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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무가내 개발로 피해입는 소시민
돈 한푼없이 쫓겨날 위기의 '서민'
 
특별취재반 기사입력 :  2007/08/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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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손자는 어떻게 하라고···”
신1리 홍순란 할머니

   
▲ 다 큰 손자를 책임지고 있는 홍순란 할머니는 지금 살고 있는 집을 떠나 갈 곳이 없어 암담한 상태다.
동탄면 신1리에 거주하고 있는 홍순란(74) 할머니는 현재 동탄면사무소에서 무상 임대해 준 허름한 주택에서 손자(23)와 함께 살고 있다.

이혼한 아들이 있지만 빚에 쫓기던 아들은 연락이 두절 된 지 오래다. 손자는 정상이 아니다.

몇 해 전까지 석우리에서 살았던 할머니는 동탄신도시 개발과 함께 정부에서 쥐어준 이주비 525만원을 받고 쫓기 듯 이곳으로 왔다.

당시 받은 분양권도 돈 없는 할머니에게는 휴지조각에 불과했다.

홍 할머니는 다시 집을 떠나야 한다고 생각하니 눈앞이 캄캄하다.
특히 하루 종일 방안에 틀어박혀 지내고 있는 손자를 생각하면 흘러내리는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다.

손자는 반월고등학교 재학시절 학생들로부터 지독한 학대와 따돌림을 받았다. 이후 손자는 학업을 중단하고 극심한 우울증과 대인기피증에 시달리며 하루 종일 방 밖으로 나오지 않고 있다.

“보모가 없어도 중학교 다닐 때 동네 배추밭에서 일하고 돈 벌어 오던 얼마나 착하던 애였는데···. 내가 못나서 우리 아까운 손자가 저렇게 됐어”

현재 홍 할머니가 살고 있는 신1리는 할머니와 손자에게는 무엇보다 소중한 공간이다. 누구 눈치 안보고 손자와 살 수 있는 집이 있고 때 되면 찾아오는 친절한 면사무소 사회복지사 여직원은 살아가는 큰 힘이다.

그런 이곳에서 홍 할머니는 다시 쫓겨나야 할 처지다. 
“여기서 나가면 나하고 우리 손자 누가 반기겠어? 갈 데는 또 어디 있고. 불쌍한 우리 손자 아니면 더 살아서 뭐해”

명품신도시 동탄2 개발이 할머니에게 남겨줄 것은 무엇인지.... 그 결과가 궁금해진다. 

“그냥 내버려 뒀으면 좋겠는데···.”
오산 3리 마타님 할머니

   
▲ 오산3리에 거주하는 마타님 할머니(오른쪽)는 마을을 떠나고 싶지 않다는 바람 뿐이다.
“떼를 쓰면 여기서 RP속 살 수 있는 건가.... 말하면 뭐해? 앞으로 어떻게 살지 누가 좀 도와줬으면 정말 고맙겠는데····.”

동탄면 오산3리에서 혼자 거주하고 있는 마타님(75) 할머니는 독거노인이다. 정부에서 지원받고 있는 월 35만원 지원금이 할머니 수입의 전부다. 그나마 월세로 12만원을 주고 나면 한달 살기가 빠듯하다.

40여 년 전 교통사고로 몸이 망가진 이후 할머니의 삶은 힘겨워졌다. 자식이 원래 없었던 할머니는 몇 해 전 믿고 의지하고 살던 할아버지가 세상을 뜨고 난 후 삶이 더욱 고단해졌다.

그래도 이곳 삶이 할머니에게 나쁜 것만은 아니다. 할머니 집은 여름이 되면 찜통처럼 달아오르고 겨울이면 찬바람이 들어오는 컨테이너지만 힘들면 다리 뻗고 쉴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만으로 행복했다.

주일이면 찾아가서 기도드리고 교통사고로 망가진 다리를 치료해주는 교회가 있다. 무엇보다 마을 노인들을 친구로 만들어주는 동탄면사무소 복지프로그램을 통해 만난 절친한 친구 김 씨(78) 할머니도 있다.

마 할머니는 김 할머니와 하루 종일 수다를 떤다. 속이 다 후련해진다. 원래 영천리에서 거주하던 마 할머니는 이곳으로 옮겨 오고 난 후 삶이 많이 즐거워졌다고 한다.

그러나 얼마 전 마을 사람들로부터 이곳을 떠나야 한다는 말을 듣고 마 할머니는 답답한 마음을 가눌 수 없다.

이곳을 떠나서는 다시 살아갈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처지를 하소연 하고 싶어도 누구한테 말해야 되는 지도 모르고 있다.

상황은 김 할머니도 마찬가지. 할아버지와 함께 월세 방에서 살고 있는 김 할머니도 이주비 몇 푼 받고 마을을 떠나야 할 처지다.

“이런 마을에서 사는 게 좀 좋아? 제발 우리 좀 가만히 내버려 뒀으면 좋겠는데···.”
지난 23일 만나 본 두 할머니는 마을을 떠나고 싶지 않다고 숨죽여 흐느꼈다.

“이사해야 한다는 이야기만 들었어요”
오산리 소년소녀가장 전혜진

“신도시가 들어서게 돼 이사해야 한다는 이야기만 들었지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어요”
한참 사춘기 감성에 젖어들 나이의 혜진(가명 15세)이는 자신의 속사정을 말하기가 쑥스러운 듯 고개를 숙인 채 걱정에 찬 목소리를 냈다.

3년 전 아빠가 알코올 중독으로 세상을 뜰 당시 혜진이 나이 12살. 언니와 남동생이 가족의 전부가 된 셈이다. 혜진이는 험한 세상을 어찌 살아가야 할까 걱정이 태산이었다.

그래도 5살 위인 언니가 가장을 맡고 본인은 정신지체 장애를 겪고 있는 남동생을 돌보며 하루하루를 이어갔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화성시 효나눔센터에서 유급 가정봉사원으로 활동하시는 이웃집 아주머니가 고맙게도 이것저것 챙겨주며 엄마의 빈자리를 조금이나마 채워줬다.

힘들지만 밝게 살아온 혜진이는 요즘 더 큰 걱정거리에 마음이 무겁다.
언니는 돈을 버느라 가끔씩만 집에 오는데다 마을에 신도시가 들어서 살고 있는 사람들 모두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야한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동네 사람들이 이사를 가야 한다고는 하는데 어디로 가야할지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동생도 걱정되고....”

언니가 없는 동안 혜진이는 언니를 대신해 동생 상진이 목욕도 시키고 밥도 먹이고 집안 청소며 빨래 등 모든 일을 혼자 해결해 왔다.

그런 혜진이에게 정든 마을을 떠나야 한다는 더 큰 걱정이 닥친 것이다.
엄마처럼 도와주시던 옆집 아주머니와도 이별해야 하는 데다 새로운 마을에 새로운 사람들과 적응해야 한다는 사실이 두렵기 때문이다.  특히 정신장애를 앓는 상진이에 대한 걱정이 태산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진이가 더 걱정이에요. 이제야 여기에 적응하는 것 같은데 새로운 곳에서 잘 적응할런지....”


향남, 남양의 택지개발은?

시, 수용지 내 기초수급자 파악조차 안 해
소외계층 위한 장기임대주택단지 마련 전부

개발로 인해 등 떠밀리듯 마을을 떠나야만 했던 사회적 약자들이 지금까지 관내에서 진행된 그 어떤 택지개발에서도 제대로 된 이주대책을 제공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 화성시가 주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총 420억 원의 사업비를 들여 추진 중인 남양지구 도시개발사업.
이와 관련 대형 택지개발지구에서는 소외계층을 위한 장기임대주택 단지를 마련하기도 하지만 당장 먹고살 형편이 어려운 기초수급자들의 경우 이마저도 ‘남의 나라 일’이 되고 마는 실정이다.

현재 관내 곳곳에서 진행되는 택지개발은 동탄을 비롯해 향남1.2지구, 남양, 태안 등 10여 곳이 넘는다.

동탄1지구는 올해 말 준공을 앞두고 있으며 향남1지구나 청계지구, 동지지구, 남양도시개발 등은 이미 보상절차가 끝난 상태다.

보상절차가 이미 끝난 향남1지구나 남양도시개발 등의 경우 당시 기초생활수급자 대부분은 월세거나 지인의 명의로 된 주택에서 무상으로 세를 얻어 사는 형편이었다.

때문에 이들 대부분은 사업 시행자 측에서 지원된 소액의 이사비용 만을 받고 정든 삶의 터전에서 떠나야만 했다.

그러나 기초수급자에 대한 주거보장 의무가 있는 행정당국에서는 이들을 위한 별다른 지원도 대책도 마련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런데도 시는 택지개발 수용지 내 기초수급자가 수가 어느 정도였는지 조사된 바도 없으며 이후 그들의 생계대책은 어떻게 됐는지 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있다.

시 관계자는 “해당 사업시행자 측의 보상기준에 맞춰 보상이 지급됐을 것”이라며 “기초수급자의 경우 자연적으로 그들의 재산에 맞게 이주를 하던지 무료사회복지시설로 들어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복지 전문가들은 “진정 행정당국의 지원을 필요로 하는 이들에 대한 제대로 된 사전조사를 통해 선 대책 후 개발 정책이 절실하다”며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는 택지개발로 인해 피해를 입는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차후 생계지원방안도 논의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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