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 기고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특별기고] 수원 군공항 이전. 인해전술식 대선공약 강요는 안 된다.
주찬범 화성 태안3지구 원주민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17/04/05 [14:36]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 무지막지한 인해 전술

 

수원시는 군공항 이전을 대선공약으로 채택해 달라고 건의했다. 꽹과리치듯 ‘표’를 흔들며 대선주자들을 압박하는 인해전술이다. 규제를 풀어달라거나 예산투입을 사정했던 여타 민원과는 성격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수원시의 이익이 고스란히 이전부지주변의 피해가 되는 제로섬게임과 같은 결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공약의 본질은 화성시를 수원시의 조계지로 만들어 달라는 생떼이다. 

수원시장과 국회의원들은 모두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같은 당 문재인 후보는 시민사회수석 시절, 용산 미군기지 이전 문제·새만금 간척사업 문제·천성산 터널 문제 등을 뒤치다꺼리하면서, 다수표를 앞세운 세력들이 국가동력을 공회전 시키는 것을 목격한 경험이 있다. 그런 사실을 뻔히 알고 있음에도, 수원시 정치인들은 신성한 ‘표’를 앵벌이 시켜가며 공약을 구걸한다. 차라리 수원시민들에게 고무신 한 켤레씩 돌리라고 요구하는 편이 민폐를 덜끼친다. 

세상은 변했다. 대선주자의 공약은 국가미래라는 거시적인 관점에서 검토해야지, ‘표’에 급급해서 ‘외상이면 소도 잡아먹는’ 심정으로 채택 하면 안 된다. 설령 ‘표’에 현혹된 후보가 지역이 기주의성민원을 공약(公約)으로 선정한다 해도, 대선기간 동안만 활짝 피었다가, 새 정부가 출범하면 하루아침에 지는 공약(空約)으로 폐기될 것은 뻔하다. 

‘봄은 왔지만 봄 같지가 않다’는 말이 있듯, 민주주의가 만개한 세상이지만, 유독 수원시 정치인들은 시대를 역행하는 듯하다. 군사독재시절보다 지역이기주의를 더 폭력적으로 표출 한다. 수원을 대표하는 정치인은 7선의 이병희 (1926-1997)이다. 5.16쿠데타의 주역으로 제3공 화국의 실세였다. 그는 서울에 있던 경기도청을 인천으로 이전시키려하자, 삭발투쟁까지 하면서 수원으로 옮겨왔다. 삼성전자·한일합섬·연 초제조창 등도 유치했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를 지역이기주의자라고 매도하지 않는다. 타 지자체와 경쟁은 했지만, 직접적인 피해를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면 민주주의 신봉자라고 자처하는 요즘의 수원시 정치인들은 ‘표’를 무기화시켜 강제로 화성시를 유혈 점령하려한다. 막장에 다다른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서 물불을 가리지 않고 있는 것이다. 

 

# 수원시 식 상생

수원시의 사고는 매사 자기본위적이다. 군공항 이전은 화성시와 상생하는 사업이라고 온 천지에 대고 따따부따 강변하지만, 개발시안을 보면 이내 본색이 들어난다. 스마트폴리스의 핵심인, R&D 사이언스파크·칼리지파크·메티컬파크·문화 공간·상업공간 등은 세류동과 평동에 연접해서 조성하고,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살았던 화성시 황계동 부근은 생태농업공원으로 만들 계획이다. 화성시민들은 계속 농사만 지으라는 이야기다. 

군공항 이전사업은 수원시의, 수원시에 의한, 수원시만을 위한 사업일 뿐이다. 그들이 주장하는 상생은 놀부 여편네 밥주걱으로 흥부 뺨을 빼려 밥알 준다는 식 정도로만 이해하면 낭패를 보지 않는다. 화성시가 모든 절차를 이행하고 화성시에 조성하는 공익사업 ‘함백산메모리얼 파크’조차도 발목을 잡는 것이 수원시 식 상생 이다. 

수원시의 화성시 업신여김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자신들의 배설물을 처리하기 위해 화산동에 ‘하수종말처리장’을 만들었다. 주민들은 비만 오면 사진을 찍을 수도, 손으로 잡을 수도 없는, 유령 같은 악취에 시달리고 있다. 남의 집 마당에 똥을 싸는 것도 문제지만, 더 심각한 문제는 문화유산파괴이다. 

하수종말처리장부지는 보석같은 근현대 문화유산이다. 단군 이래 기아에 신음하던 우리민족은 20세기 후반에 와서야 기적처럼 식량자급자족에 성공했다. 시작은 경지정리사업이었다. 1965년 정부는 화산동 일원의 논들을 바둑판 눈금처럼 정리하고, 농로를 개설하며, 관개 수리시설을 설치했다. 우리 역사상 최초였다.(주: 일제강 점기에도 ‘토지시행령’에 의한 구획정리사업은 있었지만, 농로는 물론 용·배수로조차 분리 안된 불완전한 경지정리였다.) 

재원은 미국이 빈곤국가에 지원하는 ‘P.L 480’ 양곡을 활용했다. 가난에 순응해서 구호품으로 하루하루 연명하는 것을 거부하고, 한 끼 굶을 걸 두 끼 굶으면서 이를 활용해 식량자립의 토대를 마련한 것이다. 1966년 박정희는 미국의 존슨 대통령이 방한하자, 화산동에 데리고 와서 경지 정리된 논들을 자랑스럽게 보여줬다. 더 이상 한국은 구호식량을 구걸하는 국가가 아니라는 선언이었다. 

포철 용광로는 산업화의 성지이다. 화성종말처리장부지 역시 식량자급자족의 발원지라는 큰 의미가 있는 위대한 유산이다. 그럼에도 수원시는 실패한 개혁의 상징 수원화성은 성역화시키고, 천형같던 굶주림역사의 마침표를 찍은 농업혁명유산은 똥통으로 만들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바미얀 불상’들을 파괴한 탈레반과 다르지 않은 만행을 저지른 것이다.

 

# 공약 강요보다는 ‘이익형량’이 우선이다.

 

한정된 국토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법과 원칙이라는 틀속에서 공정하게 검증하고 추진해야 뒤탈이 없다. 국방부와 수원시는 독단으로 화옹지구를 군공항 이전 예정부지로 선정했다. 후보지역 간의 조건과 토지수용예 상가만을 단순비교해서 평가한 결과이다. 하지만 국방이라는 공익과 서부화성이 가지고 있는 자연유산과 미래가치라는 공익은 상호 비교·계량하지 않았다. 토지수용이 수반되는 공익 사업은 반드시 ‘이익형량’을 해야 한다. ‘이익 형량’ 여부는 군공항 이전부지선정의 정당성과 적법성을 판단하는 변수가 될 것이다. 

대법원은 이와 유사한 사례에 대해 판결을 내린바 있다. “행정주체가 행정계획을 입안·결정하는 데에는 비록 광범위한 기획재량을 갖고 있지만 행정계획에 관련된 자들의 이익을 공익과 사익 사이에서는 물론, 공익 상호간과 사익 상호 간에도 정당하게 비교·교량 하여야 한다. 또 그 비교·교량은 비례의 원칙에 적합하도록 하여야 하는 것이므로, 만약 이익형량을 전혀 하지 아니하였거나 이익형량의 고려대상에 포함시켜야 할 중요한 사항을 누락한 경우 또는 이익형량을 하기는 하였으나 그것이 비례의 원칙에 어긋나게 된 경우에는 그 행정계획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한 처분이다. 또 여기서 비례의 원칙(과잉금지의 원칙)이란 어떤 행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은 그 목적달성에 유효·적절하고 또한 가능한한 최소 침해를 가져오는 것이어야 하며 아울러 그 수단 도입으로 인한 침해가 의도하는 공익을 능가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헌법상의 원칙을 말하는 것이다." - 대법원 1997.9.26. 선고 96누 10096

사안은 틀려도 법의 해석은 일맥상통한다. 우선 국방부와 수원시가 군공항 이전 부지를 독단적으로 입안·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지부터 확인해야한다. 일개 지자체인 수원시가 ‘배 놓아라, 감 놓아라’할 수준의 사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이익형량’을 이행했는지 여부도 점검해야한다. 소규모 아파트단지 건설도 환경 ·교통·재해·자연유산 등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한 후 승인한다. 지금껏 국방부와 수원시는 국방이라는 공익과 화성시의 미래가치라는 공익 간에 ‘이익형량’을 했다는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 오로지 대통령 공약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 한다. 

정조는 1789년 사도세자의 무덤을 옛 수원부의 읍치가 있던 화산(花山: 융·건릉 뒷산)으로 이장하면서, 강제이주를 당하는 원주민들에게 진심으로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부모가 자식이 다칠까 걱정하듯 살피는’시지여상(視之如傷)의 마음으로 보살폈다. 대선주자들도 공약을 선정하기에 앞서, 지역이기주의에 의해 피해를 보는 지역을 자식을 생각하는 부모와 같은 마음으로 접근해야 한다. 대선공약은 국가의 미래를 설계하는 거대담론이 되어야지, 지역이기주의에 광분하는 다수표와 흥정과정의 결과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 부디 대선주자에게는 소탐대실, 수원시에게는 자해행위, 화성시에게는 천추의 한이 될 공약이 없기를 바란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화성신문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인기기사목록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