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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성적이 나쁘면 다른 곳으로 이사 가야 한다고?
최형근 화성시 전 부시장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14/12/10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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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 풀 뜯어 먹는 소리라고 화내지 마시라.

동탄 소재 모(某) 중학교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한 말이다.

전후 사정은 이렇다. 지난해 한 학교에서 250명만 근거리 관내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한 학교 중3 학생이 약 400명 정도임을 감안하면 나머지 150명은 오산, 평택 등 타 지역으로 간 것이다. 이렇게 되면 우선 통학시간이 만만치 않다. 아이가 적응하지 못해 힘들어 하기도 한다. 선생님들은 경각심을 갖게 하려는 차원에서 사전경보를 발령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자녀의 성적이 근거리 고등학교에 갈 수 있는 부모님의 마음은 편할까? 학교 간 서열은 이미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으니 마음의 상처를 받기 십상이다. 중학교부터 사교육 유혹과 부담은 점점 늘어간다.

아이들이 다투다가 “어차피 넌 나와 같은 고등학교에 갈 수 없어”하면 상황은 종료된다. 아이들의 가슴에 멍이 든다.
 
왜 근거리 고교진학이 안되는가?

화성은 고교 비평준화 지역이다. 비평준화 지역은 성적에 맞춰 고등학교에 지원해야 한다.
 
그런데 불똥은 엉뚱한 데서 튀기 시작했다. 동탄·병점 지역에 소재하는 소위 성적 우수 고등학교로 수원·용인·오산지역 아이들이 밀고 들어오는 것이다. 그만큼 우리 아이들은 밖으로 밀려난다. 실제로 병점고교의 경우 1학년 399명 중 161명이 화성시 관내 중학교가 아닌 다른 지역 중학교 출신들로 채워졌다. 동탄·병점 소재 고등학교 수용인원이 중학교 졸업생수를 따라가지 못하는 건 덤이다.
 
평준화와 비평준화의 차이

평준화된 학교와 비평준화 된 학교는 학생에 대한 인식에서부터 큰 차이가 있다.

평준화된 고등학교에서는 입학 초기 학생들의 학습능력이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다. 따라서 학교가 어떠한 커리큘럼을 가지고 아이들을 학습시켜 좋은 인재를 배출하느냐는 학교의 책임이 크다. 자연스럽게 학교 간 선의의 경쟁이 이루어진다. 학교장과 교사의 노력에 따라 학교는 질을 달리한다. 학교 간 서열이 수시로 바뀐다.

반대로 비평준화의 경우, 우수학생이 대거 입학한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학습능력이 특정 지점에 집중 포진되는 경향이 있다. 성적이 좋은 아이들을 받은 학교는 ‘학생들이 알아서 잘 하겠지’ 할 수도 있으며, 중하위 학생이 대거 입학한 학교에서는 ‘나름대로 노력했지만 원래 아이들 학습능력이 부족해서~~’라고 변명할 수 있다. 자연스럽게 학생들의 대학 입시 결과를 학생들의 학습 능력에서 찾는다.
 
학교 간 서열은 고정되고 공고해진다.

하향평준화? 오히려 반대…

학교가 평준화되면 성적은 도리어 하향 평준화되므로 비평준화가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있다. 과연 그럴까?

전문가들은 평준화된 학교가 학생들의 성적을 상향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성기선 가톨릭대 교수의 조사결과를 보자. 연합고사 등급이 같은 학생이 평준화 고등학교에 진학했을 때 비평준화 고교에 진학한 학생보다 수능 국·영·수 총점에서 더 높은 평점을 기록했다. 연합고사 3~10등급 학생의 경우 평준화 고교가 평균 11.8점이 높았다.
 
연합고사 2등급 학생의 경우도 평준화 고교가 7.5점 높았다. 다만 연합고사 1등급 학생의 경우에만 비평준화 고교가 6.4점 높았다. 아이의 학습 성취는 평준화된 학교에서 더 좋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보여 주는 셈이다.

고교 평준화에 필요한 절차와 시간

2012년 전국 고교 평준화 현황을 보면 학생 136만 명 중 74%가 평준화 고교에 다니고 있다. 2015년 도 내 평준화 지역은 수원, 성남, 안양권(안양, 과천, 군포, 의왕), 부천, 고양, 안산, 광명, 의정부, 용인 등 9개 학군이다. 서울에 가까울수록 평준화 시기가 빠르다.

평준화는 시에서 경기도 교육청에 평준화를 요청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도 교육청은 타당성 조사를 대학이나 학술기관을 통해 수행하고 공청회를 실시한다. 중학교 1, 2학년 학생과 학부모 1,000명 이상에게 여론조사를 해 50%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이후 관련 조례를 개정해 경기도의회의 심의 및 의결을 받으면 된다(경기도교육감이 고등학교 입학전형을 실시하는 지역에 관한 조례). 일부에서는 화성시의 넓은 면적이 평준화의 주된 걸림돌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평준화 적용지역과 비 적용지역을 함께 운용할 수 있으므로 이는 큰 문제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평준화까지 걸리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2015년 연초에 화성시가 경기도교육청에 평준화를 요청한다고 가정하면 연내에 타당성 조사 및 경기도의회의 심의와 의결을 거치는 것이 가능하다. 2016년 3월 31일까지 고입전형 기본계획이 공고되면 2017년 입학생부터 평준화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즉 짧게는 2년 정도가 소요되는 셈이다.

최대 10년 이상이 걸릴 수도 있다. 용인시의 경우 2002년 성남이 평준화 되고 수지 등에 인구유입이 대거 이루어지면서 평준화에 대한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2008년이 되어서야 학부모들이 적극 문제제기를 하면서 2015년 평준화가 확정되었다.

결국 모든 것은 학부모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의사에 달려있는 셈이다.

교육 제도는 여러 사람의 인생을 결정할 수 있는 중대한 문제다.

우리 아이들이 고교 비평준화로 상처받고 있는 현실을 외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학부모와 화성시의 발 빠른 대처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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