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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고정석 화성문화원장 “소중한 옛것 사라지기 전에 흔적 남겨야죠”
2014년 제15대 원장 취임 후 연임, “다양한 테마 담은 마을지 만들 것”
문화원 고유사업에 심혈, “문화원 역할 줄어드는 것 같아 아쉬워”
 
김중근 기자 기사입력 :  2019/11/11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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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정석 화성문화원장이 문화원 1층 로비 벽면에 설치된 사진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화성신문

 

 

소중한 옛것들이 많이 사라지는데 사람들이 그런데 별 관심이 없습니다. 화성시가 급속도로 도시화 되면서 옛것들이 상당수 사라졌습니다. 토속적인 것, 무형문화재, 유형문화재, 심지어 보호수까지. 대도시에는 이런 것들을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 없습니다. 거의 다 사라졌다고 봐야지요. 그게 너무 안타까운 겁니다. 지금 화성시에서 시급하게 찾고 있는 것들이 바로 그런 것들입니다. 이러다가 정말 후세에 내놓을 것이 하나도 없을 지도 모르겠네요. 사라지기 전에 흔적 남겨야죠.”

 

201410월에 4년 임기의 제15대 화성문화원장으로 취임한 이후 지난해 8월 선거를 통해 연임에 성공하면서 제16대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고정석 화성문화원장은 화성문화원과 관련해서 지금 가장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이냐고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1952년생인 고 원장은 화성시에서 활동하고 있는 향토 시인이나 문인, 향토사학자 같은 사람들과 관련된 내용을 담은 책자를 내고 싶다고 했다. 옛길의 유래, 염전 간척사 같은 다양한 테마들을 담은 마을지를 만들고 싶다고도 했다.

 

지금 화성 시민 중에 화성 원주민이 많지 않아요. 80~90%가 외지에서 오신 분들입니다. 그 분들은 화성에 크게 관심이 없어요. 그 분들이 향토 시인과 문인, 향토사학자 같은 분들과 같이 대화할 수 있고, 같이 활동할 수 있고, 같이 문화를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적어도 화성에 이런 것이 있었고 저런 것이 있었다라는 것들을 파악하고, 서로 공유할 수 있는 것들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지방문화원조성법에 근거해 19652월 문화공보부장관으로부터 화성문화원으로 설립인가를 받았으니 올해로 55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화성과 오산지역을 무대로 활동하다가 19941월부터 두 지역이 분리되면서 화성지역에 한해 문화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231개의 문화원이 있다.

 

지금 위치의 화성문화원은 19999월 착공돼 20014월 신축 입주했으며, 2개월 후인 61일에 개원식을 가졌다. 9·10대 문화원장을 역임한 천광인 원장 재직 시에 이루어진 일이다.

 

 

▲ 2018년 인도네시아 뱅클루에서 열린 국제문화예술축제에 화성문화원 한국무용팀과 함께 참가한 고정석 원장(사진 중앙 삿갓 쓴 이).     © 화성신문

 

 

고정석 원장은 문화원의 주요 업무가 지역고유문화의 개발 보급 보존 전승 선양, 향토사의 발굴 조사 연구 및 사료의 수집 보존, 지역전통문화에 관한 자료 수집 보존 보급 등이라며 업무를 설명한 후 향토문화 연구에 있어서 가장 필요한 것이 옛것을 찾아서 조명해보는 것인데 현재 이 기능이 조금 약해지고 있다며 아쉬워했다.

 

고 원장에 따르면 문화원이 전통문화 계승·발전·복원 사업과 향토문화 연구, 지역문화 선도 역할을 담당하는 곳인데 문화재단이 만들어지면서 문화원 고유사업들이 문화재단으로 이관되면서 문화원의 역할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갈수록 문화원의 역할이 줄어드는 모습을 보여서 조금 안타깝기는 하지만, 전 시장님이나 현 시장님이 문화원의 중요성을 느끼고 계시고 또 많이 지원해주시려고 노력하고 있어 위안이 됩니다.”

 

화성문화원은 예산 전액을 시에서 지원받고 있다. 문화원이 위탁사업으로 진행하던 3.1절 만세운동 기념식, 4.15 추모제 행사, 8.15 광복절 행사 등이 문화재단으로 넘어가면서 관련 예산과 인력이 통째로 줄어들기도 했다.

 

고 원장은 근대문화유산조사사업과 화성 속 역사 찾기, 전통문화사업, 예절관 운영 등 16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문화원 활동을 소개하고 문화원의 고유사업들이 금방 성과가 나는 사업이 아니기 때문에 심혈을 기울여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이 사업들을 지속적으로 해나갈 필요가 있으며, 그런 측면에서 시에 협의를 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 원장은 또 빠른 시간 내에 성과가 나는 사업보다는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사업들을 더 많이 추진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지금 지역에서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분들에게 각각의 테마를 주고 의미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종국에는 시민들과 공감할 수 있도록 하게 만드는 프로세스가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문화원에는 고 원장을 비롯 부원장 4, 감사 2, 이사 24명 등 31명의 임원과 사무국 직원 6, 500명에 달하는 정회원들이 활동하고 있다.

 

고 원장은 1시간 남짓한 인터뷰 동안 역대 원장들과 현 임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여러 차례 표했다. 소탈하고 담담한 그의 말에서 진정성이 느껴졌다.

 

역대 원장님들이 고생을 많이 하셨어요. 정말 힘들게 이어져 온 것 같습니다. 지금 저랑 활동하고 계신 부원장님들과 이사님들, 감사님들이 열심히 도와주십니다. 서로 힘을 합쳐서 도와주며 지역문화 발전에 공헌을 하고 계십니다. 그 분들하고 같이 일하는 것이 재미도 있고, 의미도 있고, 큰 보람도 있습니다.”

 

 

문화는 생활이라고 말하는 고 원장에게 앞으로의 계획과 포부를 물었다.

 

문화원 역점사업을 강화해서 후세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결과물들을 만들어 내야 합니다. 전통문화와 역사문화, 지역의 인물, 사라져가는 옛것들을 찾아서 조명하는 것이 문화원의 가장 큰 역할입니다. 화성시의 더 많은 지원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현재 화성문화원은 지난해 822일 치러진 문화원장 선거 후유증의 터널을 벗어나고 있는 상태다. 선거에서 진 쪽에서 13건의 소송을 걸었는데 한 건을 제외하고는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나머지 한 건의 소송도 법원에서 기각 당했지만 현재 항소가 제기된 상태다.

 

고 원장은 교회 장로라고 했다. 언행이 진중하다고 느껴진 이유가 거기에 있었다. 성경에서 좋아하는 단어가 뭐냐고 물었다. ‘좁은 문이라고 했다. 고 원장이 나지막이 성경구절을 읊조렸다.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 멸망으로 인도하는 문은 크고 그 길이 넓어 그리로 들어가는 자가 많고 생명으로 인도하는 문은 좁고 길이 협착하여 찾는 이가 적음이니라

 

고 원장은 화성문화원 원장이 되기 전 30년간 왕성한 사회단체 활동을 해왔다. 축산 낙농을 한 연유로 수원축협 이사를 했고, 새마을금고 감사와 이사, 사회단체로는 라이온스 회장, 바르게살기 화성시 협의회장, 평화통일자문위원회 위원, YMCA 이사를 거쳤다. 2004년도에 임원이 되면서 문화원과 인연을 맺었으며, 10년째 되던 해 원장에 선출됐다.

 

나이 서른부터 화성 땅을 밟고 있다는 고 원장은 협력사랑이라는 단어도 좋아한다고 했다. 좌우명도 심플했다. ‘행복하게 살자’.

 

인터뷰를 마치고 일어나려는 기자에게 고 원장은 김구 선생의 백범일지나의 소원에 나오는 글을 읽어주었다.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우리의 부력(富力)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强力)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는데 1층 현관 높은 곳에 걸린 문구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지방문예진흥은 문화원의 사명이다’.

 

김중근 기자 news@ih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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