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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초대석] 김진영 ㈜제이엠이엔씨 대표 “힘들지만 가장 빠른 길, 정도경영이죠”
‘옳지 않은 길은 가지 않는다’ 신념 무장, ‘JM’s WAY’ 추구
제품 품질 탁월해 해외에서도 ‘평판’, “해외 시장서 ‘빅뱅’ 기대”
인생의 가장 큰 지혜는 신뢰·초심·배려, ‘눈 앞 이익’ 초연
약속은 지키라고 하는 것, “삼성만큼 급여 주는 회사 만들고 싶어”
 
김중근 기자 기사입력 :  2019/11/18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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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영 대표가 팔을 쭉 뻗어 보이며 정도경영을 계속 걸어갈 것임을 다짐하고 있다.     © 화성신문

 

 

JM’s WAY. ‘제이엠의 길이다.

 

김진영 제이엠이엔씨(JMe&c) 대표는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나가는 무소 같은 사람이다. 부드럽고 순수하고 깔끔한 느낌을 주지만 옳지 않은 길은 가지 않는다는 신념으로 정도경영을 고집하는 우직한 성품의 소유자다.

 

제이엠이엔씨는 방수시트와 필름 분야에서 우수한 기술력과 탁월한 품질로 대한민국을 선도하는 리딩 회사다. 한국도로공사에서 사용하는 터널용 방수 시트, 건설사에서 사용하는 건축용 방수 시트, 철도시설공단에서 쓰는 방수 시트를 생산한다. 필름 분야에서도 포장 필름, 기능성 필름, 특수 필름을 생산하고 있다.

 

터널용 방수 시트는 한국도로공사에 설계 스펙으로 들어가고 있다. 두께는 1밀리미터. 기존 국내 제품에 비해 두께는 20% 얇지만 물리적 강도와 신장률은 오히려 40~60% 높다. 기존 제품들이 단순히 수지만 가지고 생산하는데 비해 제이엠이엔씨는 멀티 레이어 방식으로 생산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멀티 레이어는 여러 층들이 모여 합지되는 방식이어서 일반 제품과는 기능이 확연히 차이 난다. 당연히 수명도 길다.

 

건설사에서 사용하는 건축용 방수 시트는 옥상이나 지하주차장 슬라브 박스에 비노출로 적용되고 있다. 제이엠이엔씨가 생산하는 건축용 방수 시트는 대한민국 최고의 품질을 자랑한다. 건축용 방수 시트에 대해 설명하던 김 대표는 이 분야 신기술 인증체제에 대한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싼 것만 찾는 건설사, 대한민국 현실 안타까워

 

우리나라 건축분야의 가장 큰 문제점은 신기술 인증 자체가 본질적인 품질에 대한 신기술 인증이 아니라 공법에 대한 신기술 인증이라는 점입니다. 생산한 소재 성능이 아무리 우수해도 신기술을 잘 내주지 않습니다. 건축공법이 들어가야 제품을 거기에 넣어서 인증을 해줍니다. 정말 잘못된 일이죠.”

 

김 대표에 따르면 법률에 제품의 기준이 너무 낮게 규정돼 있어 사용자들은 규정에 어긋나지만 않는다면 품질은 낮지만 가격이 싼 제품을 구매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규정에 어긋나지 않는데 누가 비싼 돈을 들여서 좋은 제품을 사용하겠느냐는 의미다.

 

일본의 경우는 건축법에 공사 품질 보증기간이 10년에서 15년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품질 보증기간이 3년이어서 3년만 지나면 시공사에 책임이 없는데 굳이 비싼 돈 들여서 좋은 제품을 쓸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민영건설사들도 KS기준이 너무 터무니없이 낮게 되어 있다는 사실을 다 알고 있다고 했다.

 

그나마 국가 기관인 도로공사나 철도시설공단에서 저희같이 성능이 우수한 제품을 써서 그나마 다행이죠. 민영건설사는 절대 안 씁니다. 품질이 좋아도 비싼데 굳이 쓸 필요가 있느냐는 겁니다. 비용이 사실 많이 차이가 나는 것도 아닙니다. 33평 아파트 5억짜리 수도권에서 분양한다고 하면 저희 제품이 들어가면 시공비 포함에서 300만 원 밖에 안 됩니다. 전체 금액에 비하면 미미한 거죠. 그런데 그걸 100만 원 짜리 쓴다는 거죠. 이게 안타까운 우리 대한민국의 현실입니다.”

 

 

▲ 제품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김 대표.     © 화성신문

 

 

일본의 기준은 제일 낮은 표준가격과 상위 표준가격 두 가지를 제시하고 있다고 한다. 그 이유는 하를 선택하는 사업자는 법에는 저촉되지 않지만 제품의 질은 상 보다 떨어진다는 걸 알고 사기 때문이다. 반면 상은 가격은 비싸지만 품질이 월등히 높고 수명이 오래간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알려준다. 사용자에게 선택권을 주는 것이다.

 

김 대표는 국가기관에 민원을 넣어봤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한다.

 

“8~9년 동안 대형 민간건설사와 이야기 해봤지만 가격을 이 가격에 맞추세요하더군요. 1,000원짜리 재료를 어떻게 500원에 공급할 수 있겠어요. 과거 70~80년대는 중소기업들이 기술력이 없고 자본이 없었기 때문에 중소기업 보호측면에서 정부가 KS기준을 낮춰놓은 것을 이해합니다. 하지만 지금 2000년대 들어와서는 우리 중소기업들 기술력도 많이 성장했거든요. 현재 KS 기준 가지고는 선진국에 한 군데도 공급을 못해요. 우리도 일본 등 선진국처럼 KS 기준치를 기존 것과 상위 것 두 가지를 제시해야 합니다.”

 

제이엠이엔씨 제품은 일본 JS, 유럽 EU, 미국의 UL 기준을 모두 충족시킬 정도로 품질이 우수하다. 연구개발에 대한 끊임없는 투자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가격만 싸게 해 달라는 우리나라에서는 한계를 느껴 해외 진출을 적극적으로 타진하고 있다.

 

한국도로공사와 마찬가지로 철도시설공단 설계 스펙에서도 제이엠이엔씨가 차지하는 물량이 1위를 차지한다. 전체 물량의 67% 설계 스펙을 가지고 있다. 후발주자이면서도 높은 품질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 그만큼 고민한 결과다.

 

제이엠이엔씨가 생산하는 필름 제품들도 시장에서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포장 필름은 침대 매트리스 포장에 쓰인다. 포장 필름 물량의 70%를 차지한다. 기능성 필름은 나무나 철판 등 필름이 붙지 않는 곳에 화학적인 반응을 통해 접착되도록 만들어진 필름이다. 제품을 보호해주는 특수 필름도 있다.

 

그러니까 이 사회가 어려워지지 않습니까

 

신뢰와 약속을 중시하는 김 대표의 정도경영 마인드를 살펴볼 수 있는 사례가 있다.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가 일어나면서 세계가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게 됐을 때 석유화학 원재료 가격이 30~40% 폭등했을 때의 일이다. 당시 김 대표는 포장 필름 원재료를 충분히 확보해둔 상태여서 거래처에 공급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원재료를 구입하지 못해 공급에 차질을 빚고 있는 기업 20여 곳으로부터 공급해 줄 수 없겠느냐는 연락을 받았다. 그때 김 대표는 그 회사들에 일일이 전화를 했다.

 

가격이 30~40% 올랐는데 기존 공급업체에 가격을 인상해주셨느냐고 물었죠. 그랬더니 아직 안했대요. 검토 중이라는 겁니다. 기존 공급업체에 가격 인상을 하지 않고 거래처를 바꾸려고 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며 거래하지 못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하는 얘기가 아니 구매발주는 자기들이 하는데 왜 사장님이 그러시느냐고 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그랬죠. 그러니까 이 사회가 어려워지지 않습니까. 귀사의 구매 스타일로 봐서는 언젠가 지금 같은 상황이 또 벌어지면 우리 회사에게도 똑같이 지금처럼 그렇게 할 것 아닙니까. 다른데서 알아보시라고 했지요. 그런 식으로 하면 안 된다는 경종을 울리고 싶었거든요. 결국 한 군데도 공급을 안 했죠.”

 

 

▲ 김 대표와의 인터뷰가 이루어진 14일 제이엠이엔씨를 방문한 네덜란드 기업 대표(사진 오른쪽)가 생산시설을 살펴보고 있다.     © 화성신문

 

 

김 대표는 이처럼 자신의 소신대로 기업을 경영한다. 단가를 후려쳐서 거래처를 늘린다고 한들 그게 진정한 거래처가 되겠느냐는 생각에서다.

 

김 대표의 정도경영은 지금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다른 회사들이 저가 정책으로 가더라도 중상 가격 정책을 고집한다.

 

중소기업들이 어려워지는 이유가 저가 정책을 쓰기 때문입니다. 저가 정책을 쓰면 결국 시장경쟁에서 도태되고 살아날 길이 없어요. 중상위 고가 정책으로 가려고 하면 새로운 제품을 만들 것이고, 새로운 도전을 계속할 것 아니겠어요. 그런 노력으로 입지가 굳혀지면 시장에서도 제품의 품질을 인정하게 될 겁니다. 과거에 삼성 이건희 회장이 디지털 핸드폰 불량 나왔을 때 전량 폐기 했잖아요. 그렇게 해서 품질에 대한 신뢰를 주게 됐다고 봅니다. 우리 회사도 그 길을 걷고 있는 겁니다. 지금 시장에서도 우리 회사 제품의 품질 우수성을 모두 인정하고 있거든요.”

 

삼성전기에서 근무하던 김 대표는 업무가 자신과 맞지 않아 2년 근무하고는 그만뒀다. 당시 회사 부장과 6개월을 다퉈가며 창고관리 시스템을 개선했다. 5명의 인원을 줄일 수 있게 됐고 업무도 더 편리해졌다. 나중에 그 부장한테 고맙다고 술도 얻어먹었다.

 

친척이 경영하던 플라스틱 업체에 가기 싫었지만 어쩔 수 없이 가게 되는 상황이 발생했고, 이왕 간 김에 밑바닥 일 다 하면서 최선을 다해 근무했다. 조퇴 한 번 하지 않았다. 탁월한 영업력으로 회사를 업계 톱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주변에서 스카웃 제의도 많았다. 연봉 두 배 세 배로 주겠다고 했다고 한다.

 

세월이 꽤 흘렀어요. 저에게 경영을 맡길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럴 마음이 전혀 없는 걸 알았어요. 퇴사시기를 고민하던 중 IMF 사태가 빚어지면서 그만뒀습니다. 다른 직원들에게 경종을 울리고 싶은 마음도 있었죠. 11년 동안 근무하며 회사 경영에 대한 모든 것을 배웠습니다.”

 

퇴사 후 동갑내기 아내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집안 일 신경 쓰지 말고 바깥 일만 신경 썼으면 좋겠다고. 아내의 말이 큰 격려가 됐다. 준비 끝에 김 대표는 2001년 회사를 설립했다.

 

회사 설립 이듬해 친척이 운영하는 회사에서 관리이사라는 사람이 찾아왔어요. 처음 보는 사람이더군요. 직원들에게 이야기를 들어보니 고맙다 존경한다는 말을 했다고 하더군요. 회사가 힘들어졌으니 관리를 맡아달라고 했어요. 거절했습니다. 저는 영업력이 좋았습니다. 회사에 피해 안 끼치려고 거래처 명함 한 장 안 가지고 나왔어요. 다이어리도 휴대폰도 폐기하고 나왔거든요.”

 

리더요? 책임지는 사람이죠

 

1965년생인 김 대표는 회사 설립 직후부터 직원들에게 한 약속 두 가지를 지금까지 지키고 있다. 하나는 회사에 주방장을 둬서 삼시 세끼 먹는 것만큼은 제대로 해결해주겠다는 약속이고, 다른 하나는 기숙사를 제대로 지어주겠다고 한 약속이다.

 

주방에는 두 명의 주방장이 있다. 한 사람은 보조다. 기숙사도 사내에 오피스텔 건물을 지었다. TV와 냉장고, 세탁기 등 가전이 풀세트로 비치돼 있다. 현재 전체 임직원 29명 중 12명이 방 하나씩을 사용하고 있다. 아직도 방은 7개가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건설사들이 회사에 실사를 나오면 방수 업계에서 최고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우리 회사 품질이 우수하다는 건 대형 건설사들도 다 알고 있습니다. 자체적으로 최신 시설을 갖추고 있어 100% 자체 생산이 가능합니다. 복지나 현장 관리 시스템도 제일 좋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냉난방 시설이 잘 갖춰진 탁구장도 있고요. 자랑할게 좀 있네요. 하하.”

 

제이엠이엔씨는 우리나라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에서 동종업계 선두다. 5년 전부터 해외 진출을 타진하고 있는데 해외에서 한국에도 이런 기업이 있느냐는 찬사를 받고 있다고 한다.

 

김 대표와의 인터뷰는 14일 오전 10시에 시작됐다. 2시간 남짓 걸린 인터뷰를 마치고 구내식당에서 가볍게 식사를 한 후 회사를 빠져 나오려고 할 무렵 차량 한 대가 회사로 들어왔다. 김 대표의 직원이 김포공항에서 픽업한 네덜란드 중견기업 사장이 차에서 내렸다. 제품의 품질이 우수하다는 것을 알고 실사 차 방문한 것이었다. 유럽과 미국에 지사를 13곳 두고 있다고 했다.

 

내 앞에 있는 사람이 즐거우면 내가 행복한 거죠라고 말하는 김 대표는 돈의 가치는 쌓아두는 것이 아니라 베푸는데 있다고 했다. 얼마 전 장성한 두 자식이 지금까지 돌봐주신 것에 감사드린다고 말할 때 보람을 느꼈다고 했다.

 

사업 초기 어려웠을 때의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한다는 김 대표 집무실 벽에는 자신이 만든 ‘1등 아닌 꼴찌도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자는 글귀가 담긴 액자 하나가 걸려 있다. 리더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리더요? 책임지는 사람이죠라고 말했다.

 

김 대표에게 한 가지 소원을 말하라면 무엇을 말하겠느냐고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삼성만큼의 급여를 주는 회사를 만들고 싶습니다. 강소 기업을 만들어 꼭 그렇게 하고 싶습니다. 우리 직원들이 우리 회사 성공했어라고 말할 때가 정말 성공한 것일 테니까요.”

 

김중근 기자 news@ih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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