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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라술 올리며
비옵나니…”
무사 무탈 평안을 기원하는 정남면 관항리 ‘만은동산신제’ 거행
한마음으로 서로 안녕 비는… ‘마을결속 위해 의미 있는 일’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13/11/06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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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가구가 한마음으로 지내는 산신제
2013년, 지금도 마을의 안녕과 복을 비는 산신제 지내는 마을이 있을까?
있다.

지난 2일(음력 9월 그믐)은 정남면 관항2리의 ‘만은동산신제’ 입제일이었다.
만은동의 행정구역명은 관항2리. 아침부터 분주하고 수상한 기운이 흐르던 마을회관에선 때 아닌 푸줏간 풍경이 벌어졌다.

바로 ‘만은동산신제’ 입제일.
산신제 지낼 소를 잡아 제상에 올릴 소고기를 따로 두고, 나머진 산신제에 참여하는 가구 수 만큼 각각의 몫으로 나누는 일을 하느라 마을사람들의 손길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이 ‘만은동산신제’는 마을의 무사 무탈 평안을 기원하는 제사로, 오랜 세월 밤 11시에 진설을 시작해 10월 초하루 자시에 제사를 지내오고 있다.

이 산신제를 위해 해마다 40호 정도 되는 현 마을 주민들은 물론 이곳을 고향으로 둔 사람들까지 참여하는데, 올해도 79가구가 함께 돈을 각출해 제수경비를 충당했다.

지금까지 참여해오고 있는 가구들은, 새로 들어오는 경우는 있어도 빠져나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것이 이상헌(57, 시 농업경영인 정남면 회장) 관항2리 이장의 증언이다.
 
관항리는 예로부터 마을 뒤편에 있는 태봉산의 정기를 받아 높고 귀한 관리가 배출된 곳이라는 뜻의 관골(官谷)이 있었고, 높고 큰 골짜기에 위치했다는 항골(項谷)이 있었다 한다.

1914년에 행정구역을 조정할 때 관골과 항골을 합하해 관항리(官項里)라 부르게 되었고 결국 관항1리와 2리의 두 개 마을로 행정구역이 이루어졌다.

관항1리는 ‘탑산골’, ‘황골’, ‘담안’ 등으로 불리었고, 관항2리는 ‘막은골’이라 불렸다는데……. 관항2리는 태봉산 줄기가 마을 뒤쪽을 둥글게 감싸고 있어 마을이 삼태기 모양으로 숨어있었다.

그런데 어느 때부터인가 마을 앞쪽에 새로운 마을이 생기자 이 마을에 재앙이 그치지 않았다고 한다. 마을 사람들은 재앙을 막기 위해 소나무를 심어 마을을 가리자 재앙도 그쳤다고 한다. 소나무를 많이 심어 재앙과 바람을 막았다 하여 ‘막은골’이라 불렸다는데, 어쩌면 ‘만은동’이란 이름의 어원을 ‘막은골’에서 찾을 수 있을 듯도 하다.
 
조라술 올리며 한마음으로 비는 ‘공동체의 안녕’
태봉산 줄기인 도당산 자락에 위치해 있는 관항2리 윗자락엔 여느 마을과는 달리 자그마한 산신각이 있다. 뿐만 아니라 산신제 지낼 때만 쓰는 우물도 따로 있다. 이 우물은 마을 사람들이 수시로 청소를 해 항상 청결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산신제를 앞두고 제관을 뽑을 때는 생기복덕에 따라 당주와 축관, 제관을 뽑는데, 올해의 당주는 이갑상(68세) ㆍ 축관 최동근(41세) ㆍ 제관 최원대(77세)씨.

이들은 일주일간 상가나 잔칫집에도 안 가고 비린음식이나 육류도 안 먹고, 몸과 마음을 정갈하게 하여 산신제에 대비한다. 마을사람들도 3일간은 비린음식을 금하는 등 심신을 정갈하게 가다듬는다.

또한 산신제에는 ‘조라술’이라는 식혜 비슷한 제주를 쓰는데, 먼저 술을 담아 당수나무 밑에 뒀다가 사흘 만에 떠서 제주로 쓴다. 이때 산신각의 남녀 신 중 여자 신에게 먼저 술을 올리는 것도 ‘만은동산신제’의 특징이다.

입제일 새벽, 잡은 소가 오면 직접 마을 사람들 손으로 고기를 발라서 제상에 올릴 것과 마을주민들이 음복할 분량의 고기를 손질해 나누는 것도 이 마을의 전통이란다.

“조선시대 때부터 마을에서 산신제를 지내왔다는 정도만 알지 정확히 언제부터 지내왔는지는 알지 못해요. 선대들이 일러주지 않고 돌아가셨기 때문이죠. 아마 그 분들도 정확히는 모르셨기 때문일 겁니다”

이상헌 이장의 말이다.

또한 이 이장은 “요즘 시대에 산신제 의미가 있느니 없느니 따질 필요는 없는 일”이라며 “떠나 살든 여기에서 살든 이 마을 사람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심신을 정갈하게 하여 서로의 안녕을 비는 것은 서로의 결속을 위해서도 좋은 일이며 소중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라며 은근히 화목함을 자랑한다.

맞는 말이다.

산신제란 형식을 빌려 마을의 안녕과 평안을 비는 만은마을 사람들… 어쩌면 그들은 삶의 맛과 멋을 제대로 알고 정을 나눌 줄 아는, 우리가 꿈꾸는 인간 정서의 원형을 이어가고자 하는 사람들일지도 모른다. 
 
손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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