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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박사의 正學奉行(정학봉행)] 사와 악
남주헌 창의인성교육문화 협회장 / 디자인학 박사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19/08/12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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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주헌 창의인성교육문화협회장(디자인학 박사)     ©화성신문

# 글로 표현하기 힘든 장면을 글로 표현해 보고자 한다. 전철 객실에서 손님이 없다고 의자 옆으로 다리를 쭉 뻗고 있는 모습. 공공도서관에서 다리를 쭉 뻗고 비스듬히 앉아 책을 읽고 있는 모습. 교실에 선생님이 들어와 수업을 하는데도 처음부터 눈을 마주치지 않고 스마트폰에 고개를 박고 있는 모습. 식사할 때 발을 의자에 올리고 숟가락·젓가락 들고 한바탕 연설하는 모습. 글로 표현하기에는 조금은 어색하지만 나머지 모습은 독자들의 상상에 맡겨보기로 한다. 위 장면 주연은 어린이나 청소년의 모습은 아니다. 먼 나라 이야기도 아니다. 요 며칠 우리 이웃에서 필자가 목격한 장면이다. 그렇다고 우리 이웃의 전부를 묘사한 것은 아니다. 다만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웅덩이를 흐려 놓는다는 속담처럼 자라나는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에게 악(惡)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까? 생각해 보았다.

 

# 중년의 신사가 전철 객실 의자에 앉아 있다. 그 주변에는 젊은 사람들이 앉아 스마트폰을 열심히 보고 있다. 어르신 한 분이 전철을 타셨다. 중년의 신사는 주변을 좌우로 살피면서 혀를 찬다. 생각해 보건데 어르신이 타셨는데 젊은 사람들이 자리를 양보하지 않고 예의가 없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연세 드신 어르신들이나 몸이 불편한 분이 서 계시면 본인이 일어나 자리를 양보하면 살아있는 교육이 되고 멋있는 중년이 아닐까 잠시 생각(思) 해 본다. 지난 일주일간 대중교통으로 특강과 도서관 자료수집, 봉사활동을 다니면서 우리 사회의 한 부분이 잔상으로 남아 복기(復棋) 해 보았다.

 

# 세상이 복잡하고 매우 빠르게 변하며 사람들은 여유가 없어 보인다. 개념 정리가 안 돼 있고 모호한 태도를 취한다. 모두가 자신이나 제 자리에서 벗어나 타인의 것을 먼저 보고 탐하려고 하는 것 같다. 예(禮)와 절(節)을 이야기하기에는 좀 어색하다. 공동체 구성원으로 책임과 의무는 사라지고 자신의 자유만 존재되어야 할 듯이 목소리를 높인다. 혹자는 이런 모습을 “아날로그(산업사회)에서 디지털 시대(정보화 사회)로의 패러다임 전환에서 발생하는 문화의 충돌 현상”이라고 한다. 나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구문화와 신문화가 충돌하고 변이되면 품위도 예절도 없고 원칙이 사라져도 되는가. 누군가 컨트롤하고 균형점을 잡아주며 이정표를 만들어 가야 하는데 그 지성인들마저 사라졌다. 어려운 과제를 우리 스스로 갇혀진 울타리 안에서 해결해 나가야만 하는 시대다. 하물며 자동차가 충돌하면 견인차, 경찰차, 구급차, 보험차량이 서로 달려오는데 말이다.

 

# 철학과 리더가 부재한 가운데 지성인은 사라졌고 반지성인들이 날개짓한다. 선전 선동이 난무하고 자신의 자유와 주장만 외친다. 우리 사회는 생각하는 사회인가? 윤리 도덕적인 삶이 가치가 있는 사회인가? 올바름은 필요한 사회인가? 의문이 들 뿐이다. 논어의 위정편에 “시경 삼백 편은 한마디로 생각에 사특함이 없다'(詩三百, 一言而蔽之曰 思無邪)고 한 구절이 있다. 필자는 이 구절을 생각이 바름으로 사악함이 없고 그 밑바닥에는 읽음의 중요성이 있음을 깨달았다. 읽음이 부족한 사악들이 작금의 모습을 연출하고 우리들을 사악의 구렁으로 몰아가고 있지는 않는지 위정편을 읽으면서 생각해 본다. 작금의 형세는 생각(思)이 사라진 자리에 악(惡)의 형(形)이 자리 잡고 그 세(勢)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읽고·생각하고·쓰고·발표하는 사고(四考)의 형세를 만들어 국운을 바로 세워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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