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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호교수의 Leadership Inside14] 리더의 판단력은 어디서 오는가
조영호 아주대 경영대학원장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18/04/23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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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호 아주대 경영대학원장     ©화성신문

정주영 회장은 타고난 사업가인 것 같다. 박정희 대통령과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하면서 ‘도로 위를 달릴 차가 있어야 하는데’ 하면서 자동차 사업을 구상했다. 자동차 사업을 하려다 보니 막대한 외자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외자를 위해서 배를 지어야겠다고 생각하고, 또 조선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근데 조선업도 종자돈이 있어야 시작하지 않겠나. 그래서 영국 바클레이 은행을 찾아갔다. 그런데 거기서는 한국이 배를 건조할 기술이 있느냐고 물었다. 정 회장은 지갑 속에 있는 500원권을 떠올리고 500원 권에 그려져 있는 거북선을 보여주었다. 어떻게 그 상황에서 이런 생각이 떠올랐을까?

 

리더는 수많은 결정을 해야하고 그 때마다 상황 판단을 잘 해야 한다. 신규 사업을 한다거나, 인수합병을 한다거나, 경영자를 영입한다거나 할 때는 순간의 판단 미스가 엄청난 피해를 줄 수밖에 없다. 중요한 순간에 어떻게 현명한 판단을 할 수 있을까? 살다 보면 정주영 회장처럼 순간순간 ‘그 분’이 찾아올 때가 있다. 불현듯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하고, 기도할 때나 꿈속에서 계시를 받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 바라고 의사결정을 할 수는 없다.

 

리더가 의사결정할 때 판단력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다음 세 가지가 필요한 것 같다.

 

첫째는, 리더 자신의 한계를 인식하고 이를 극복할 수 있도록 남의 지혜와 정보를 최대한 이용하는 것 이다. 리더가 혼자 많이 알면 얼마나 많이 알고, 혼자 현명하면 얼마나 현명하겠는가. 다행히 리더 주변에 는 사람이 많다. 조직 내 부하직원도 있고 또 외부에 인맥도 있다. 그들 중에는 리더 자신보다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 그리고 판단력이 좋은 사람도 있다. 그들을 이용하는 것이다. 

 

정보가 필요할 때는 젊은 사원들에게 조사를 시키고 연구를 하게 한다. 그리고 외부 전문가들과 대화를 하면서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정보는 있는데 판단이 어려울 때는 경험이 많거나 신뢰가 가는 분들의 자문을 구할 수도 있다.

 

둘째는, 연습을 많이 하여 시행착오를 통해 판단에 대한 실력을 높이는 것이다. 그래서 리더로 성장하려면 작은 의사결정을 많이 해보고 경험을 쌓아야 한다. 같이 과장으로 출발했어도 반복적인 일만 하는 생산팀 과장과 회사 전략회의에 많이 참여한 기획팀 과장은 어느 새 많이 달라져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생각의 폭이 넓을 뿐만 아니라 결과에 대한 분석도 날카롭다.

 

그래서 차기 CEO를 육성할 때는 선배CEO가 CEO후보를 데리고 회의장면이나 협상장면을 많이 보게 하는 것이다. 

 

필자가 노동위원회의 참여하면서 주로 부당해고와 관련 되는 심판회의를 하는데 거기에 참여하는 경영자들이 있다. 그들이 업무를 희생하고 봉사로 나오는 줄만 알았는데 그 회의를 통해 판단력을 기르는데 큰 도움을 얻고 있다는 것이다. 판단에 대한 연습을 실질적인 문제로만 하는 것이 아니다. 머릿속으로 상상을 통해 얼마든지 연습을 할 수 있다. 매스컴에 보도된 사건이라든지 다른 사람에게 들은 이야기들을 가지고 ‘나 같으면 이렇게 할텐데...’를 얼마든지 상상하고 연습할 수가 있다.

 

셋째는, 성찰을 통해 자신의 철학을 끊임없이 다듬는 것이다. 다산 정약용선생은 두 가지 기준으로 사물을 판단하라고 했다. 하나는 옳고 그름의 문제, 즉 시비(是非)의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이해득실의 문제, 즉 이해(利害)의 문제다. 특히 경영자는 이 두개를 항상 염두에 두면 좋겠다. 이 일은 바른 일인가? 이 일은 이익이 되는 일인가? 바르면서도 이익이 되는 일을 해야하는 것이다. 이득이 된다고 해서 바르지 않은 일을 해서는 안 되고 또 바르다고 해도 이익이 안 되면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무엇이 바른 것이고 무엇이 그른 것인가? 또 무엇이 이득이고 무엇이 손해란 말인가?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일단 간단한 기준을 만들어서 실천을 해 보는 것이다. 어떤 분은 자신의 롤모델을 상정하고 판단한다. “아버지라면 이 경우 어떻게 하실까?” “스승님이라면 어떻게 하실까?” 그러고선 판단을 하고 결과를 본다. 그런 다음 평가를 해보고 반성을 하는 것이다.

 

리더의 판단력은 천재성의 산물이 아니라 노력의 산물이고 또 일련의 과정에서 나오는 것이다. 정주영 회장의 번뜩이는 아이디어도 사실은 엄청난 노력과 시행착오의 결과가 아닐까? 

 

(choyho@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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