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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휴일은 망가졌다
남주헌 창의인성교육문화 협회장(디자인학 박사)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18/05/14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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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주헌 창의인성교육문화협회장(디자인학 박사)     ©화성신문

1974년 7월 어느 무더운 여름 일요일이다. 섭씨 40도가 넘는 미국 텍사스 콜맨 시골마을에서의 일이다. 사위인 제리가 딸 베스와 함께 처가에 방문한다. 무기력하게 모여 앉아서 답답함을 견디다 못해 장인이 한마디 한다. 

 

“우리 에벌린 다녀올까?” 에벌린은 콜맨에서 100km나 떨어진 곳이다. 식당도 별로 좋은 데가 없다. 에어컨이 시원찮은 차로 흙먼지 속을 헤치고 가야 한다. 그러나 장인의 제안에 아무도 반대하지 않았다. 4명의 가족은 살인적인 더위 속에 사막 길을 3시간이나 달려 애벌린에 도착한다. 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마치고 다시 3시간 동안 황폐한 길을 되짚어 기진맥진(氣盡脈盡)한채 콜맨으로 돌아왔다. 어색한 분위기를 깨기 위해 사위가 ‘오늘 저녁식사 괜찮았죠?’라고 말한다. 장모 왈(曰) ‘난 사실 가고 싶지 않았는데 다른 가족 때문에 찬성했었어.’ 그러자 다른 가족들도 마음속에 있었던 불만을 쏟아내기 시작한다. 말을 맞추어 보니 애벌린에 가고 싶어 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아무말 없이 무기력하게 둘러앉은 어색한 분위기를 바꾸려고 한 장인의 제안을 모두 서로를 배려 한다고 생각하고 수용했던 것뿐이었다. 휴일은 망가졌다.

 

미국의 경영 컨설턴트이자 조지워싱턴대학교 교수였던 제리 하비 박사의 ‘왜 아무도 No라고 말하지 않는가?’에서 합의 도출의 모순 사례로 적시한 글이다. 조직 구성원들이 아무도 동의하지 않는 암묵적 합의를 통해 원치 않는 여행을 떠나는 것과 같은 현상을 ‘애벌린 패러독스(abilene paradox)’라고 한다. 

 

혈연·지연·학연 트리플패키지(triple package)로 묶인 인정주의 토양이 사회 창의적 사고를 할 수 있는 환경이 될 수 있을까? 모두가 암묵적 합의를 통해 찬성한 결정이 최상의 선택이라기보다는 최악의 선택을 하게 하는 ‘애벌린 패러독스’의 조직 문화가 우리 사회 도처에 널리 퍼져있다. 트리플 패키지로 얽히 고설킨 공동체 토양에 소통과 창의력을 배제(排除)한 지나친 배려나 인정주의가 창의적 사고 증진에는 해악(害惡)이 될 수 있다. 창의적 사고를 촉진 시킬 수 있는 사고기법도 중요하지만 창의적 사고를 가장 잘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애벌린 패러독스’의 조직 문화가 우리 사회도처에 널리 퍼져있다.

 

학교에서나 사회에서 창의적 사고를 증진시키기 위해서는 어떤 환경이 필요할까? 물리적 환경의 조성, 편안하고 안락한 환경, 심리적 환경의 조건이 이루어져야 한다. 첫째, 물리적 환경 조성이란 창의성을 자극할 수 있도록 개인을 둘러 싼 외부 환경체제를 조성한다. 예를 들어 창의력 공간을 설치한다거나 게시판, 시설물, 놀이기구, 장난감 등을 창의적 제품을 자연스럽게 게체화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 편안하고 안락한 환경으로 창의적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개인의 자율성과 책임 중시, 다양성의 인정, 도전과 실패에 대한 적극적 장려 및 보상, 리더십 개발 등 보다 적극적으로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편안한 환경을 조성해 나가야 한다.. 셋째, 심리적 환경이란 창의성을 자극하고 동기를 유발할 수 있는 심리 체제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 안정감, 성취감, 자신감, 적극성 등을 갖게하며 중요한 요소는 가까이 있는 부모나 교사, 조직의 지도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물리적 환경, 편안한 환경, 심리적 환경

 

창의적 환경을 만들고 창의적 사고를 계발하기 위해서는 딱딱한 분위기가 있어서는 안되며, 다양한 행동을 격려하는 심리적 분위기가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부모나 교사, 조직의 지도자는 구성원들의 개개인의 사고들을 소중히 여기고 다양한 질문과 대답을 인정해 주어야 한다. 나아가 많은 관심과 더불어 다른 사람들이 갖지 못하는 관찰력과 통찰력이 있어야 한다. 발문과 반응도 한번 더 생각하고 말할 수는 기회를 제공해 주며, 엉뚱한 질문이나 대답이 나와도 유머와 웃음으로 많은 반응을 지지도 해 주어야 한다. 

 

소중한 휴일을 망가뜨린 ‘애벌린 패러독스 (abilene paradox)’ 문화가 교실에서 가정에서 조직 내에서 살아 움직이고 있다. 우리는 무더운 여름 40도가 넘는 황폐화된 길을 6시간 무의미하게 달릴 수 있다. 구성원들의 다양한 잠재력을 끌어내고 창의적 사고를 증진시키기 위해 어떤 환경이 필요할까?

 

(cyber5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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