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방콕에서 전라남도 무안국제공항으로 향하는 제주항공 7C2216편이 착륙 중 사고가 나 181명의 탑승객 중 179명이 사망하는 대참사가 발생했다. 무엇보다 무안공항 참사로 인해 사망하신 고인들에게 조의를 표한다.
사고의 원인중 블랙박스를 해독해야 정확하게 밝혀지겠지만, 버드 스트라이크(조류 충돌)도 주요한 원인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이번 참사를 통해 무안공항의 문제점이 여기저기서 드러났다. 경제성 향상을 위해 인근 광주공항으로부터 국제선을 끌어오면서 광주공항과 무안공항 모두가 피해를 입는 일도 있다고 한다. 근본적으로 무안공항이 필요했는가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
이번 무안공항 참사로 인해 우후죽순으로 추진되는 전국 각지의 국제공항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볼 때가 됐다. 무엇보다 서부권 바닷가 화옹지구를 둘러싼 수원시, 국방부, 경기도의 공항 건설 시도에 대해 하나하나 문제점을 되짚어봐야 할 때다.
수원시는 공군 제10전투비행단 이전을 시도하는 가운데 화성시 화옹지구를 예비이전후보지로 선정했다. 이 과정에서 화성시민과 화성시의 의견은 전혀 중요치 않았다. 화옹지구는 또 경기도로부터 경기남부국제공항 예비이전후보지의 하나로도 선정됐다. 역시 화성시민과 화성시의 의중은 중요하지 않았다. 수원시, 국방부, 경기도 모두의 논리 때문에 104만 화성특례시민만 피해를 입게 된 것이다.
화성시 화옹지구는 바다를 매립해 만든 간척지다. 화옹지구와 인공호수인 화옹호는 모두 전 세계적인 철새의 도래지가 되면서 관광자원으로의 가치를 높이고 있다. 2020년 화성시, 화성환경운동연합, 새와 생명의터가 지난 6월부터 7월까지 3차례에 걸쳐 조류를 조사한 결과 희귀 조류 총 20종이 화성습지를 서식지 또는 산란지로 이용하고 있는 것도 확인됐다. 화옹지구가 공항이 아니라 천혜의 자연경관을 지닌 보전지로서 가치가 더욱 커졌다. 천연기념물과 세계적인 멸종위기종이 서식하고 있어 순천만 습지에 버금가는 생태계의 보고인 것이다. 이처럼 가치가 큰 화옹지구를 개발해 공항을 건설한다고 해도 이번에는 안전문제에 당면해 있다.
이미 2017년 이시완 당시 한국조류학회 부회장은 “비행장 건설 완료 후 비행장을 이용하는 항공기와 조류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번 무안 참사와 같은 버드 스트라이크가 화옹지구에서도 일어날 수 있음을 경고한 것이다.
결국 화옹지구에 공항을 건설한다는 것은 막대한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자연을 훼손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화옹지구, 화성호, 화성습지 등 후손에게 물려줘야 할 천혜의 자연유산을 해치면서 불구덩이로 뛰어드는 셈이다.
우리는 인천국제공항 건설 과정에서 영종도의 수많은 생물들이 자취를 감추는 것을 목도했다. 화옹지구는 갈수록 줄어만 드는 대한민국 습지의 요람이자 서해안의 마지막 생태 보고다. 정치적 목적을 가진 무조건적인 공항 건설 계획은 반드시 철회돼야 한다. 무엇보다 생태 보고를 어떻게 유지해 나갈 것인지, 철새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이지를 먼저 선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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