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광고
광고
조영호 리더쉽인사이드 > 2차섹션 선택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조영호교수의 Leadership Inside15] 협상은 이기는 것인가
조영호 아주대 경영대학원장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18/05/02 [09:26]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 조영호 아주대 경영대학원장     ©화성신문

이란과 이라크가 전쟁을 벌이던 1980년대 중반이 었다. 외환사정이 어려워지자 이란정부는 당시 자신들과 거래를 하고 있던 대우의 김우중 회장에게 5억 달러를 빌려 달라는 요청을 했다. 김 회장이 은행을 경영하는 것도 아니고 돈을 빌려줄 수는 없었으나 바로 거절하기 어려워 재무전문가를 보낼테니 의논을 해 보라고 하고 귀국했다. 김 회장은 현재 아주대 학교재단(대우학원) 이사장으로 계시는 추호석씨를 불렀다. 이런 사정이 있으니 이란으로 좀 가보라는 것이었다. 추호석 씨는 영업을 담당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런 임무는 뜻밖이었다. 그래서 “왜 저를 보내십니까?” 하고 물었더니, “하튼 가서 이야기를 들어보라.”고만 했다.

 

추호석 씨는 이란 정부 관리를 만나 이렇게 물어 보았다. “5억 달러는 왜 필요합니까? 어디다 쓰려고 하는지요?” 이란 측에서는 이렇게 대답했다. “물건을 사려고 합니다.” 그 말을 들으니 추호석 씨 머리에 스치는 것이 있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아시다시피 우리는 무역회사입니다. 당신들이 말하는 돈을 빌려줄 수는 없습니다만, 당신들이 원하는 물건은 사드릴 수가 있습니다. 당신들이 원하는 5억 달러어치 물건리스트를 만들어주시면 그 물건을 찾아 공급해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물건 값은 형편 닿는 대로 갚아주십시오.”

 

이란 측에서 이 말을 듣고는 너무나 좋아했다. 그리고 그들은 팀을 만들어 한국으로 왔고 그들이 원하는 물건 리스트를 만들었다. 그 리스트도 가능한 대우가 쉽게 구할 수 있고 또 대우가 이문을 남길 수 있는 걸로 만들 수 있도록 유도했던 것이다. 

 

이 얼마나 기막힌 발상인가. 협상은 이렇게 하는 것이다. 상대도 좋고 나도 좋은 윈윈 솔루션을 찾는 것 말이다. 서로 요구가 상충되거나 갈등이 생겼을 때 우리는 협상을 한다. 그럴때 많은 사람은 본능적으로 “어떻게 상대를 제압하고 우리 이익을 최대로 가져올까?” 이렇게 생각한다. 소위 윈윈이 아니라 윈-루즈(win-lose) 전략을 취하는 것이다. 그러다 안되면 “그럼 반반으로 합시다.” 그러고는 중간에서 ‘절충’을 하기도 한다. 위 이란 사례라면 “우리는 할 수 없으니 다른 은행을 소개해 줄게요.” 하든지 “아니면 어찌 되었던 우리가 5억 달러를 융통해볼 터이니 이자를 최대한으로 주시오.” 할 것이다.

 

협상은 그래서 ‘계산’으로만 해서는 안된다. 창의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창의적인 협상’은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첫째, 상대의 ‘요구’(주장) 이면에 있는 ‘욕구’를 파악해야 한다. 상대가 지금 어떤 위치에 처해 있고, 정말로 희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알아내는 것이다. 상대의 요구만 듣고 있으면 해결책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파는 사람은 값을 높이 부르고, 사는 사람은 값을 낮춰 말한다. 그 값에 집착해서 대화를 하지 말고 그 뒤에 있는 욕구를 최대한 찾아내야 한다.

 

두 번째는 상대의 욕구를 내가 가지고 있는 강점으로 충족시켜 줄 수는 없을까를 생각해야 한다. 사는 사람의 입장에서 내가 상대가 부르는 높은 가격을 줄 수는 없다고 하자. 그렇지만 상대의 욕구를 내가 가진 다른 강점이나 능력으로 해결해 줄 수는 없을까를 생각해 보는 것이다. 가령 내가 디자이너라면 자동차를 싸게 사는 대신 매장 인테리어를 개선하는데 도움을 줄 수도 있고, 다른 친구 세명을 데리고 온다는 조건으로 할인을 받을 수도 있는 것이다.

 

셋째, 이 과정에서 사람(people)과 문제(problem)를 구분하라는 것이다. 협상을 위한 대화를 하다보면, 상대가 좀 무례하게 굴기도 하고 무리한 요구를 하기도 한다. 그러면 이쪽에서도 맞대응을 하게 되고 결국 감정싸움으로 번져서 파국을 맞는 경우가 일쑤다. 사람의 문제, 인격의 문제, 자존심의 문제, 이런 것이 문제를 왜곡시키지 않도록 하라는 이야기다. 그러려면 상대를 기본적으로 존중해야 하고 상대가 처한 상황에 대한 이해와 배려의 태도를 견지해야 하는 것이다.

 

무더운 여름, 아빠는 덥다고 창문을 열자하고 엄마는 모기 들어온다고 창문을 닫으라 한다. 문제를 해결하려하기 보다는 서로를 비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지 말라는 것이다. 모기장을 달면 되는 것이다. 이것이 창의적인 윈윈 협상인 것이다.

 

(choyho@ajou.ac.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화성신문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인기기사목록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