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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호교수의 Leadership Inside 69] 경영이념을 실천한다는 것
조영호 아주대학교 명예교수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19/06/10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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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호 아주대학교 명예교수     ©화성신문

경남 창원에 희연(喜緣)병원이라는 요양병원이 있다. 요양병원 350병상, 재활원(요양원) 150병상, 합치면 500병상 규모다. 이 병원은 특별한 것이 많아 연 1,300명 정도가 견학을 온다. 아주대학교 경영대학원 헬스케어전공에서도 지난 5월 31일 견학을 갔다. 

 

이 병원에서는 어떤 경우도 환자를 신체적으로 구속하지 않는다 한다. 치매 환자나 신체를 움직이면 안 되는 경우 환자의 손발을 침대에 묶어두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병원에서는 그게 없다는 것이다. 2011년 ‘신체구속 폐지’를 선언하고 이를 지켜오고 있다. ‘환자의 손발을 묶는 것은 그의 인생을 묶는 것이다.’고 그들은 생각하고 있다. 

 

치매 환자가 콧 줄이나 소변 줄을 뽑고 자신의 변을 만지는 행동을 할 수도 있고, 재활 훈련을 하고 있는 환자가 스스로 해 보겠다고 혼자 걷다가 넘어지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많은 병원에서는 ‘하는 수 없이’ 환자의 손발을 묶어 놓는 것이다. 그런데 희연에서는 그것을 하지 않는다? 견학을 같이 간 간호사들은 ‘어떻게 신체구속 폐지가 가능하지?’ 하고 의아해 했다. 그게 마음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모든 환자를 자유롭게 둔다면 누군가가 곁에서 돌봐주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즉, 간호사나 간병인이 많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럼 그만큼 비용이 많이 지출된다. 병원 경영이 어려워진다는 이야기다. 어떻게 이게 가능할까?

 

그 뿐이 아니다. 이 병원에서는 일률적인 식단이 없다. 환자 개별 특성을 모두 고려하여 식단을 편성하기 때문에 모두 32종이나 다른 식사가 제공되고 있다고 한다. 단지 당뇨환자라 식단이 다른 정도가 아니라, 생선을 좋아하는 분, 콩을 안 드시는 분, 토마토를 좋아하는 분, 고기를 많이 드시는 분, 고기를 적게 드시는 분...이렇게 저마다 사정을 다 고려한다는 이야기다. 또 재활치료가 명절이나 휴일에도 쉬지 않고 365일 가능하다. 척추나 무릎 관절 수술을 하고 나면 재활치료를 해야 하는데 일반 병원에서는 일요일이라고 쉬고, 명절이라고 쉰다. 이렇게 쉬고 나면 그 만큼 회복이 늦어지는 것이다. 수술 후 6개월은 매일 쉬지 않고 재활활동을 해야 하는 데도 말이다. 이 또한 고비용 요인이다.

 

희연병원에서는 고가의 장비도 많다. 억대가 넘는 재활로봇이 4기종 6대나 있어 이들이 환자 보행과 운동을 도와준다. 그리고 천만 원이 넘는 침대가 4대나 있다. 서울의 큰 병원에서도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이 모든 것이 어째서 가능하단 말인가?

 

설립자 김덕진씨는 형님과 동생은 의사지만 본인은 의사가 아니다. 대학에서 경영학을 공부하고 ‘의료경영’에 관심을 가졌다. 일찍이 1992년 부곡온천에 부곡온천병원이라는 노인병원을 열었다. 한국 최초의 노인전문병원이었다. 2년 만에 아주 쫄딱 망했다. 그러나 굴하지 않고 그는 재도전했다. 1996년 ‘기쁜 인연’이라는 뜻을 담은 오늘의 ‘희연병원’을 개원했다. 이때는 보다 철저히 준비를 했다. 일본 ‘고쿠라 리하빌리테이션(재활)’ 병원 하마무라 원장의 지도를 받았다. 하마무라 원장과 김이사장은 약속을 했다.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높은 목표를 향해 가겠다.’  높은 목표는 다름 아닌 ‘인간 존엄’이었던 것이다. 다시 말하면, ‘모든 사람의 삶에 대한 존경’이다. 

 

그래서 김덕진 이사장은 병을 보지 않고 사람을 보았으며, 치료에 한정하지 않고 삶을 지키려 했다. 희연병원 벽면에는 이런 슬로건들이 붙어있다.

“기억을 잃어버려도 인생을 잃어버린 것이 아니다.”

“‘하지 마세요’, ‘안됩니다’가 없는 공간”

“저희는 그 분의 마지막 남은 잔존능력을 빼앗지 않겠습니다.”

 

이미 이야기했지만 ‘모든 사람의 삶에 대한 존경’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고비용이 든다. 철저한 케어와 개별적 서비스, 고가장비에다가 종업원 급여도 최상급이다. 급여가 창원에 있는 대학병원 수준이며, 중견병원의 수간호사 수준이다. 23년 동안 이 병원이 어떻게 버텨왔는가? 설립자 김덕진 이사장의 뚝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려움이 왜 없었겠습니까? 처음에 세운 최고의 목표를 한번도 포기 한 적이 없습니다. 직원들에게도 최고로 대우해주고 최고를 요구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고객들이 알아주더군요. 직원들도 우리 병원 출신이라 하면 타 병원에서 환영받고 갑니다. 우리 희연이 잘 한 게 없어요, 우리도 많이 부족합니다. 다만 다른 병원이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지요.” 그의 이야기다.

리더는 이런 이념을 실천하는 사람, 이런 꿈을 실현 시키는 사람이 아닐까?

 

choyho@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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