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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비츠를 보며 쓰는 인간심리
시민기자 김 영길 (엘림상담소장)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15/04/14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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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4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출발해 독일의 뒤셀도르프로 가던 에어버스 A320 여객기가 프랑스 남부 알프스 산에 충돌하여 탑승자 150명 전원을 숨지게 한 사건이 일어났다. 이 사건은 독일 저먼 윙스 항공사 소속 비행기의 조종석에 있던 부기장 안드레아스 루비츠가 고의로 저지른 일로 드러났다. 

 

루비츠는 자기 목숨을 스스로 버리면서 149명을 살린 것이 아니고 자기 목숨을 버리면서까지 무고한 149명의 생명을 앗아간 것이다. 

 

그것도 테러리스트가 아닌 이름 있는 항공사의 부기장이 저지른 일이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비행기를 탈 때마다 평소 사람들은 불안한 법인데 내가 탄 비행기 조종석에 혹 제 2, 제 3의 루비츠가 도사리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불안한 마음이 더 증폭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루비츠같은 사람이 국가 주요 보안 시설이나 핵무기같은 대량살상무기 시스템을 작동시키는 자리에 앉아 있어 이런 시스템을 고의적으로 작동시킨다면 생각하기도 끔직한 비극들이 일어날 수 있다. 

루비츠는 우울증을 앓기는 했지만 반사회성 인격장애와 같은 이상심리가 두드러지게 나타나지는 않았다. 

 

이런 인격장애가 두드러지게 드러나지 않은 것이 오히려 화근이 됐다. 회사가 그를 안심하고 부기장이라는 막중한 임무를 맡기는 실수를 범한 것이다. 

 

지난 냉전시대에 자유진영에서는 인류평화를 위협하는 것이 오로지 공산주의인 것으로만 생각했다. 

공산주의만 없어지면 당장에 인류는 항구적인 평화를 누릴 것처럼 생각했다. 그러다가 공산진영이 실제로 무너졌다. 

 

종주국 소련이 공산주의 백기를 들었고 냉전의 상징인 독일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다. 그러나 인류의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는 세력은 여전히 존재했다. 

 

공산주의의 만행은 만행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더 극악한 만행을 저지르는 세력들이 나타났다. 

 

항공기를 탈취하여 대형 건물에 고의로 돌진하는 자살 공격이 동시 다발로 일어난 것이다. 

 

이런 테러 세력만 물리치면 인류평화가 올 것처럼 생각을 하는 시대에 우리는 지금 살고 있다. 그러나 루비츠가 저지른 이번 사건은 이런 테러세력만 미리 적발하고 테러 기도를 막아낸다고 해도 인류의 안전과 평화는 보장받을 수 없다는 것을 알려 준 사건이라고 말할 수 있다.

 

테러세력과 전혀 연계되지 않고 순전히 한 개인의 마음속에서 시작돼 실행된 자살테러가 일어난 것이다. 그것도 많은 사람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을 져야 하는 자리에 있는 사람에 의해 저질러졌다.

 

허가되지 않은 자가 조종석을 불법으로 점거해 저지른 일이 아니다. 

 

회사는 그의 인품과 양식을 믿었다. 또 회사는 그가 그에 대한 믿음을 배신하지 않을 사람으로 인정하였다. 그래서 탑승객의 안전을 책임지는 자리에 그를 앉힌 것이다. 그러나 그는 실망스럽게도 많은 사람들과의 신의를 저버렸다.  

 

루비츠는 평소 비행기가 추락한 프랑스 산악 지역에서 휴일 때 행글라이딩을 즐겼다고 한다. 또한 그는 어린 시절 부모들과 함께 추락 지점 인근 비행학교에서 휴가를 보냈었다고 전해진다. 알프스의 아름다운 경치를 맛보면서 가족들과 함께 휴가를 즐기는 루비츠, 그리고 그 아름다운 경치를 하늘에서 내려다보며 행글라이딩을 즐기는 루비츠! 그 장면을 상상만 해도 마음이 풍요로워진다. 

 

루비츠가 누렸던 것들은 많은 사람들의 부러움을 살만한 일들임에 틀림없다. 특히 밀린 일에 사로잡혀 휴가철 휴가도 제 때 가지 못하면서 과중한 일을 하는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꿈의 휴가요, 꿈의 레포츠가 아닐 수 없다.  

 

그런 그가 왜 이런 끔찍한 일을 저질렀을까? 

 

루비츠는 오랫동안 떠나지 않고 지독하게 자기 삶을 괴롭히는 우울증에 시달렸다. 또 점점 더 나빠지는 시력은 조종사로 승진하는데 결정적인 걸림돌이 됐다. 그리고 자신의 포악한 성품과 질병으로 인해 같은 비행기에서 스튜어디스로 일하던 여자 친구마저 자기 곁을 떠난다.

 

루비츠의 오랜 꿈은 루프트한자 항공사의 기장이 되는 것이었다고 한다. 

 

루비츠는 자기가 이루고자 하는 일들을 한꺼번에 잃었다는 상실감과  좌절감에 극심한 아픔을 겪은 것으로 여겨진다. 그리고 그로 인해 마음속에서는 무시무시한 분노의 불이 타오른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것은 자신과 이웃 그리고 자신이 속한 사회를 파괴시키는 행위를 저지르고자 하는 마음을 갖게 한 것이다.    

 

저명한 사회 심리학자 에리히 프롬은 그의 유명한 글 <소유냐 존재냐>에서 두 가지 유형의 인간을 소개한다. 바로 자기소유에 집착하는 ‘소유적 인간’과 살아있다는 존재에 가치를 느끼는 ‘존재적 인간’이 그것이다. 

 

소유적 인간은 영원히 소유할 수 없는 그것에 매달리는 데 그곳에서 진정한 행복을 맛 볼 수 없다고 그는 말한다. 

 

어떤 것을 얻기 위해 분투하지만 정작 그 결과를 소유하면 잠시 새로움에 대한 호기심에 만족하여 행복을 가져다 줄뿐 그것은 임시방편일 뿐이라고 그는 말한다. 또한 소유로 채우는 삶은 잠시의 행복 뒤에 더 커다란 소유를 갈망하게 되고 이것이 끊임없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결국 ‘무엇인가 소유하지 않는 삶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이 된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루비츠에 의한 이번 사건은 그가 무엇인가 소유하지 않는 삶을 못 견뎌서 일어난 소유적 삶의 종말이 초래한 일이었다고 진단할 수 있다. 

 

에리히 프롬은 또 존재적 인간은 새롭게 존재하는 무엇이 탄생하리라는 가능성에 자신의 삶을 맡긴다고 말한다. 또 그는 존재적 인간은 현재 살아있는 그대로 느끼는 것이며 소유에 매달리지 않기에 잃어버릴 것에 대한 불안이 없다고 말한다. 잃어버릴 것이 없으므로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옳은 말이다. 

 

자기가 원하는 일이 이루어지지 않아 불안한 소유적 삶에서는 좌절감과 상실감에 빠지게 되며 자신을 한없이 초라하고 보잘 것 없는 존재로 여기게 된다. 그러나 불안을 이기면 사람은 자신과 타인의 참 가치를 발견할 수 있게 된다. 에리히 프롬은 이 때 사람과 사람 사이에 공감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즉 나 외의 다른 대상과 함께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는 다는 것이다. 

 

루비츠는 소유적 삶의 성향이 그 누구보다도 강했던 사람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에리히 프롬이 말한 강한 소외가 그의 삶을 사로잡은 것이다. 

사회와 이웃들로부터 소외되고 마지막에는 자기 자신으로부터 소외된 것이다. 그토록 소유적 삶에 집착한 그의 마음속에서 역설적으로 모든 것을 버리고 파괴하는 행위가 가능했던 것이다. 그렇게도 자기 자신을 위해 소유에 집착하는 삶의 종말은 자신뿐만 아니라 자신을 낳아 준 부모를 비롯한 가족들, 이웃들 그리고 자신을 키워준 사회에 대한 모든 신의를 한 순간에 내 팽개쳐 버리는 행위로 나타날 수 있다. 

자신마저도 허망하게 버리는 일이 소유적 삶에 집착할 때 일어날 수 있는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내가 안전을 보장받아야 하는 곳에 또 다른 루비츠가 있지 않나 불안해하고 염려하는 것도 존재적 삶이 아니라 소유적 삶에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이다. 

 

정작 우리가 신경 써야 할 것은 내 마음속에도 루비츠가 꿈틀거리고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나를 오픈하고 직면하는 일이다. 

 

소유적 삶에만 집착할 때 나는 언제고 내게 주어진 모든 가치 있는 것들을 허망하게 파괴하고 버리는 일들을 자행할 수 있음을 두렵고 떨림으로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성경에 모든 지킬 만한 것 중에 더욱 네 마음을 지키라 생명의 근원이 이에서 남이니라는 말씀이 있다. 

 

제 2의 루비츠를 예방하는 일이 다른 곳에 있지 않고 우리 각자의 마음속에서 소유적 삶의 집착을 버림으로 이루어져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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