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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호교수의 Leadership Inside 28] 직원들을 창의적으로 만들려면
조영호 아주대 경영대학원장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18/07/30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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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호 아주대 경영대학원장     ©화성신문

일본에서 가장 적게 일한다는 미라이공업(未來工 業株式會社)을 몇년 전 방문한 적이 있다. 하루 7시간 15분 근무지만 출퇴근 카드가 없어 사실 누가 얼마나 근무하는 지 알 수 없고, 정년도 70세라 고령자도 편하게 근무하고 있었다. 성과급이나 인센티브는 없었으며 아예 목표라는 것 자체가 없었다. 직원이 상사에게 연락하고 보고하고 상담하는 것도 금지한다고 했다. 그냥 괴짜 회사였다. 

 

그런 회사에서 자기 분야에서는 없는 물건이 없을 정도로 많은 물건을 개발해 놓고 있었다. 건축물 내부의 전기설비나 배수설비, 쉽게 말해서 벽에 붙어있는 전기 콘센트 박스나 난방용 호스 같은 것을 만드는 회사인데 인부들이 일하다가 좀 특이한 건축물에 맞는 “이런 물건 없을까?” 하고 미라이공업 카달로그를 찾아보면 거기 영락없이 있다는 것이다.

 

출퇴근 체크도 없고, 목표도 성과급도 정년도 없는 이 회사 구석구석 없는 데가 없는 것이 하나 있었다. “항상 생각하라(常に考える)”라는 표어였다. 회의실에도 식당에도 휴게실에도 공장에도 눈길이 닫는 데에는 다 붙어 있었다. 대신 뭐 ‘원가절감’ ‘고객만족’ ‘초일류기업’과 같은 다른 표어는 없었다.

 

그리고는 정말 직원들의 아이디어는 소중하게 다루어지고 있었다. 직원들이 무슨 아이디어든지 제출하면 일단 500엔을 준다. 우리 일행이 방문한 그날도 총무부장이 한글로 ‘환영합니다’는 안내판을 붙이자는 아이디어를 제안하여 500엔을 받았다고 이야기했다. 심지어는 회의실 앞쪽 좌측에 있는 TV 모니터를 우측으로 옮기자 해도 500엔 그것을 다시 제자리에 놓자고 해도 500엔 준다는 것이다. 그리고는 한달간 모인 아이디어를 심사해서 등급을 매겨 제대로 된 상금을 준다. 목표 달성에 대한 성과급은 없지만 아이디어에 대한 포상은 철저히 하는 회사가 미라이공업이었다.

 

그래도 그렇지. 엉터리 아이디어에도 왜 돈을 준다는 말인가? 생각을 했기 때문에 준다는 것이다. 막말로 적게 일하고 살아남으려면 아이디어라도 많이 개발해야 할 것 아닌가 하고 생각하는 회사이기도 하지만, 기실 진짜 이유는 ‘인간은 생각하는 동물’이라고 믿는 창업자 야마다 아키오(1931-2014)의 철학에 기인하는 거란다.

 

직원들을 창의적으로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할 것 인가? 일단 지시가 아니라 질문을 해야 한다(금년 2월 14일자 화성신문). 질문을 해서 생각을 하게끔 유도하고 또 시간을 주어야 한다. 그리고는 직원들이 낸 아이디어를 받아들여야 한다. 직원들이 낸 좋은 아이디어는 당연히 받아들일 것이다. 문제는 직원들이 낸 아이디어가 시원치 않을 때다. 직원들을 창의적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직원들이 낸 엉터리 아이디어도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다. 아이들에 대해서도 똑같이 이야기할 수 있다. 아이들이 말한 엉터리 아이디어도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다.

 

아무리 아이디어를 내라고 한들, 아무리 좋은 교육을 받게 하고 좋은 환경을 만들어준들 자신이 낸 아이디어가 번번이 무시된다면 누가 다시 아이디어를 낼 것인가? 반대로 생각해 보자. 직원들 생각에 ‘이런 말을 해도 되나’ 하고 던져 보았는데 그 아이디어가 관심을 받게 되고 채택이 된다면, ‘야 이거 별 거 아니구나 또 생각해 보아야지’ 하고 생각할 것이다. 아이디어를 내면 무조건 칭찬을 해주어야 하고 관심을 보여야 한다. 그리고 상사의 생각보다 좋은 생각이어야만 채택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보다 좋은 생각이면 실천해 보도록 해야 한다.

 

상사들 중에는 반대로 행동하는 사람이 많다. 부하가 의견을 내면 어떻게든 흠을 잡으려 하고, 부하가 만든 잘 된 문서도 일부러 표현을 바꾸어 버린다. 특별한 하자가 없으면 부하가 해온 대로 하라고 해야 나중에 부하가 더 잘하게 된다. 상사가 정말 피해야 할 단어가 있다. 바로 ‘그게 아니라’ 이다. 대신 ‘그것도 좋은데...다른 대안은 없어?’라고 해야 한다. “부장님 복날인데 삼계탕 드시러 갈까요?” 하면 “그게 아니지 맨날 삼계탕이야” 대신 “그것도 좋지. 다른 메뉴는 뭐가 있을까?”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이다.

 

제안제도를 가지고 있는 회사는 많다. 그러나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 곳은 많지 않다. 대단한 아이디어를 찾다보면 그렇게 된다. 제안제도는 직원들을 생각하게 만드는 것으로 충분히 가치가 있다. 금메달 감 아이디어가 아니라도 항상 생각하며 일하는 직장인이 보배인 것이다.

 

(choyho@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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