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장수 화성시보건소장이 코로나19 대응 시스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화성신문
|
“화성시에 첫 확진자가 발생했던 2월 26일은 대구와 경북지역에서 이미 코로나 확진자가 천 명을 넘어선 때였어요. 선제적인 조치로 1월부터 코로나19 재난대책본부를 운영하고 있었지만 솔직히 많이 놀랐습니다. 초창기에 비해 지금은 확진자 발생 시 역학조사 완료까지 걸리는 시간도 크게 단축되고, 접촉자 검사 및 관리도 신속하게 잘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인력 충원과 시스템 확충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올 가을과 겨울에 코로나19 대유행이 온다고 하지만 화성시는 잘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믿습니다.”
김장수 화성시보건소장은 코로나19 첫 확진자 발생 때의 느낌과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심경을 이렇게 표현했다.
김 소장은 서울보건대(현 을지대)를 졸업하고, 1990년 3월 경기도에서 보건직 공무원으로 공직에 첫발을 내딛었다. 의·약무관리팀장, 응급의료팀장 등을 거치며 27년간 경기도민의 건강 증진을 위해 노력해 오다 2017년 개방형 직위 보건소장 공모에 응모, 그해 8월부터 고향인 화성시와 공직 인연을 맺게 됐다.
화성시보건소는 3개과(보건행정과, 건강증진과, 감염병관리과), 동부·동탄·여울 등 3개 도시형보건지소, 11개 농촌형 보건지소, 12개의 보건진료소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총 인력은 130명이다.
코로나19에 대응하는 화성시의 시스템이 어떤지 궁금했다.
“화성시는 화성시장이 본부장인 재난안전대책본부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시청 내에 코로나19 상황실을 운영하고 있고, 보건소에는 방역대책반을 운영하며 확진자 및 자가격리자 관리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8월 10일자로 1과 3팀 조직을 갖춘 감염병관리과가 보건소에 신설됐습니다. 코로나19 전담 조직이죠. 확진자가 발생하면 방역대책반 실무팀은 심층역학조사팀, 현장조사팀, 방역소독팀, 접촉자관리팀 등과 연계해 역학조사에 나섭니다. 또 해외입국자 관리를 위해 해외입국자 조사팀과 자가격리자 모니터링팀, 자가격리 키트 배부팀을 운영하고 있고요. 필수 법정 업무를 제외하고 전 직원이 코로나19 대응에 매달리고 있는 실정입니다.”
일선에서 코로나와 싸우는 방역 관계자들이 힘들어하는 점은 무엇일까.
“동선 조사에 협조 안 하는 확진자도 있고, 거짓말하거나 소리 지르는 사람도 있어요. 직원들이 우는 모습을 여러 차례 봤어요. 가슴 아프죠. 진술을 번복하며 고생을 시키기도 합니다. 힘들게 확진자 역학조사를 마치고 나면, 확진자 동선에 대한 민원 전화로 직원들이 또 곤욕을 치릅니다. 해외입국자 관리도 힘들어요. 9월 17일 기준 8,947명입니다. 가장 힘든 점은 자가격리자 관리가 아닐까 합니다. 자가격리 관리대상자가 한동안 1,000명이 넘을 때가 있었어요. 정말 많은 애로사항들이 있었습니다.”
김 소장은 보건소 직원들이 ‘캄보디아 왕자’라고 별명지어 준 해외입국자가 유달리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자가격리 중이던 20대 중반 캄보디아 남성이 배가 아프다고 해서 구급차로 선별진료 의료기관으로 이송시켜 진료를 받게 했어요. 단순 장염이라고 약처방을 받아서 돌아왔지요. 다음 날은 머리가 아프다고 전화를 해서 또 응급실로 이송시켰습니다. 검사해 보니 특별한 이상이 없었어요. 그런데도 매일 머리가 아프다, 배가 아프다고 전화하며 직원들을 힘들게 했어요. 그런데 2주 자가격리 기간이 끝난 이후에는 아픈 증상들이 씻은 듯이 사라졌다고 합니다. 아마 좋지 않은 환경에서 혼자 자가격리돼 있는 것이 싫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인구 85만 명의 화성시는 인구가 더 많은 인근 지자체들에 비해 확진자수가 상대적으로 적다. 그 이유를 어디서 찾을 수 있을지 궁금했다.
“화성시는 경기도 31개 시군 중에서 다섯 번째로 인구가 많은 도시입니다. 수원시, 고양시, 용인시, 성남시 다음이죠. 확진자수는 9월 17일 0시 기준 31개 시군 중에서 열아홉 번째예요. 인구수에 비해 상대적으로 확진자 발생이 적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집단 감염으로 이어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확진자 발생 시 신속한 역학조사와 접촉자에 대한 철저한 관리도 감염 확산 차단에 중요한 역할을 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각 기관 및 시설들의 방역수칙 준수와 화성시민의 개인 위생수칙 준수도 큰 역할을 했을 테고요.”
화성시는 28개 읍면동으로 이루어진 도농복합도시다. 도시와 농촌, 어촌, 산간지역이 혼재돼 있다. 어떤 특징들이 있고, 또 보건정책에서 개선돼야 할 점은 무엇이 있을까.
“화성시는 인구증가율이 전국 1위입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많아 근로자 수도 많습니다. 동탄신도시 등 도시지역은 대량 인구 유입으로 인해 영유아와 장년인구수가 많고, 서남부권의 농어촌 지역에는 고령인구 비율이 높다는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화성시에서는 권역별 인구 특성, 건강 수준, 보건 인프라, 주민 요구 등 다양한 현황 분석을 통해 지역 여건에 맞는 맞춤형 보건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화성 서남부권의 경우에는 보건 수요에 비해 의료 인프라가 부족해 보건기관의 역할 강화가 필요합니다.”
▲ 김장수 화성시보건소장(사진 중앙)이 동탄 선별진료소에서 직원으로부터 애로사항을 듣고 있다. © 화성신문
|
인구 85만 명인 화성시에는 현재 보건소가 하나 있다. 인구가 화성시보다 적은데도 보건소가 두 개 있는 지자체도 있다. 보건소 숫자 확충에 대한 의견이 궁금했다.
“화성시는 급격한 인구 증가와 서울시의 1.4배나 되는 광활한 면적으로 지리적 특성 및 인구 사회학적인 격차가 심한 지역입니다. 공공의료서비스 체계 재정립을 통한 시민의 의료 접근성 불편 해소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는 게 현실입니다. 보건소 1개소로 이 많은 인구와 넓은 지역을 커버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습니다. 인구 감안하면 두 개 정도는 추가 설치돼야 합니다. 올해 초에 보건복지부와 행정안전부에 보건소 두 개 추가 설치를 건의한 바 있습니다. 건의 사항이 반영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을 좌우명으로 삼고 있다는 김 소장은 리더가 갖춰야 할 덕목으로 서번트 리더십(Servant Leadership)을 강조했다. 솔선수범하는 리더가 조직 구성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할 수 있다는 믿음에서다.
“리더가 솔선수범하면 구성원들은 따르게 돼 있습니다. 존경하는 마음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구성원들이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리더의 몫입니다. 한 말에 대해서는 반드시 약속을 지키고, 실수를 하면 책임지는 자세로 업무에 임하고 있습니다. 부족한 사람인데도 직원들이 잘 따라와 주니 고맙지요.”
김 소장은 덕, 신의, 약속이라는 세 단어를 가슴에 품고 있다고 했다. 김 소장이 힘든 상항에서도 내색하지 않고 묵묵히 업무에 임하는 직원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8개월째예요. 코로나19 대응에 다들 얼마나 지쳐 있을까 안쓰러운 마음입니다. 대견하고 자랑스럽죠. 직원들 방에서 간간이 웃음소리가 들릴 때면 저는 코끝이 찡해집니다. 코로나 사태가 조만간 종식될 것 같지 않아 걱정입니다. 추석 연휴가 지나고 나면 계절 인플루엔자 발생과 함께 확진자도 증가할 수 있어서 긴장을 늦출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직원들이 건강을 잃지 않아야 할 텐데…. 힘든 상황들을 헤쳐 나왔으니 앞으로 어떠한 상황이 발생해도 잘 대처해 나갈 수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화성시민들께는 외출 자제, 외출 시 마스크 착용, 사람 간 2미터 이상 거리두기 등 감염병 대응 수칙을 잘 지켜주실 것을 당부 드립니다.”
김중근 기자 news@ih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