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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화 교수의 심리칼럼] ‘앉아 있는 척’
윤정화 상담학박사 마음빛심리상담센터장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19/05/27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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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정화 상담학박사 마음빛심리상담센터장     ©화성신문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리는 순간 가슴이 뛰고 불안하다. TV를 보다가 채널을 여기저기 돌리게 되고 볼일이 있는지 없는지 잘 모르지만 몸은 어느새 어머니 눈에 띄지 않게 화장실에 들어와 있다. 한참 후 아이는 어머니가 안방에 들어갔을 것을 예상하고 거실로 나가다가 어머니와 마주쳤다. 순간 얼어붙은 다리는 후들후들 떨리고 자신이 왜 그 자리에 있는지 조차 생각이 나지 않는다. 오히려 어머니는 아무렇지 않게 아이를 스쳐지나갔고 아이는 알 수 없는 공포심을 느낀 것에 당황해했다. 

 

잠시 후 아이는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책상에 앉는다. 자신이 왜 책상에 앉아 있는지 모르겠으나 왠지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앞으로 힘든 일이 생길 것이라는 것이 온 몸이 예상했던 것 같다. 아니나 다를까 잠시 후 어머니가 아이의 방으로 들어왔다. 아이가 무슨 공부를 하고 있는지 책을 훑어보고는 무표정하게 아이의 방을 나갔다. 

 

아이는 아무 일이 생기지 않은 것에 대한 안도의 한숨을 쉬고는 무얼해야 될지 몰라 멍하게 앉아있는다. 그러다가 문득 생각난 것이 게임이다. 이때부터 게임을 하면서 방문 밖 소리에 주시한다. 혹시나 어머니가 방안으로 들어오면 바로 책을 펴야 되기 때문이다. 

 

사실 아이는 초등학생 때부터 책보는 것을 좋아했다. 그래서 게임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어느 날 아이는 자신이 좋아하는 곤충에 관한 책을 보고 있었다. 그때 어머니가 아이에게 다가와 쓸데없는 책을 보지 말고 쓸데 있는 영어나 수학책을 보라고 강하게 질책했다. 아이는 그러한 어머니의 질책에 놀라 당황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곤충에 관한 책을 본 것이 아주 큰 잘못을 한 것 같고 자신은 무얼 하나도 제대로 못하는 무능한 아이처럼 느껴졌다. 이후 아이는 책보는 것이 싫어졌다. 그리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유일하게 하고 있는 것은 어머니로부터 질책을 듣지 않기 위해 영어책이나 수학책을 책상에 펼쳐놓고 앉아있는 척 하는 것만 잘하는 아이가 되어버렸다.

 

아이는 어머니가 자신을 질책하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점차 커져갔고 어머니로부터 질책 받지 않기 위해 어머니의 눈치를 보는 아이가 되었다. 이후 학습할 의욕이 떨어지고 순간순간 깊이 고민하지 않고 그냥저냥 시간 보내는 하루하루의 삶을 살아가는 아이가 되었다. 또한 삶의 의욕이 떨어지면서 세상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으로 되어갔다. 

 

부모는 자녀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에 관심을 갖고 있는지 세심하게 살펴야한다. 아이의 관심과 흥미를 잘 찾아주는 것은 부모의 훌륭한 민감성이다. 이는 부모의 사랑이고 관심이다. 하지만 부모가 원하는 스타일로 아이를 일방적으로 질책하며 끌고 간다면 아이는 존중받지 못함을 경험해 자발성이 떨어진다. 자녀의 자발성을 원한다면 부모는 자녀를 향한 건강한 민감성과 깊은 관심이 필요하다.

 

(www.maumbi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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