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광고
광고
조영호 리더쉽인사이드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조영호교수의 Leadership Inside 20] 우리 직원들은 일에서 ‘전진’을 경험하고 있는가
조영호 아주대 경영대학원장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18/06/04 [13:17]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 조영호 아주대 경영대학원장     ©화성신문

어느 제자가 한번 읽어보라고 두고 간 책이 있다. ㈜반석기초이앤씨라는 건설기초 및 토목공사 회사를 운영하는 문형록 씨의 경영이야기였다. 회사 이름에서 느낄 수 있듯이 문형록 씨는 기독교 신앙인으로서 그의 신앙심 가득한 이야기가 그 책에 담겨있었다. 필자는 비 신앙인으로서 신앙적인 이야기를 다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그 책에는 흥미있는 경영이야기가 듬뿍 담겨 있었다.

 

모 대학 건축과를 졸업한 문 사장은 회사에서 건축물 보수와 보강을 하는 일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대학 동기가 근무하고 있는 현장을 가게 되었다. 이제 말뚝 시공을 하고 있었는데 문 사장 전공인 크랙보수공사를 하려면 10개월이나 지나야할 성 싶은 그런 현장이었다. 문 사장의 친구는 문 사장의 명함을 보더니 “아니 너 마이크로 파일도 하니?”하고 묻고는 자신의 현장에 필요하니 당장 견적을 넣어달라고 부탁을 하는 것이었다.

 

사실 문 사장은 회사에서 만들어준 명함을 가지고 다녔지만 마이크로 파일은 전혀 모르는 일이었고, 관심도 두지 않았었다. 친구의 부탁이 하도 강하여 그때부터 마이크로 파일에 대해 공부를 했고 견적을 넣었다. 공부를 하다 보니 전에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근무할 때 오스트리아 기사들이 했던 그 공법임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보면 자신과 전혀 무관한 일이 아니었다.

 

이 일을 계기로 새로운 업무가 늘어났으나 막상 회사 사장님은 새로운 분야로 사업을 확대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래서 문 사장이 자리를 박차고 나와 새 회사를 세우게 되었다. 거의 무일푼으로 시작한 사업이 조금씩 커져갔다. 밤낮 없이 일하고 공부했으며, 어려움이 있을 때는 신앙으로 이겨냈다. 회사는 매해 150%, 200% 성장해 갔다.   

 

아마 회사를 경영하는 사장님들은 대부분 이런 경험이 있을 게다. 그러면서 이런 이야기들을 할 것이다. “그때는 참 앞만 보고 일했지? 뭐를 믿고 그랬는지, 뭐가 생긴다고 그랬는지 정말 열심히 일했어.” 왜 그렇게 열심히 일했을까요? 나중에 큰돈을 벌려고요?

 

하버드 대학의 테레사 아마빌레(Teresa Amabile) 교수는 창의성 연구로 유명한 분인데 그의 남편과 함께 좀 색다른 연구를 했다. 그는 직장인들로부터 매주 업무일지를 받은 것이다. 10년 동안 7개 회사에서 238명의 직장인들로부터 받은 업무일지가 무려 12,000건에 이르게 되었다. 이 방대한 자료에서 아마빌레 교수팀이 얻은 결론은 무엇일까?

 

직장인들이 진정으로 의욕을 느끼고, 일에 몰입하게 되는 것은 ‘뭔가 일이 조금씩 성취되고 있다는 전진의 경험’이라는 것이다. 이를 그들은 ‘전진의 법칙(Progress Principle)이라고 했다. 일 밖에서 주어지는 보상도 아니고 몇 년 후에 생기는 큰 성취도 아니고 일상에서 느끼는 작은 승리감이라는 것이다.

 

필자도 이런 경험이 많다. 대학 때 학교 신문사 기자를 했는데 학과 공부하랴 신문기사 쓰랴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신문 만들 때 마다 “이번만 하고 그만둔다” 하고 뇌까릴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건 그때뿐이었다. 신문이 발행되었을 때의 그 ‘성취감’ 그 작은 진전이 이내 또 다시 신문 작업으로 나를 내몰았던 것이다.

 

흔히 사장님들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요즘 사람들은 왜 일을 내일 같이 안하는지 모르겠어? 근로환경도 옛날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고, 월급도 줄 만큼 주는데 말이야.” 그렇게 생각할수록 점검해 보아야 한다. 우리 회사 직원들은 일상 속에서 작은 성취감을 느끼고 있는가? 우리 직원들은 자신이 하는 일이 전전되고 있다는 작은 보람을 경험하고 있는가? 그리고 또 물어보아야 한다. 내가 그것을 돕고 있는가 아니면 방해가 되고 있는가?

 

회사가 설립된 지 얼마 안되고 소규모일 때는 모든 직원이 한 식구가 되어 하루하루를 작은 성취감으로 보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연륜이 쌓이고 규모가 커지다 보면 도무지 내가 무엇을 했는지 알 수도 없고, 내가 한 일이 표시가 나지도 않는다. 회사의 외형이 화려해질수록 아이러니컬하게도 직원들이 거대 기계 속 부품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런 매너리즘과 관료주의에서 벗어나게 해야 한다. 작은 일이라도 시행착오 속에서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재량권을 넓혀주고, 리더는 뒤에서 지원하고 격려를 해야 한다. 자신이 초창기에 경험했던 그 때를 회상하면서 말이다.

 

 (choyho@ajou.ac.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화성신문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인기기사목록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