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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호교수의 Leadership Inside 31] 창조적 이단자를 살려라
조영호 아주대 경영대학원장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19/01/21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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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호 아주대 경영대학원장     ©화성신문

축구에서는 공을 손으로 잡으면 큰일난다. 아니 공이 손에 닿기만 해도 핸들링 반칙이 주어진다. 그런데 럭비는 공을 차기도 하지만 손으로 잡고 달리기도 한다. 이 럭비가 사실은 축구에서 비롯되었다. 축구에 대한 룰이 정확히 확립되기 전 1823년, 영국의 럭비 스쿨(Rugby School)이라는 학교에서 축구 경기를 하던 도중 윌리엄 웹 엘리스(William Webb Ellis)라는 소년이 발로 공을 차다 마음대로 안되자 손으로 공을 잡고 뛰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축구계에서는 축구 규칙에 대해 치열한 논쟁이 일었다. 손을 쓰는 축구 경기도 재미가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축구계는 공을 만지지 못하게 하자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그런데 공을 손으로 만질 수 있게 하자는 사람들도 만만치 않아 이들이 다른 종류의 ‘축구’를 만들었다. 그것이 바로 ‘럭비’인 것이다. 럭비 스쿨에서 발단이 된 일이라 그렇게 부르게 된 것이다. 그래서 엘리스는 의도하지 않게 럭비의 ‘창시자’가 되어 버렸다.

 

1998년, ‘IMF 한파’속에 국내 취업시장은 얼어붙 어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인하대 중국어과 졸업을 앞둔 지영순 양이 여자로서 일자리를 구한다는 것은 더더구나 불가능한 일이었다. 교내 중국어 웅변대회에서 1등 한 실력이 있다고 하나 이력서를 내민 회사에서는 면접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아예 생각을 바꾸어 먹었다. “한국에서 안되면 중국 현지로 가자.” 1998년 10월 18일 아르바이트로 번 돈 70만원과 사진을 넣은 명함 한 통을 들고 그는 무작정 홍콩행 비행기에 올랐다. 허름한 호텔에 숙소를 잡고 신문 구인 광고를 샅샅이 훑기 시작했다. 그녀는 서울에서 이메일을 보냈던 홍콩 이공대학교수도 찾아갔다. 그런데 그 교수가 인테리어 업체를 소개해 주었고 결국 그곳에 취업을 하게 되었다.

 

우용식씨는 기인(奇人)이다. 양쪽색이 다른 신발을 신기도 하고 길이가 다른 바지를 입기도 하고 또 머리를 한쪽은 밀고 한쪽은 길러 비대칭으로 만들기도 한다. 할리 데이비슨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고 누굴 태우려면 사이드카를 이용한다. 그런 그의 직업이 예능이 아니고 축산업이다. 그는 수원축산농협 조합장을 내리 4선이나 했고, 전국축협조합장협의회 회장과 축협중앙회 회장 권한대행도 지냈다. 우리나라 축산품종개량에 크게 기여했고, 축산인들을 조직화하는데도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

 

젊었을 때 축산을 공부하러 일본을 다녔는데 우리나라는 겨우 재래종 돼지를 키우고 있는데 일본에서는 이종간 교배를 통해 다양한 돼지품종을 개발하고 있었다. 이때부터 생각을 바꾸어야겠다고 생각하고 ‘무엇이든 배우자’ ‘무엇이든 해보자’ 하고 기인이 되었다.

 

사회에나 조직에는 규범이 있기 마련이다. 역사가 길고, 안정적인 성장을 해 온곳일수록 세부적으로 다듬어진 규범이 많이 있게 마련이다. 복장은 어떻게 하고, 언어의 사용은 어떻게 하고, 손님응대는 어떻게 하고, 회의는 어떻게 하고, 보고서는 어떻게 쓰고, 회식 자리에서는 어떻게 행동하고 하는 것들에 대한 규칙이 있게 마련인 것이다. 이러한 규범을 곧 이곧대로 따르는 사람은 ‘모범생’이고 순응주의자이다. 그런데 정작 조직에 혁신을 가져오는 건 규범을 깨는 ‘이단자’들이다. 럭비를 탄생시킨 엘리스나 취업시장을 개척한 지영순씨나 짝 신발을 신고 다니는 우용식씨는 모두 이단자들이다. 이들은 정말 중요한 규범을 지키기 위해 관행적으로 따르고 있는 형식적 규칙을 파괴하는 창조적 이단자인 것이다. 

 

철강왕 카네기가 한번은 신입사원을 뽑기 위해 면접을 보는데, 잘 포장된 상자를 주고 그것을 풀라는 문제를 내었다. 후보자들은 저마다 재주를 부리며, 상자를 싸매고 있는 끈을 풀기 위해 안간힘을 쏟았다. 그런데 한 명이 나타나더니 끈을 풀려는 생각은 하지않고, 칼을 찾더니 그냥 절단해 버리는 것이었다. 결국 ‘정상적’으로 끈을 푼 사람들은 떨어지고 칼로 절단한 사람이 붙게 되었다. 왜 그 사람을 선택 했느냐는 질문에 카네기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우리 회사에 얌전하게 끈을 푸는 사람들은 많아. 이제는 칼로 잘라내는 사람이 필요하단 말야.”

 

조직에서 규범을 지키는 것은 중요하다. 그렇다고 창조적 이단자를 배제해서는 안된다. 그들이 미래 먹거리를 찾아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리더가 그들을 찾고 지켜야 한다.

 

(choyho@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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