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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이게 나라냐?’ 부끄러움은 왜 국민 몫인가?
오늘의 촛불 행진이 밝히는 새 시대정신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16/12/07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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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만▶30만▶106만▶96만▶190만’ 이는 지난 5주간 국정농단 사건에 분노한 촛불 집회 참가자 집계 현황이다. 10월29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처음 켜졌던 촛불집회는 서울 3만 명에서 한 주 뒤인 11월5일에는 30만 명으로 10배 늘었다. 

 

이어 지난달 12일에는 106만 명이 참가해 ‘호헌철폐 독재타도’를 외쳤던 87년 6월 항쟁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했고, 19일에는 전국 70여 곳에서 96만 명이 참가한 동시다발 집회가 열렸다. 그리고 26일 5차 집회는 눈보라가 치는 궂은 날씨에도 사상 최대인 190만 명의 촛불이 모였다. 그야말로 시간이 지날수록 촛불 행진은 단단해지고 햇불로 들불로 점점 커지고 있다.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온 국민들은 이구동성으로 ‘헌법파괴’와 ‘국민배신’에 분노했다. ‘박근혜 퇴진’과 ‘새누리당 해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서울 하늘을 뒤덮었다.

 

필자 역시 촛불 현장에서 표출된 국민들의 분노를 느끼고 정치인 나아가 기성세대로써 우리 모두의 뼈저린 반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특히 집회 현장 곳곳에서는 심심치 않게 초·중·고 학생들을 목격할 수 있었다. 화성 향남에서 열린 지난달 23일 촛불 집회에서도 어린 학생들이 고사리 같은 손으로 촛불을 들고 있었다. 그리고 어린 학생들까지 거리로 쏟아지게 만든 현실과 시스템 붕괴에 함께 분노했다.

 

비단 정치인과 국민에게 위임 받은 국가 권력의 본질은 바로 대국민 서비스 그것에 목적이 있다. 즉 국민이 아프고 가려운 부분이 있으면 정확한 진단과 처방으로 국민의 요구를 충족시켜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못했다는 것에 국민 배신과 실망감이 거리로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외신들 역시 촛불을 들고 행진하는 위대한 국민과 현 정부의 무능을 연일 타진하고 있다. 

 

영국 BBC 방송은 “돈과 권력을 쥔 이들의 부패가 되풀이되고 있다”며 한국의 고질적인 정경유착 실태를 들여다봤다. “술집 탁자 위에 지갑을 놓고 가도 도둑맞지 않을 정직한 국민들의 나라”로 한국을 소개했지만 민주적으로 뽑힌 정치인들이 옛 사고방식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는다. 이어 뉴욕타임스는 “박 대통령이 최순실의 비행을 모두 인정하고 모든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사설로 비판하기도 했다.

 

로이터와 교도, 신화통신 등은 박 대통령 지지율이 역대 최저인 4%까지 떨어진 조사 결과를 일제히 전했다. 청와대의 비아그라 대량 구입 의혹도 앞 다퉈 다뤘다.

 

AP 통신은 “‘파란 집’, 즉 청와대에서 파란 알약이 발견됐다”며 조롱하듯 보도했으며 CNN 역시 “비아그라가 고산병 치료용이라는 청와대 해명에 시민들의 불신의 목소리가 높다”고 전했다.

 

이처럼 국정농단의 주범들로 인해 대한민국이 국제적 조롱거리로 전락됐다. 정직하고 성실하게 삶을 영위해 온 국민들은 ‘이게 진정 나라냐’며 자조 섞인 질문을 던진다. 대규모 비폭력 평화시위에 감탄을 보내는 외신 앞에서 정치인들의 부패와 무능에 착한 백성들은 부끄러움을 느끼며 좌절하고 있다.

 

역대 중국 지도자들이 침대 옆에 두고 틈만 나면 읽는다는 사마천의 사기(史記)에는 “임금은 백성을 하늘로 삼고 백성은 먹을 것을 하늘로 삼는다.(王者以民爲天 民人以食爲天)”는 구절이 나온다. 이를 우리 현실에 투영하면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로 빚어진 현재의 국가적 위기가 국정이 '공적 사명'이 아닌 ‘사적 사업’으로 전락한 결과로 초래된 것임을 알 수 있다.

 

국정농단의 주범과 부역자들은 국민들이 4.19와 5.18, 6월 항쟁을 통해 독재와 맞서 싸워 쟁취한 민주주의의 공적 시스템을 무너트렸다. 또한 헌법에서 명시한 공적 시스템을 사적으로 유용해 헌정 질서를 유린하고 국민들의 생활경제는 내팽개쳤다. 일명 ‘최순실 예산’을 창조, 문화, 융성이라는 명목으로 재벌에게 돈을 갈취하고 특혜를 봐준 의혹도 일고 있다.

 

나아가 사마천은 정치의 급수를 5단계로 나누고 그 중 가장 저급한 정치는 시민들과 싸우려는 정치라고 강조한다. 

 

대통령과 집권여당이 국민의 촛불 목소리를 외면한 채 맞서려는 자세를 견지한다는 점에서 사마천이 밝힌 최하급의 정치라 할 것이다.

 

지난달 4일 박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를 통해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뜻을 밝힌 이후 검찰은 그동안 세 차례 대면조사를 요청했지만 그때마다 갖가지 핑계를 대며 조사를 미뤄왔다. 이제 대통령에 대한 직접 조사는 사실상 특검으로 넘어갔고 과연 특검 조사에는 약속대로 성실히 임할지 또 지켜봐야 할 상황이다.

 

이처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붉어지고 국민 촛불이 전국에서 모이며 박근혜 퇴진에 한목소리를 냈지만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여전히 국민과 싸우는 정치를 펼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현 사태의 공범인 새누리당은 ‘촛불은 바람 불면 꺼진다’며 오만한 태도와 불통으로 일관하고 물타기를 시도했다. 계속된 방해공작으로 촛불에 맞서는 행태를 보여 대중의 분노를 샀다.

위기는 또 다른 이름의 기회라 했던가.

 

작금의 위기 속에서 우리는 새로운 희망을 찾는다. 위기는 반드시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며 그 희망을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그리고 국민적 열망을 담은 촛불에서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오늘의 행진을 통해 그동안 단순히 정치 참여자에 머물렀던 정치문화를 탈피하고 한 단계 아니 몇 단계를 도약하는 발판으로 삼고 있다. 풍자와 해학을 곁들여 직접 참여하는 정치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형식적 민주주의에서 실질적 민주주의로 나아가는 새 지평을 열고 있는 것이다.

 

촛불은 다시 희망으로! 성숙한 국민이 있기에 오늘의 촛불이 모여 시대를 교체하고 세대를 교체해 정치를 바꿔나가는 디딤돌이 될 것임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 더불어민주당 화성갑 지역위원장 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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