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마음의 사막에 물을 주는 사람들<1>
이판도 전 협성대 음악과 외래교수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14/07/30 [09:16]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물질만능에서 오는 인간성의 파괴는 우리의 심성을 사막화 한다.

삶에 대한 불안과 사회에 대한 불신은 자기방어와 이기심이 보편화 된 편협한 인간을 만들고 있다. 세월호 침몰 이후 우리는 돈의 신화로부터 깨어나기를,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거대한 국가 조직으로부터 벗어나기를, 악취 나는 거짓과 모함의 세계를 타파하기를 갈망하고 깨닫게 되었다. 지금이 바로 사력을 다해 새로운 삶의 길을 찾아야 할 시점이다.

그 대안은 우선 ‘인간다운 삶’에 대한 희망과 신념을 찾는 일이다. 그 방법으로, 인류가 남긴 문화예술의 유산을 통해 위대한 정신과 숭고한 이상을 찾아 허물어진 우리들의 정신성을 회복하는 길이 순서인 것 같다.

벌써 3주째 짧고 긴 책 네댓 권을 독파하고 있다. 우리 동네 도서관에 방금 부화된 독서 동아리가 생겼기 때문이다.

“남자의 정신은 우주의 저 머나먼 곳에서 방황하는데 여자는 그걸 자기 가계부 안에다 가눠두려고 하는 거요” “내 부인? 나 자신에게는 관심이 없었어, 내가 자기 것이 되어주기만 바랐지.”

화가가 되기로 하고 자신의 가정과 사회적 기반을 떠난 주인공이 그 이유를 묻는 지인에게 단호히 던지는 말이다. 삶의 허상을 이토록 통쾌하게 한방으로 날릴 수 있는 캐릭터 때문에 주말 이틀을 한가롭게 책속에 파묻혀 피서를 한 셈이다. 인습에서 벗어나 철저하게 자신을 찾아나서는 주인공은, 서머셋 모옴의 소설 ‘달과 6펜스’에 나오는 후기 인상파의 대가인 고갱이 그 모델이다.

이렇듯 한여름 독서삼매에 빠지게 된 동기는 올봄에 봉담 도서관에서 문학 강의를 함께 들었던 수강자들이 모여 자발적으로 독서동아리를 결성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많은 사람이 유익한 강좌에 참여를 했으나 관계하고 소통하는 점에서는 항상 낯선 느낌 때문에 허전함이 있었던 터였다. 도서관이 사람을 맺어줄 뿐만 아니라 인문학의 정신으로 우리 마을을 돌볼 사람들을 키웠으면 하는 생각에 수강 후 흩어지는 사람들을 보면서 아쉬움이 컸다.

그러던 차에 작년 가을 개관 4주년을 맞이한 봉담 도서관에서 이용자 간담회를 열었다.
 
참석하신 분들은 그간에 모니터링 한 것과 도서관에 대한 기대, 프로그램에 대한 요구 등을 생각 외로 열렬하게 발언을 해 곳곳에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것이 주민과 도서관 실무자들의 진솔한 만남의 계기가 된 것인지 올해는 보다 풍성한 인문학의 밥상을 차려주는 것 같아 도서관이 더욱 편하고 낯익은 장소로 변해간다.
 
작년과 올 상반기까지 순수 인문학의 강좌는 정신적 안식처를 고대하던 주민들에게는 상당히 고무적이었다. 그 시발점으로 볼 수 있는 것이 작년 5월에 시작된 자서전 쓰기다.
 
자신을 되돌아본다는 점과 글을 써야한다는 부담은 꽤 진지한 작업으로 이어져 개인적으로는 큰 보람이 있었는데 끝까지 마무리한 사람들을 위해 도서관에서는 ‘내 인생의 봄날’이라는 타이틀로 책까지 출간해 주었으니 이보다 더 큰 혜택이 있겠는가.

지난해 하반기에는 ‘힐링문학’ 강좌가 있었고 연이어 올 전반기에는 ‘문학이 나를 숨 쉬게 한다’로 문학 강좌가 계속 이어져 왔다. 수요일 야간엔 ‘동화구연 급수반’ 목요일 야간에는 ‘우리고전의 재해석’이란 제목의 강좌도 흥미로워 주민들의 활발한 참여가 이어졌다.
 
또한 작년에 시작한 ‘미술사’ 강의는 ‘명화로 읽는 그리스 신화’라는 타이틀로 연계돼 향남과 남양의 주민들까지 원정을 오니 강좌 때 마다 만나게 되는 인문학의 열혈동지들이 생겨 1년여의 시간이 드디어 가지를 치는 듯 커가는 것이 보이는 것 같았다.
 

(다음호에 이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화성신문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인기기사목록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