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 칼럼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부모교육칼럼] 엄마가 준 아픔의 대물림을 상처의 훈장으로"
단대아동발달연구소 소장 이애림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17/04/26 [15:45]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무언가에 깜짝 놀라거나 어딘가에 걸려 넘어져 울거나 치면 본인도 모르게 "엄마야!", "엄마~~~"하며 운 적이 누구나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이는 어른이든 아이든 상관없이 나타나는 일반적인 현상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렇듯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엄마의 영항을 많이 받으며 살아왔고 살고 있으며 앞으로도 살게 될 거다. 저편 어딘가에 있을 포대기에 업혔던 어린 시절. 배고프면 울고 칭얼대고, 잠자리가 불편하면 칭얼대고, 자다가 인기척이 없으면 칭얼대고 그렇게 늘 칭얼거릭 보챌 때마다 어디선가 다가와 '어이구 그랬어...! 엄마가 없었어...우리 딸(아들) ~했구나!' 어르고 달래주던 엄마가 있었기에 든든했던 어린 시절 그 때만큼 엄마가 옆에 있어 든든했던 적이 또 있을까? 그 때 그 시절 엄마의 영향력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커다란 의미였다.

 

시간이 지나 자라면서 '엄마'는 우리들 각자의 삶에서 각기 다른 영향력을 끼친다. 무섭거나 인자하거나 애정이 가득하거나 인색하거나 말이다.

 

여느 누구나처럼 나 역시도 마찬가지다. 아마 예닐곱 되었을 때쯤 칠팔월의 더운 여름 늦은 오후였던 것 같다.

 

뽀얗고 매쾌한 연기를 뿜어내는 방역차 뒤를 열심히 따라다니며(사실 그 시절 그걸 왜 따라 다녔는지는 잘 모르겠다.) 여하튼 동네 친구들과 놀다 꿰제제한 모습으로 해가 저물어갈 때쯤 동생을 데리고 들어온 날이면 1층까지 쩌렁쩌렁 울려 퍼지는 (우리 집은 5층이었다) 폭퐁의 잔소리들. 그 기세에 눌려 질질짜며 벌을 받을 때면 '나는 커서 엄마 되면 큰소리로 다그치거나 협박하지 말아야지..' 다짐도 했던 때도 있었고 동생과 싸워 혼나거나 숙제 안하고 놀다 혼날 때면 '나는 커서 엄마 되면 엄마처럼 소리지르거나 혼내지 말아야지' 야무지게 다짐했던 일들도 있었다. 물론 좋은 기억들도 있다.

 

어릴 적부터 한 동네에세 자라 서로의 집 사정을 모두 다 알만큼 그야말로 이웃형제였던지라 가끔은 온 동네 친구들과 동생들을 불러 이것저것 엄마가 해 주신 맛난 음식들로 허기진 배를 채우며 '나도 엄마되면 맛있는 거 많이 만들어 나눠 먹어야지..'하며 좋아했던 일들도 모두 엄마에게 받은 영향이다.

 

자라면서 엄마의 모습을 보며 때론 '엄마처럼 안 해야지'라고 생각도 하고 때론'엄마처럼 해야지'라고 생각도 하며 엄마의 모습을 닮아가기도 했다. 비단 내 애기만은 아닐 것이다.

 

우리 모두는 좋게든 그렇지 안게든 엄마의 모습을 닮아간다. 부모교육을 하거나 사람들을 만나보면 결혼해서 아이를 낳기 전까지는 엄마보다 아빠를 더 많이 닮았다고 생각하거나 친정엄마랑 닮지 않았다고 살았지만 막상 엄마가 되고 나니 친정 엄마를 많이 닮은 자신을 마주치게 된 경우가 많다고 한다. 나 역시 그랬다. 어릴 적 정말 싫었던 것은 엄마아ㅢ 벼락같은 큰소리였는데 어느 순간 내가 친정엄마의 그 싫던 모습으로 내 아이를 다그치고 있는 걸 알고 눈물 콧물 짜며 가슴?이를 했었다.

 

어느 새 친정엄마의 싫은 점이 고스란히 한켠에 내 것으로 자리잡아 나도 모르게 표현되어지는 것을 보고 철없는 어린 시절 친정엄마를 탓하기도 하고, 외할머니를 탓하기도 했었다. 엄마에게 받은 아픔이 어느 새 엄마가 되어 아이에게 아픔을 주고 있었던 것이다. 관련된 일을 하지 않았더라면 몰랐을지도 모르지만 이 일을 하며 시간이 지나 알게 된 것은 친정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었을 거고, 그래서 서툴렀을 뿐인데... 어쩌면 엄마도 외할머니에게 받은 상처를 표현한 것 일텐데..라는 생각이 들어 감슴 저민 찡함이 남겨진다.

 

엄마가 받은 아픔은 엄마가 주는 아픔으로 아이들에게 영향을 주게 되고 특히 앞으로 엄마가 될 딸들에게는 그영향이 전부가 되기도 한다. 엄마가 아픔을 안 받는 게 제일 좋을 테지만 삶을 살다 보면 남편이든 부모든 주변 사람들과 환경으로부터 아픔을 겪게 된다. 엄마가 준 아픔을 아픔으로 대물림 하지 않고 엄마가 준 상처의 훈장으로 대물림 할 수 있는 방법은 '나'에게 솔직해야 하고 그 전에 내가 받은 아픔이 무엇인지 내가 주고 있는 아픔이 무엇인지 알아차려야 한다.

 

그걸 알았으면 엄마 노릇 하려 하지 말고 엄마 되려고 해야 하며 내가 아이였을적에 원했던 우리 엄마를 떠올려 본다.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나는 오늘도 'Who am i today?'스스로에게 질문을 해 본다. 어떤 엄마로 살길 원할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화성신문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인기기사목록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