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자동차보험 제도 개편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자동차보험 손해율을 개선하기 위해 경상 환자의 치료 기간을 제한하고 향후 치료비 지급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자동차보험의 과잉 진료 논란과 보험료 인상 문제를 고려하면 제도 개선 논의 자체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정책은 항상 한 영역의 문제를 해결할 때 다른 영역에 문제를 초래하지 않는지 꼼꼼하게 살펴봐야 한다. 특히 이번 자동차보험 제도 개편은 국민건강보험 재정에 미칠 영향을 함께 검토하지 않으면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자동차보험과 건강보험은 서로 다른 목적과 원리를 가진 제도이다. 자동차보험은 교통사고로 발생한 피해자의 치료비를 가해자의 책임에 따라 보상하는, 책임보험의 성격을 지닌다. 반면 건강보험은 국민 전체가 위험을 분담하는 사회보험으로, 질병과 부상으로 인한 의료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운영되는 사회보장 보험제도이다. 다시 말해 자동차보험은 책임의 문제이고, 건강보험은 사회보장의 문제이다. 이 두 제도의 경계가 흐려질 경우 보험원리에 맞지 않는 정책적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
이미 이러한 현상은 감사원 자료를 통해서 일부 확인이 됐다. 2025년 4월 감사원의 ‘건강·실손·자동차보험 등 보험서비스 이용 실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자동차보험과 건강보험 사이에서 비용 전가 현상이 나타났다.
향후 치료비를 수령한 이후 건강보험으로 치료를 받은 사례가 연간 약 822억 원 규모로 추정되며, 민간 자동차 손해보험 책임보험사가 부담해야 할 치료비가 건강보험으로 이전된 사례도 수백억 원 규모로 확인됐다. 이는 자동차보험과 건강보험 간 정보 공유와 비용 정산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통사고 경상 환자(12∼14등급) 치료 기간을 8주 수준으로 제한하는 정책이 시행되면 어떤 일이 발생할 수 있을까? 자동차보험이 부담하던 치료비 중 더 많은 비용 일부가 건강보험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
자동차보험의 연간 치료비 규모는 약 4조 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만약 이 가운데 일부가 건강보험으로 치료받는 향후 치료 비용으로 전환되면 건강보험 재정 누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보험 당국의 정책 의도와는 달리 보험사의 비용 부담은 줄어드는 반면 공적 보험의 재정 부담은 늘어나는 구조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있다.
무엇보다 자동차보험과 건강보험 간 정보 공유 체계를 강화하고, 향후 치료비 지급 이후 동일한 사고 상병으로 건강보험을 이용하는 경우 중복 지급을 방지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또한 책임보험사가 부담해야 할 치료비를 건강보험이 대신 부담하지 않도록 구상권 제도나 사후 정산 방법을 보다 실효성 있게 운영할 필요가 있다.
민영 손해보험과 건강보험 제도는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여러 제도의 균형 속에서 작동해야 한다. 정책의 성공은 한 제도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뿐만 아니라 전체 시스템의 균형을 지키는 데서 나온다. 최근 진행되는 자동차보험 개편 논의가 이러한 재정 균형을 고려한 정책적 접근 속에서 건보재정으로 전가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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