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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사막에 물을 주는 사람들 <2>
이판도 전 협성대 음악과 외래교수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14/08/14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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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 미술이 주는 풍성함을 누리며 1년 반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구성원 간의 신뢰와 친밀감이 쌓였다. 처음 한 두 사람이 집으로 초대를 하더니만 나중엔 돌아가면서 자택으로 초대를 하는 기현상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이것은 주로 땅에 집을 짓고 사시는 터주 대감다운 체면과 인심에서 나오는 것 이여서 근간에는 보기 드문 문화였다.

전원생활을 꿈꾸어 15년 전에 우리 지역으로 이주하신 분께서 커다란 엄나무 그늘 아래로 야외식사 초대를 하신 것이 시발점이 되었다. 낭만의 정찬 이였을 뿐만 아니라 후에 농사법이나 김치 담그는 법도 전수를 받게 되었다. 이어 온가족이 강아지 사랑에 흠뻑 빠져 사시는 분이 초대하셨다.
 
이분은 정원가꾸기가 취미였는데, 대문 앞에 도착하니 강아지집 위에 커다란 파라솔을 설치해 놓아 우리를 감동 시켰다. 뿐만 아니라 새들이 먹으라고 화분에 벼를 쭈루룩 심어 놓아 또 한번 놀라게 하였다. 집안 제사라시며 날 잡아 초대하신 분은 그 효심이 중국까지 전파되어 효자의 전설이 된 600년 가문의 종가집이였다.

담당 강사님께서는 세상에 이런 동네가 또 어디 있나고 하시며 밤새 한 방울씩 떨어지는 귀한 더치 커피를 준비해 오셔서 매번 참석을 하시고 인정과 아름다움을 함께 나누어 주셨다. 선생님께서 문학박사이여서 “봉담 아줌마들은 박사님과 논다.” 하면서 행복한 웃음꽃을 활짝 피웠던 것이다. 정말이지 미학박사님인 미술사 선생님과도 한 여름밤 호수공원에서 발에 물을 담근 체 밤하늘을 바라보던 시간도 있었으니까 말이다. 그러니 봉담도서관으로 오면 동네 아줌마들은 박사님과 놀게 되어있는 것이다. 그러니 얼마나 대단한 인문학적 혜택인가

이러한 분위기를 통하여 자기 개방 방식이 자연스럽게 번져 나갔다. 신도시에 막 들어온 나그네 같은 신세대분들에게는 봉담을 보고 느끼는 생활의 장이 되었고, 연배 뿐 만아니라 세대 간의 소통을 하게 하는 데에 크게 기여를 한 것 같다. 더구나 손수 가꾸는 채마밭에서 나온 음식들이라 이런 식생활은 봉담이 아니라면 어디서 맛볼 수 있으랴 싶었다.

이렇듯이 문학의 이름으로 마음의 사막에 물을 주니 숟한 삶의 경험들이 그만한 무게를 가지고 돌출되어 서로에게 공감이 되었고 스스로 해방이 되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문학이란 다름이 아닌 우리네 인생이 아닌가? 제각기 모양새는 다르지만 그만한 병을 앓았고, 그만한 사건을 겪었고, 그만큼 미워하고, 그만큼 사랑하고, 그만큼 시기하고, 질투하며, 마음 조리고, 긁고 산다는 것이 이해가 되는 것이다. 이렇게 삶과 인간을 이해하는 시간을 바탕으로 할 때 강요 되지 않는 사랑이 생기지 않을까? 또한 나의 부족함과 아픔을 인정하고 성찰할 때에 한결 여유가 생기고 마음에 안정감이 생기는 법. 나아가 문학적 아름다움으로 한발 더 나갈랴 치면 우리를 정화 시키는 그 예술적 경지를 맛볼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봉담 도서관 독서 동아리 ‘숨’은 이러한 시간을 바탕으로 하여 탄생한 것이다. 현재 8명의 멤버가 결석 없이 참석하고 있으며 학습방법은 각자가 원하는 주일에, 자기가 추천한 책의 내용을 발표하고, 토론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기획되었다. 그간에 장영희의 ‘문학의 숲을 거닐다’ 오스카 브르니피에 동화 ‘선과 악’ 신영림 엮음‘빈센트 반고흐의 영혼의 편지’를 학습하였다. 동아리 탄생이 쉽지 않았듯이 앞으로 “얼마나 멀리 걸어 갈수 있을까?”가 관건이다. 동아리를 동하여 성인이며 시민인 우리자신이 자율성을 어떻게 운용하는지도 실험대에 세워보고자 한다.

열심히 읽고 생각하며 나누는 일이 단지 개인의 각성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대책이 없는 현재의 우리사회를 누가 책임을 질것인가?” 를 계속 물으며 나아 갈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해야 할 일과 비전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공유하며 사회화하기 위해 노력해나갈 것이다.
 
봉담 도서관 독서 동아리 ‘숨’ 은 매주 수요일 10시부터 12시까지 도서관 3층 문화교실 1에서 모이며 누구나 자유롭게 참관할 수가 있다. 또한 뜻있는 분들이 오셔서 역량을 나누어 주시기를 기대하며 독서가 우리 마을을 변화 시킬 하루하루를 꿈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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