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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호 교수의 Leadership Inside 326]
위기의 삼성전자, ‘반도체인의 신조’를 다시 보라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25/01/13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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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호 아주대학교 명예 교수     ©화성신문

반도체 업계가 요동치고 있다. 컴퓨터의 두뇌라고 할 수 있는 중앙처리장치 CPU를 생산하는 인텔(Intel)이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1968년에 설립된 인텔은 1970년대 후반부터 컴퓨터의 CPU라는 특수 연산장치를 생산하면서 소프트웨어 회사인 마이크로소프트와 함께 컴퓨터 산업에서 왕좌를 지켜왔다. 산업계에서는 이들의 협력관계를 윈텔리즘(Wintelism: Windows+Intel)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그 인텔은 옛날이야기가 됐다. 2024년 들어 계속 실적이 떨어지고 있으며 10월에는 1만 6000명에 달하는 감원 계획을 발표했다. 주가 변동을 보면, 2023년 40달러대를 기록하던 주가가 2024년 들어서는 20달러까지 떨어졌다. 미국 증시 지수 중 하나인 다우존스는 지난해 11월 1일 그들의 지수 평가 대상에서 인텔을 제외한다고 발표했다. 다우지수는 미국의 가장 오래된 증시 지수로서 30개 우량 기업의 평균을 지표화하고 있는데, 25년간 지수에 편입되어 있던 인텔을 빼버리고 그 자리에 엔비디아(NVIDIA)를 넣는다고 발표한 것이다. 인텔로서는 기가 막힌 일이 아닐 수 없다. 

 

인텔의 위기는 시대 변화를 놓친 데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인텔은 21세기 들어 크게 두 가지 오판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첫째는 스마트폰 시대를 놓친 것이다. 2006년 스티브 잡스가 스마트폰을 개발할 때, 인텔에게 스마트폰에 들어갈 반도체 칩을 개발해 달라고 부탁했으나, 인텔은 이 제안을 거절했다. 스마트폰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것이다. 

 

다른 하나는 엔비디아가 시도하고 있는 병렬처리를 경시한 것이다. 엔비디아는 게임산업에서 필요로 하는 연산을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기존의 CPU와는 달리 일을 병렬로 처리하는 방식의 새로운 칩을 개발하고 있었는데 인텔은 이 현상 또한 경시했다. 그들의 CPU가 이미 훌륭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인텔 못지않게 위기를 맞고 있는 곳이 삼성전자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 초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반도체 부문 CEO인 전용현 부회장이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로 걱정을 끼쳐 고객, 투자자, 임직원에게 송구하다”고 사과문을 발표하기까지 했다. 분기 영업 이익이 10조 원대를 못미치는 9조 원대라는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삼성전자의 장래에 대한 우려가 비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의 최강자이기는 하지만, 중국 제품이 바짝 뒤를 쫓고 있고, 새롭게 시도하고 있는 파운드리에서는 TSMC의 아성을 감히 넘보지 못하고 있는 데다, 결정적으로 새로운 반도체인 고대역 메모리 HBM에서 SK하이닉스에 뒤지고 있다. 다른 누구도 아닌 하이닉스에게 뒤진다는 것은 삼성인으로서 참기 어려운 일일 것이다.

 

삼성도 2019년 HBM 연구를 검토했다. 그러나 그때만 해도 HBM의 수요가 불투명했다. 만들기 까다롭고 비용이 많이 드는 이 제품을 누가 쓸지 의심스러웠다. 그보다는 자신의 주력 제품이 여전히 잘나가고 있었기 때문에 신제품에 대한 절박감이 없었다. 반면에 SK하이닉스는 HBM에 생사를 걸었다. 그 결과가 이렇게 되고 만 것이다.

 

인텔이나 삼성전자나 똑같은 병에 걸려있다. ‘이카루스 패러독스’ 말이다. 성공이 곧 독이 되고, 성공이 실패를 잉태하고 있다는 병 말이다. 다른 말로는 ‘1등병’이라기도 한다. 성공하면 자만하게 되고, 현재에 안주하게 된다. 곧 변화에 둔감하게 되고, 혁신이 밀려나게 되는 것이다. 

 

인텔이나 삼성은 이미 이런 병이 올 것을 대비하고 경계를 했었다. 

 

1987년부터 1998년까지 11년간 인텔의 CEO를 한 앤디 그로브는 ‘오직 편집증 환자만이 살아남는다’고 외치면서 안이함을 경계했었다, 그리고 삼성에서는 1993년에 이건희 회장이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고 주문했으며, 삼성전자 부회장을 지낸 권오현 씨는 ‘초격차’를 부르짖었다. 그런데도 1등 병을 막지 못하고 오늘에 이른 것이다. 이것이 인생사이고 경쟁의 원리다.

 

1등 병을 치유하는 길은 초심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아무것도 지킬 것이 없는 그 당시로 말이다. 모든 것이 불안했지만 열정으로 똘똘 뭉쳐있던 그때로 말이다. 지킬 것이 많으면 변화에 둔해지는 법이고 지킬 것이 없으면 미래에 투자하는 법이다.

 

삼성전자에는 ‘반도체인의 신조’라는 것이 있다. 1983년 반도체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매일 외쳤던 그들의 다짐 말이다. 10가지 신조 중에서 권오현 전 부회장은 두 가지는 자기 삶의 신조가 되었다고 했다. “안 된다는 생각을 버려라.” “큰 목표를 가져라.” 반도체인의 신조 1과 2이다. 위기 극복을 위해 애쓰고 있는 삼성인들이 다시 들여다 볼 것은 바로 이것이 아닌가 싶다.

 

choyho2@naver.com

유튜브채널- https://m.youtube.com/@greenfrog214-s7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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