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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호교수의 Leadership Inside 119] 미네르바 스쿨을 아세요?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20/06/22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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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호 아주대학교 명예교수     ©화성신문

‘미네르바 스쿨’이라고 불리는 대학이 있다. 2014년 미국의 벤처투자자 벤 넬슨(Ben Nelson)에 의해 만들어진 이 대학은 캠퍼스가 없다. 100% 온라인으로 수업을 한다. 학생이 어디에 있든지 온라인 접속을 통해 실시간 강의를 듣고 교수의 진행에 따라 공부를 한다. 교수도 물론 공간적인 제약이 없다. 어디서든지 시간에 맞추어 강의를 하면 된다. 한 반에 20명 쯤 되는 학생들의 얼굴이 사이버 강의실 화면에 뜨기 때문에 교수는 반 전체와 토론을 할 수 있고, 학생 개별적으로 눈을 마주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학생이 질문을 하거나 참여를 하면 학생들 화면의 색깔이 바뀐다. 그러니 교수는 수업이 어느 정도 진행되면 어떤 학생이 참여했고, 어떤 학생이 침묵을 지켰는지 알 수 있다. 그러면 당연히 그 다음부터는 침묵을 지키는 학생들에게 주의를 좀 더 기울인다. 일반적으로 교실 수업은 쌍방향이고 온라인 수업은 일방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미네르바 온라인 수업은 강도 높은 쌍방향이다. 사실 교실수업이 실제로 쌍방향이 되지 못 하고 있다. 학생들과 교사가 그저 같은 공간에 앉아 있을 뿐이지 1대 1 교류를 못 하는 경우가 많다. 

 

미네르바 스쿨에서는 수업은 온라인인데 역설적으로 생활은 오프라인이다. 그들은 기숙사 생활을 한다. 다만, 기숙사가 전 세계 7개국에 흩어져 있어 학기마다 도시를 바꾸어 가며 생활을 한다. 1학년은 샌프란시스코, 2학년은 서울·하이데라바드(인도), 3학년은 베를린·부에노스아이레스, 4학년은 런던·타이베이로 생활 장소를 옮긴다. 세계의 여러 문화를 익히고 글로벌 환경을 이해하기 위해서다.

 

미네르바 스쿨에서는 교육과정도 파격적이다. 학생들은 전공이 있지만, 과목은 인문학, 사회과학, 예술을 통합한 것들이 많다. ‘사회과학과 뇌신경과학’ ‘컴퓨터과학과 데이터과학’ ‘글로벌 거버넌스’ 같은 과목을 배우고, 내용도 프로젝트를 개발하고 현실적인 문제해결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2014년에 오픈한 신설 대학이 벌써 명문대학 반열에 올라왔다. 미네르바 스쿨은 이미 미국 명문대학보다 지원율이 높아졌다. 한 해 150명에서 180명 정도 뽑는데 지원자가 1만 5천명을 넘고 있다. 우리나라 민족사관학교 학생들도 이제는 미국의 아이비리그와 미네르바 스쿨을 동일한 수준으로 보고 입학준비를 한다. 미네르바 스쿨은 1년 등록금이 4만 달러 정도로서 아이비리그 대학보다 싸다. 캠퍼스가 없기 때문이다. 그것도 미네르바 스쿨의 장점 중 하나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학교가 제대로 문을 열지 못하고 온라인 수업으로 대신하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서 미네르바 스쿨의 도전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미네르바 스쿨은 ‘아, 교육이 저런 식으로 행해질 수 있구나’ ‘대학이 저런 식으로 운영될 수 있구나’ 하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대학이든 아니든 학교를 설립하려면 반드시 교지(땅)와 교실(건물)이 확보되어야 한다. 그런데 미네르바 스쿨은 그런 부동산이 없다. 디지털 교육과 글로벌 교육의 절묘한 조합, 그리고 문제 지향적이고 맞춤형 학습 지향적인 교육은 참 부럽다. 그리고 정말 부러운 것은 소위 에듀테크(edutech)라고 하는 디지털 교육기술이다.

 

그 동안 교육개혁에 대해 수없이 이야기해 왔지만, 그 변화의 속도는 지지부진했다. 그러나 이번 코로나19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우리 모두는 개혁의 소용돌이 속에 들어와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CEO 나델라(Satya Nadella)는 지난 4월 30일 사내 연설에서 “지난 2개월 동안 2년 치에 해당하는 디지털 변혁을 이루었다”고 했다. 그런데 우리 교육계에 미친 영향은 2년 치 이상인 것으로 생각된다. 이런 사태가 없다면 우리나라 각급 학교 모든 학생이 온라인 강의를 경험하기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리겠는가? 아마 10년 아니 요원한 일일지도 모른다.

 

필자도 이번 학기 내내 결국 온라인으로 수업을 했다. 원래는 오프라인으로 해야 하는 수업을 말이다. 처음에는 학생들의 불만이 많았다. 리포트를 내면서도 “코로나 사태가 풀려 교실에서 만났으면 좋겠어요.” 하는 이야기들을 많이 썼다. 그런데 이제는 나름 재미있고 장점이 많다고 한다. 교수도 학생도 다양한 방법을 개발했고, 보완책을 마련한 것이다. 필자는 직장인인 경영대학원생들을 가르치고 있는데 이들은 이제 아무 장소에서나 강의를 듣고 교수나 동료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너무 좋아하고 있다.

 

미네르바 스쿨이 보여준 시도도 정답일 수 없다. 겨우 시작이고 하나의 시도일 뿐이다.  어떤 혁신이 어떻게 일어날지 모른다. 교육에서 그리고 다른 곳에서 말이다.              

 

choyho@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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