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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호교수의 Leadership Inside3] 배회하는 관리
조영호 아주대 경영대학원장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18/01/25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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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호 아주대 경영대학원장     ©화성신문

어느 병원에 근무하는 김 씨는 자신이 실무자로 일할 때 결재받는 것이 상당한 곤혹거리였다. 물론 기안을 하는 것도 힘든 일이지만 기안한 내용을 윗분들에게 올려 수정을 받거나 집행을 하거나 해야 하는데 그것 또한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윗분들이 바쁘신터라 언제 시간을 내서 자신이 만든 안을 볼지 알 수 없었고 그래서 초초하게 기다리는 일이 많았다. 

 

그래서 김씨는 행정부원장으로 승진하게 되자마자 직원들에게 결재받으러 올 필요 없이 자신의 자리에서 기다리도록 했다. 그리고는 그가 매일 직원들 자리를 돌면서 결재도 하고 대화도 하고 했다. 직원들은 자신의 자리를 찾아오는 부원장을 보고 쑥스러워하고, 자리 정리하느라 신경도 쓰고 했었는데 이내 그런 관행에 익숙해졌다. 직원들이 결재받으러 부원 장실에 찾아갔을 때는 사실 대화를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 남의 사무실엘 갔으니 가능한 빨리 나와야 하고 또 밖에서 기다리는 사람이 있는 경우가 많아 시간을 지체할 수가 없었던 것 이다. 이제 부원장이 자신의 자리에 오셨으니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고, 이것저것 물어 볼 때도 다른 서류를 찾아 쉽게 대답할 수가 있었던 것이다.

 

이런 식의 관리방식을 휴렛패커드(HP)에서는 MBWA(Management By Wandering Around)라고 한다. ‘돌아다니면서 하는 관리’ 라는 뜻이다. 자기 사무실만 지키면서 이 사람 저 사람 오라고 할 것이 아니라 관리자가 찾아다니면서 사람도 만나고 현장도 둘러보고 하라는 이야기다. HP사에서는 MBWA가 하나 의 문화로 되어 있다. 어쩌다 하는 이벤트가 아니라 누구나 항상 하는 일상이라는 이야기다.

 

리더가 돌아다니면서 하는 관리는 확실히 조직을 유연하게 만들고 ‘수평화’하는 것 같다. 조직이 수평화되었다는 것은 조직이 일 중심으로 움직이지 자리 중심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통상적으로 하는 결재방식은 일하는 직원들의 편의보다는 윗사람들의 편의에 맞추어져 있고, 직원들이 일에 몰입하기 보 다는 상사의 눈치를 보게 만들고 결국 조직에 낭비를 초래하게 한다. 게다가 보고와 대화도 겉으로 이루어지고 진정한 문제를 간과하기 쉽다.

 

일본의 미라이공업은 상사에게 보고·연락·상담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상사가 자기자리에 앉아 부하들로부터 오는 보고·연락·상담만 기다리고 있다면 그는 ‘엉터리’ 정보에 의존하여 관리를 하게 된다는 것이다. 부하들 이 상사에게 보고하고 의논할 때, 자신에게 불리한 것을 제대로 하겠느냐 하는 것이다. 대체로 늑장보고나 축소보고 심지어는 왜곡보고를 하게 될 것이란 이야기다. 상사가 부하의 보고를 받지 않고 그럼 어떻게 하라는 이야기인가? 미라이공업에서는 상사가 직접 현장에 가서 보고 오라는 것이다. 그래야 진실을 알 수 있고 그래서 즉석에서 결정을 할 수 있다는 말이다.

 

리더가 돌아다는다는 것은 단지 정보를 얻는 것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돌아다녀야 제대로 칭찬과 격려를 할 수 있고, 현장에서 살펴보아야 지적도 하고 피드백도 효과적으로 할 수 있다. 비전과 꿈을 이야기하는 것도 자연 스러워진다. 한마디로 리더와 부하 사이에 공감의 폭이 넓어진다는 것이다.

 

그런데 리더가 현장을 돌아다닌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 시간이 없다. 특히 큰 조직의 CEO가 되면 어떻게 그 많은 현장을 돌아다닌다는 말인가? 그러나 사실 시간이 없는 큰 조직의 높은 자리에 있는 리더일수록 배회 관리의 효과가 크다. 모든 현장을 다 돌아다닐 수는 없을 터이니 그 때는 상징적으로 중요한 곳을 골라서 다닐 수밖에 없다. 대통령도 배회 관리를 하면서 국민들과 직접 소통하는 것처럼 말이다. 전자결재를 한다고요? 그렇다면 더욱 좋다. 배회관리를 하며 직원들과 만나는 시간이 더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choyho@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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