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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9] 현대철학의 속앓이
강신주 문사철 기획위원회 위원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18/07/03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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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신주 문사철 기획위원회 위원     ©화성신문

무상(無常)을 마음에 담고 살자. 불교는 종교라 하기보다는 인문학적이다. 석가가 열반하기 전에 제자들에게 세가지 진리(삼법인)를 말하였다. 삼법인은 苦(고), 無我(무아), 無常(무상)이다. 苦는 단순한 고통이 아닌 삶의 고뇌 이상의 것을 뜻한다. 우리가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다른 사람이나 식물, 동물들에 대한 폭력을 뜻한다. 우리는 먹어야 살 수 있다. 우리가 먹는다는 것은 먹이가 되는 식물이나 동물들의 죽음을 뜻한다. 우리는 살 수 있을 만큼만 적게 먹어야 한다. 다른 사람이나 식물, 동물들에 대해 최소한의 폭력으로 살아야 한다. 나로 인해 다른 사람이 최소한의 고통을 느끼도록 살아야 한다. 아침에 일어날 때 나로 인해 내 주변의 사람들이 피해 입지 않도록 발원하며 깨야 한다.

 

苦(고)만 제대로 알아도 자비가 나온다. 아이에게 먼저 전화해서 귀찮게 하지 마라. 전화도 폭력이다. 전화하지 않고 기다리다 보면 심심해진다. 심심하면 산책이라도 하게 된다. 산책을 하다보면 못보던 카페도 보이고 그동안 아무 생각없이 지나쳤던 것들이 새롭게 눈에 띈다. 혼자 지내는 사람, 혼자 지낼 수 있는 사람이 어른이다.

 

無我(무아)는 이 세상의 모든 것은 고정성이 없는 무아이고 끊임없이 변화한다는 것이다. 무아는 집착이 없다는 뜻이다. 우리는 마치 영원히살 것 같이 돈을 벌기 위해 자신에게 소중한 것에 신경을 쓸 시간을 내지 못한다. 소유에 집착하지 않고 우리와 타인, 세상이 변해간다는 것을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사는 자세가 필요하다. 

 

無常(무상)은 우리의 삶은 인연이 다하면 소멸된 다는 뜻이다. 無常을 보면 사랑을 하게 된다. 본인이 죽는다는 것을 알아야 자기 자신을 사랑한다. 벚꽃이 무상함을 알아야 벚꽃의 소중함을 안다. 모두 날마다 똑같다면 의미없는 삶이 될 것이다. 올해 핀 꽃은 작년에 핀 꽃이 아니고, 내년에 필 꽃과는 다르다. 오늘의 저 아름다운 노을은 어제의 노을이 아니며 내일의 노을과는 다른 노을이다. 나이들어서 세상 살아가는데 신기한 것이 없으면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 장자는 “사는 것이 아침에 일어나 눈뜨는 것 같고, 죽는 것이 눈 감고 자는 것 같다”고 했다. 매일 아침 모든 것이 낮설게 느껴져야 한다.  우리가 삶에 적응할 만하면 곧 죽음에 적응해야 한다. 편안하게 안식한다는 것은 세상에서 치열하게 열심히 살 때만 이 평안한 안식이 된다.

 

저자가 부친상을 당했을 때 가족 외에 슬퍼한 사람이 딱 한 명뿐이었다고 생각한다. 저자와 관련된 출판사, 학교 관계자들이 문상을 왔었지만 저자와의 관계를 고려해서 문상을 와 슬픈 듯 연기를 한 것이다. 우리 모두 대부분 그렇게 하듯이. 그런데 어떤 할아버지 한 분이 오시더니 영정 앞에 향을 올리거나 절을 하지 않고 다짜고짜 영정사진을 앞으로 당겨 가슴에 품고 “나쁜 자식아, 나를 놔두고 너 혼자 가냐”하고 화를 내더니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셨다. 저자는 이 때 그 분이야말로 아버지의 죽음을 진실로 슬퍼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느꼈다. 

 

상갓집에 조문을 갈 때 자녀들을 꼭 데리고 가라. 그래서 자녀가 “아빠도 죽어요?” 라고 물을 때까지 데리고 다녀야 한다. 자녀들도 부모의 무상함을 알도록 가르쳐야 한다.

 

아이들에게 햄스터를 사주고 키우도록 해서 햄스터의 죽음을 보여줘야 한다. 아이들은 햄스터를 꾹꾹 찌르고 장난치면서 못살게 군다. 어느 날 햄스터가 죽어서 죽은 햄스터를 만져보면 그 사체의 딱딱함에 큰 충격을 받는다. 햄스터를 묻어주고 나서 다른 햄스터를 사준다고 하면 아이는 대개 싫다고 몸서리친다. 햄스터의 죽음(無常)을 봤기 때문이다. 그러다 2년 쯤 지나면 아이가 다시 햄스터를 키우겠다고 한다. 아이에게 햄스터가 죽을 걸 알면서도 키우겠다는 거냐고 물으면 아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죽을 걸 알지만 자기랑 같이 있는 동안에 제대로 잘 대해 주겠다고 얘기한다.

 

여러분도 어머니가 죽는다는 것을 알고 어머니를 만나라. 무상을 알면 사랑을 할 수 있다. 그런데 대부분 돈 버느라 그걸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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