다음부터 자신감이 저절로 생겨난다. 이런 경험을 통해 자신감을 가지고 살아라”라고 조언한다.

 

유 대표는 회사의 대표이사 자리를 물려주고 본인은 연구소장을 하는 것이 꿈이다. 이제 막 70대로 접어들었지만 ‘시간은 인간이 쓸 수 있는 가장 값진 것’이라며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늘 새로운 아이템들을 구상하며 진행하고 있다. 산업용 접착제를 정량으로 관리하기 쉽도록 봉투 자체가 접착제인 정량 봉투로 만든 글루 봉투도 그중 하나이다. 비율에 맞추어 Mix 설비에 봉투째 넣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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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착용 필름 개발에 매진

 

회사의 비전에 대해 묻자 유 대표는 “우리 회사가 창업하고서 지금까지 한 우리 제품 자체가 친환경입니다. ESG 차원에서도 꼭 필요한 제품들이지요”라며 “고객사들이 불편하고, 어렵고, 환경적으로 문제되는 부분들을 관찰해서 이를 해결할 수 있는 필름 개발을 지속적으로 해나가야지요”라고 고집스럽게 접착용 필름 개발에 매진할 뜻을 분명히 했다.

 

주 아이템인 자동차용 접착제 필름의 세계적 최강자가 되기 위해 제품 하나하나의 품질에 정성을 쏟으며, 늘 새로운 발전을 위해 열려 있는 마음으로 시장에 다가서는 ㈜삼성그라테크의 조용하지만 힘찬 도전을 응원해 본다.        

 

신호연 기자 news@ih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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