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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마광수의 흔적 지우고 기억 살리기
신도성 시민기자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17/09/13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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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광수가 첫 에세이(수필집)인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를 낼 때에 나는 미혼으로 서울서 무역회사를 다녔다. 매일 실적이 뒷받침이 안되기에 무력한 직장생활을 하던 나에게 제목부터 도전적인 책은 나의 몸을 꿈틀거리게 했다.

 

이후 나온 마광수가 쓴 책 ‘가자, 장미 여관으로’, ‘권태’, 그 유명했던 ‘즐거운 사라’ 등은 나의 방 서재 한쪽 구석을 자랑스럽게 채우고 있었고 나는 그곳으로 손을 자주 가져갔다. 내가 마광수의 책들을 가지고 있다고 하니 아는 분(변호사이며 모 대학 강사)이 마광수가 쓴 책을 빌려달라고 했다. 당시는 마광수가 소설 ‘즐거운 사라’의 음란성 때문에 유명세가 천장을 치더니 콩밥을 먹던 시기라고 기억한다.

 

지금도 이해 못하는 부분은 도대체 검찰은 무슨 용기와 구실로 문학작품에 법의 잣대를 들이대 작가 마광수와 출판사 대표를 구속했는지 모르겠다. 결혼 후에 개인사업을 하면서 한동안 잊어버린 마광수 소식은 간간 히 뉴스에서나 들을 수 있었고 볼 수 있었다. 마광수가 쓴 책들은 지인에게서 돌려받았는데 나는 남의 눈치를 의식한 탓에 남들이 볼 수 없도록 마광수의 책들을 책꽂이에 두지 않고 책장 맨 아래 문갑 안에 넣어두었다.

 

한 때는 나에게 적지 않은 기쁨을 주었던 마광수의 책이었지만 우리 집을 방문하는 분들에게 내가 마광수가 쓴 책들을 가지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보여줄 용기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것이 더욱 솔직한 표현이라 생각한다.

 

지난 5일 마광수가 죽었다는 소식을 접했고 마광수의 죽음에 관한 뉴스가 모든 신문을 도배했다. ‘어? 아직 돌아가실 나이가 아닌데? 대광 중고와 연세대를 나왔다는 얘기, 시인 윤동주를 제대로 연구한 박사 1호라는 얘기, 한국 문학 최초로 여성에 성 주제성을 부여한 작가라는 얘기’ 등이 신문에 언급됐지만 지금 내가 마광수의 책을 읽은 내용에서 기억에 남는 것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이버 세상은 물론이고 초등학생들이 사용하는 스마트 폰에서 음란물이 넘쳐 흘러나는 지금 잣대로 마광수를 본다면 야하지도 않고, 더럽지도 않고, 이상하지도 않은데 왜 당시 사람들은 마광수에게 그리도 비난의 돌을 퍼부었고 국가 권력기관은 작가 마광수를 감옥에까지 집어넣었는가? 당시의 검찰이 지금도 존재하는데 마광수의 작품보다 진한 지금의 음란물은 왜 단속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나는 마광수를 두둔하지 않는다. 그가 사회에 끼친 악영향에 대해서도 깊게 우려한다. 어쩌면 지금 우리가 넘쳐나는 음란물 때문에 고민하는 것도 일부는 마광수 작품의 영향 때문일 수도 있다고 본다. 그러나 마광수는 용기를 가지고 내면에 감출 수 없는 성(性)을 드러냈 고 불과 20여년 전인데 마광수가 우리사회에 지불했던 댓가는 너무나 가혹했다. 지금의 상식으로는 말도 안 된다.

 

어쩌면 우리는 솔직한 면에서 마광수를 맞이할 준비가 안 되었는지 모르겠다. 일부 사람들이 말하듯 성은 언제나 제한된 장소에서 제한된 시간에 제한된 경우에 해야 아름답다는 그럴싸한 말에 믿고 사는 지 모르겠다. 마광수 이전의 우리가 가진 성의 식과 이후의 성의식은 분명히 다르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부끄러운 것은 우리는 마광수 만큼 적어도 성에 관해서는 솔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화성신문 독자에게 권한다. 가까운 시립(도립이나 국립)도서관에 가서 마광수가 쓴 책을 읽어 보시라. 자신 있으면 큰 소리로 읽어 보시라. 내가 읽어본 마광수의 에세이나 소설 따위는 결코 야하지도 않고, 비윤리적이지도 않고, 빨간책도 아니다. 마광수는 시대를 앞서 갔던 천재 문인이 아니라 자신의 몸과 성에 대해서 우리보다 좀 더 솔직하게 표현할 줄 알았던 다정한 우리의 이웃이라고 생각한다. “삼가 고인이 되신 마광수님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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