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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이웃의 수호천사 ‘방문간호사’
“첫 방문의 설레임을 아직 기억해”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13/05/31 [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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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3월 방문간호사라는 이름으로 처음 방문을 나갔을 때 지금 생각만 해도 설레였던 마음이 크다. ‘99세까지 88하게’라는 타이틀에 맞는 일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일을 할 수 있어서 말이다.

그 설레는 마음으로 처음 전화약속을 하고 찾아간 곳은 자그마한 평수의 영구임대아파트의 한 가정이었다. 집안에 들어서자마자 뭔가 퀴퀴한 냄새가 나고 몸이 불편하셔서 얼굴을 찡그린 표정에 누군가 찾아오는 것도 싫어하시는 열악한 생활환경을 느낄 수 있었다. 몸이 불편하신 할아버지를 간병하는 할머니 또한 고되고 오랜 병수발로 매우 지쳐 보이셨다.

할아버지는 뇌병변 1급 장애로 하루 종일 누워계셨으며 목욕을 오랫동안 하지 않으셨는지 하얗게 각질이 일어나고 냄새가 났다.

특히 오랜 와상상태로 제대로 체위변경이 되지 않아서인지 엉덩이 부위의 욕창이 심해 빨리 치료를 요하는 상태였다. 또한 당뇨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식후혈당이 200mg/dl 이상 측정되는 상태여서 상처치료에 호전이 없을까 걱정이 되는 상태였다.

먼저 장애인복지센터에 연계를 하여 목욕서비스 등으로 위생 상태를 유지하게 하였으며 첫 주 동안은 매일방문계획을 세워 지속적인 혈당 모니터링과 상처부위 드레싱, 체위변경 등을 해드렸다.

처음엔 할머니께서 오랜 병수발로 할아버지께 어떠한 처치를 해드리는 것에 대해 매우 귀찮아하시며 스트레스를 받아하셨지만 지속적인 대화와 교육, 그리고 점점 호전되어지는 할아버지의 모습을 보시며 점차 마음을 여시고 할아버지 간호에 적극 참여하시게 되었다.

점점 호전되시는 할아버지를 위해 더 이상의 욕창이 발생치 않도록 에어 매트리스 대여와 이동하실 수 있도록 장애인협회와 연계하여 휠체어도 지원해드렸다.

또한 할아버지 병수발로 정작 본인의 건강문제를 방치해두셨던 할머니에게 고질병이었던 무릎관절도 무료인공관절수술로 도움이 되었으며 뿌옇게 보이던 눈도 백내장 수술지원으로 환한 세상을 보시게 되었다.

여러 번의 사업실패로 소홀해진 자녀들도 이젠 이 노부부를 찾는 횟수가 늘어가고 화기애애한 가정 분위기가 되었다.

그리고 얼마 전 방문을 드렸을 때 남모르게 지역사회를 후원하시는 분의 도움으로 김치와 빵이 지원되며 이미용 연계가 이루어져 할아버지의 반짝반짝한 외모를 보고 한 번 더 놀라웠다.

처음 열악한 환경과 자신의 처지를 남에게 보이기 싫어하시며 타인의 방문을 경계하셨던 할아버지, 오랜 병수발로 모든 것이 귀찮고 스트레스였던 할머니... 그러나 지금은 “방문간호사가 오면 할아버지 얼굴이 밝아져~”라며 반기시는 할머니와 수줍게 웃어주시는 할아버지의 얼굴이 제일 먼저 볼 수 있는 광경이다.

이렇게 건강이 점점 호전되고 그의 따라 가정의 문제도 함께 해결돼 가는 것을 보면서 나는 방문간호사로서 보람과 자부심에 흠뻑 빠지게 된다.

또한 어려운 가정을 소개하면 내 가족, 내 일처럼 발 벗고 나서서 도와주는 도움자분들을 보면서 점점 이기적으로 변해가는 세상에 마음 따뜻한 한구석을 발견한 것 같아 기쁘다.

나의 기쁨이 큰 만큼 계속 최선을 다해 구석구석 도움을 필요로 하는 대상자들을 향해 발걸음질 할 계획이다. 또한 내가 발걸음 한 곳곳마다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길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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