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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숙 시인의 ‘생활과 시(詩)의 동거’ 21] 햇 가을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24/11/11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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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은숙 시인 / 메밀꽃 천서리 막국수 대표 /시민로스쿨화성지원장     ©화성신문

 

 

 

 

 

 

 

 

 

 

 

 

햇 가을

 

햇 과일, 이라는 말을

햇 가을이라고 들었다

 

높아진 햇볕처럼

내 귀도 높아졌거나 멀어졌다고

생각했지만 때론

높은 말을 낮게 듣는 습관인 귀가

낮은 말을 높게 듣는 어짓장의 내 귀가

이번엔 바로 들었다는 판단을 내렸다

 

모든 햇과일들은

대부분 가을에 나온다는 것쯤

곰곰이 생각해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가을이 햇살을 끌고 다니다 

이쯤이다 싶어 풀어놓은 자리

서둘러 햇살 채집을 하는 것이다

몽롱한 비밀처럼

말간 착각처럼 

모두 햇살의 나이를 먹는 셈이어서

낮은 하늘 빛과 높은 하늘 빛

또는 무거운 물기와 가벼운 물기들  

햇과일을 잘못 발음한 것은 

쫓기는 햇살 탓이라고 얼버무려도 되지  

   

그러니 지구의 어느 과수원에는

아직 이름을 얻지 못한 과일의 품종이 있다면

햇 가을이라는 이름을 

지어 주고 싶은 것이다.

 


 

봄부터 내리쬐던 햇살은 어느덧 가을에 도착해 있다. 

높아진 하늘만큼 높아진 햇살, 이리저리 바람에 쏠리던 햇살에 제대로 익은 햇 가을이라는 이름을 가진 과일은 어떤 맛일까 생각해 본다. 

비 맞은 슴슴한 맛이거나 햇살 담은 따끈한 맛이거나, 때론 아무도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을 만들어 외면하고 싶은 가을이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화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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