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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줄문화의 폐해와 관피아 소탕
김덕만 전 국민권익위 대변인 한국교통대교수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14/07/02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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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성신문
여객선 세월호 침몰 대참사가 터지면서 ‘해피아’란 말이 매스컴을 도배하고 있다. 해양수산부 관료 출신과 마피아를 빗대어 생겨난 합성어로, 해운조합 선박안전기술공단 등 산하단체 요직에 해수부 관료출신들이 앉아 권력을 남용하거나 부패에 연루돼 사회적 지탄을 받게 되자 이말이 갑자기 등장했다.

이 같은 관료 중심의 낙하산 인사들의 폐해를 가리키는 신조어가 부쩍 많아졌다.
 
지난해 한국수력원자력 입찰비리로 특정 대학 원자력학과 출신 간부들이 많이 구속되자 `원전마피아'란 말이 등장했다. ‘산피아(산업통상자원부 출신 조직)’ ‘금피아(금융감독원 등 금융계 공직자 출신 조직)’ 등의 말도 같은 식으로 만들어졌다. 원래 이런 신조어는 옛 재무부(MOF) 관료 출신들이 줄줄이 금융권 및 각종 산하단체 요직에 낙하산 인사로 내려앉아 온갖 이권과 비리에 연루되자 이들을 비꼬아 ‘모피아’란 조어가 생겨나면서 파생됐다.

마피아는 이탈리아의 시칠리아 섬을 근거로 하는 대형 범죄조직에서 나온 말이다. 이탈리아 출신 사회학자 감베타가 쓴 보고서 ‘마피아 연구'에 따르면 마피아 조직은 공적 신뢰가 낮고, 사적 신뢰가 높아 친분에 의해 모든 것이 결정되는 연줄사회 문화를 갖고 있다고 한다.
 
마피아 조직의 연줄사회 문화는 시장 선점을 위해 제품 경쟁력에 투자하지 않고, 사적신뢰 즉 연줄 투자에 몰두하게 된다. 주한 다국적 기업의 한 대표는 ‘한국 사람들은 연줄모임에 살고 연줄모임에 죽는 것 같다’며 연줄 없이 사업에 성공하거나 출세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비꼰다.

연줄 투자로 형성된 패거리 문화는 주로 지연 혈연 학연 관연(官緣) 중심으로 이뤄졌다.
 
특히 세월호 침몰 수사에서 드러나듯이 관연 주도 낙하산 인사 폐해가 국가적 재난 유발 문제의 핵으로 떠올랐다.
 
해피아 산피아 금피아 등과 같이 관료 출신들이 기관장과 요직을 주고받으며 이권에 개입하고 부정부패를 일삼게 되는 사회가 돼버렸기 때문이다. 소위 ‘관피아’ 사회로 고착화된 것이다. 한국형 패거리 문화의 특징은 경조사와 접대에 많은 투자로 사적신뢰를 부풀리는 행태를 이룬다.

연간 경조사비는 10조원에 이르고 기업 접대비는 6조 6,000억 원에 달한다. 이 두 가지 지출 비용에 뇌물성 상납금이 포함되었다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한 예로 해운조합의 안전교육비는 50만원인데 접대비는 수천만 원이었다.
 
사실 전통적으로 애경사 문화는 향약·두레 등을 통해서 보듯이 서로 어려운 일을 도우며 살아가는 아름다운 품앗이 문화였다.
 
그토록 좋은 문화가 압축성장의 산업화 과정에서 안타깝게도 사적신뢰를 쌓는 뇌물성 불건전 문화로 변질됐다. 지구촌 어느 나라를 봐도 이런 연줄 투자에 매몰된 과다경조문화는 찾아보기 힘들다.

하루가 멀다 하고 곳곳에서 터지는 부정부패와 국가적 재난을 어떻게 하면 고칠까에 대한 대답은 이제 자명해졌다.
 
지연·학연·혈연, 그리고 직장 연고로 전염된 부패 유발 패거리 카르텔을 척결하는 것이다. 끗발을 내세워 뒤를 봐주고 끼리끼리 검은 돈을 챙기는 패거리 연줄문화가 여기저기 독버섯처럼 솟아 있는 한 아무리 좋은 법과 제도를 만든다 해도 공염불에 불과하다.
 
얼마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식으로 까마득히 잊어버리기 전에 이번에는 단단히 대책을 세워야 한다. 부패연줄의 시작과 끝에는 다름 아닌 권력과 금력이 똬리를 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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