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례시로 편입된 화성시의 시책이 여전히 구태의연한 것은 심히 우려되는 사안이다. 화성시는 시립요양원(시립화성 실버드림센터)을 설립하면서 공공이 민간의 영역을 침범한다는 비판을 들은 바 있다. 이미 요양원이 포화상태에서 공공이 새롭게 참여하는 것은 가격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민간업체를 죽이는 형태라는 것이었다. 새로운 시책이 마련, 시행될 때는 무엇보다 공공성이 우선시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치매전문병원이라는 화성시립요양원이 일반 노인요양원을 병행하면서 얼마나 공공성을 갖춰졌는지에 대한 의문이 컸다.
화성특례시는 이번에는 시립 반려동물진료센터(동물병원)와 시립 반려동물입양센터 설립을 추진하면서 또 다시 비난을 받고 있다. 화성특례시는 반려동물 전문부서를 신설하며 주목받은 바 있다. 다양한 반려동물 축제를 여는 등 진일보한 반려문화를 마련하는 데 성과를 거두고 있기도 하다. 최근에는 동물보호과로 명칭을 변경하며 선진 반려문화 조성에 앞장서고도 있다. 그러나 이번 시립 반려동물진료센터와 반려동물입양센터를 설립하는 안은 좀처럼 이해하기 어렵다. 화성특례시는 기초수급자, 차상위계층, 장애인 등 어려운 이들이 반려동물과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당연히 이용비를 저렴하게 책정할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시의 주장대로라면 최소한 지역별로 센터를 설립하는 것이 마땅하다. 서울의 1.4배의 면적을 갖춘 화성특례시에 1곳의 센터만 설립한다면 이용률이 그 지역에 한정될 것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특히 취약계층의 경우 타 지역에 있는 시립 센터를 이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시의 설명대로 경제적으로 형편이 어려운 취약계층을 위한 센터였다면 동부, 서부, 남부, 북부 등 핵심 지역에 센터를 각각 설립하는게 합당하다.
2024년 12월 말 기준으로 화성시 동물병원은 86개소에 달한다. 특히 인구가 증가하고 신도시 조성이 확대되면서 동물병원 증가세도 가파르다. 이러한 상황에서 1개 시립 센터가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오히려 상대적으로 비용이 저렴한 시립 센터가 운영됨으로써 민간 동물병원에 대한 불신만 키울 수도 있다.
관련 업계의 반발이 크자 시의 대응모습은 더욱 가관이다. 당초 반려가족이 많은 동탄신도시에 센터를 오픈하고자 했지만, 반발이 거세자 슬그머니 이를 백지화했다. 센터를 설립한다는 사실 이외에는 모든 것을 원점에서 재검토한다는 것이다. 당연히 9월 오픈 예정일은 한없이 밀렸다. 새롭게 부지를 선정하는 등 절차를 진행한다면 내년 상반기 오픈도 장담할 수 없다. 준비가 부족한 시책임을 스스로 자인한 셈이다.
코로나 팬데믹에 이은 국제 금융위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최근의 탄핵정국까지 국내외 정세가 숨가쁘게 변모하고 있다. 치솟는 국제환율에 따라 유가의 상승세는 계속되고 원자재 가격도 우려되는 수준으로 치솟고 있다. 시민들은 주머니를 닫고, 기업은 비상상황에 돌입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화성시의 명분없는 공공시장 진입은 관련 업계를 넘어 시민들의 반발을 가져올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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