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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호교수의 Leadership Inside 63] 어떻게 끔찍한 사고를 막을 수 있나
조영호 아주대학교 명예교수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19/04/22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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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호 아주대학교 명예교수     ©화성신문

4월은 잔인한 달인가? 4월 4일, 식목일을 하루 앞둔 날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도로변 전봇대에서 발화된 불이 고성군과 속초시 일대를 검게 태우고 말았다. 때마침 불어닥친 강풍으로 인해 불은 삽시간에 번져나갔으며 진화를 어렵게 했다. 이 산불로 인해 1명이 숨지고 10명이 부상했으며, 또한 인근에 거주한 4000여 명이 대피를 해야 했고, 530㏊에 달하는 산림과 주택과 시설물 총 916곳이 전소되는 피해가 발생했다. 

 

산불은 자연재해라 치자. 4월 17일 경남 진주에서는 정말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발생했다. 진주시의 한 아파트 4층에 사는 40대 남성이 자신의 집에 불을 지르고 대피해 나오는 이웃집 사람들을 흉기로 찌르는 끔찍한 일이 생긴 것이다. 이 일로 주민 5명이 사망했고, 6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5년 전, 단원고 학생과 교사 262명을 포함하여 총 304명의 목숨을 앗아간 세월호 사건이 생긴 것도 4월이었다. 2014년 4월 16일. 해외에서는 유서 깊은 파리 노트담 성당 화재도 지난 4월 15일 있었다. 4월은 정말 잔인한 달이다. 

 

이런 일이 터질 때마다 정말 ‘어처구니없다’는 생각이 들고,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과 함께 사회를 개탄하게 된다. 세월호 사건은 5년이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아직도 진상규명에 목말라 있고, 관련자를 처벌하라는 목소리가 가시질 않고 있다. 

 

그런데 1984년 미국의 사회학자 페로우(Charles Perrow)는 ‘정상적 사고(normal accidents)’라는 제목의 책을 썼다. 우리가 정말 끔찍하고, 있을 수 없고, 상상도 하기 어려운 이런 사건들이 사실은 지극히 ‘노말한(정상적인)’한 결과라는 주장을 이 책에서 편 것이다. 그는 1979년 3월에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에 있는 스리마일 아일랜드(Three Mile Island) 원자력 발전소에서 일어난 방사선 유출사고를 조사하게 된 것이다. 원자력 전문가나 다른 과학자들과는 달리 사회학자인 그의 눈에서는 다른 것이 보였던 것이다. 복잡한 사회시스템, 너무 타이트하게 연결된 관계망들이 그에게는 사고의 원인이었던 것이다.

 

사실 페로우 교수가 말한 것처럼, 우리는 복잡한 시스템 속에서 살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서 전기를 켜고, 노트북 앞에서 일을 좀 하다가, 스마트폰도 들어다 본다. 전기밥솥으로 밥을 하고 가스레인지를 켜고 국을 끓인다. 출근할 때는 마을버스를 타고 전철역에 가서 전철로 갈아탄다. 회사에 가서는 잠시 책상 정돈을 하고 곧 회의를 시작하고 내일부터 계획된 해외 출장을 준비한다. 

 

이렇게 타이트하게 돌아가는 생활속에서 작은 실수나 이변이라도 일어나면 큰일이다. 가끔 휴대폰을 어디다 두고 오는 수가 있다. 아무 일도 할 수가 없다. 전화도 할 수 없고, 방향도 찾을 수가 없다. 그야말로 일이 안 되는 것이다. 전철이 제시간에 안오면..., 회의시간에 꼭 나타나야 할 사람이 빠지게 되면..., 직원이 실수로 비행기표를 예약해 두지 않았다면... 이 모든 작은 것이 끔찍한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 것이다. 비행기표 예약을 깜박한 한 것 자체는 지극히 경미한 단순 실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몇 100억이 걸린 중대 비즈니스와 관련이 있을 수 있고, 회사의 미래가 달린 것일 수도 있다.

 

보험회사에서 일하던 허버트 하인리히(Herbert Heinrich)는 이미 1931년, 1:29:300법칙을 제시했다. 1명의 사망자가 나오기 전에 같은 원인으로 29명의 부상자가 있었고, 사실 그 전에 같은 원인으로 부상당할 뻔 했던 일이 이미 300개나 있었던 것이다. 결국 우리는 작은 사고들과 더불어 살아가고 있다는 이야기고, 우리의 노멀한 삶 자체가 ‘사고스럽다’는 이야기도 되는 것이다. 

 

그러면 이러한 상황에서 끔찍한 사고를 막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 것이다. 한마디로 이야기하면, 끔찍한 일에만 초점을 맞추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진주 아파트 사건의 경우, 그 끔찍한 사건을 저지른 사람에 대한 분석과 처방도 물론 필요하지만, 그 전에 주민들이 여러 차례 경찰에 어려움을 호소했는데도 이 문제를 가볍게 다루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 경비시스템은 어떻게 돌아가는지, 나아가서는 아파트 주민들간의 일상생활과 소통은 어떻게 되는지, 주민들의 정서를 다듬어줄 수 있는 조경시설이나 편의시설은 어떤지 두루두루 살펴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작은 일이 저절로 잘 처리되는 ‘평범한 일상’을 만드는 것이 대형사고를 막는 길인 것이다.

 

(choyho@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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