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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화호에 생명을, 주민에겐 희망을
우음도 당제를 가다
 
최대호 기자 기사입력 :  2008/03/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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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논리에 곧 사라질 수밖에 없는 화성시 송산면 어느 조그만 마을. 소 두 마리가 누워있는 형상을 지닌 데다 소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해서 우음도(牛音島)라 불리는 그 마을에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지난 주말, 우음도를 사랑하고 우음도의 예정된 실종을 안타까워  하는 이들이 곳곳에서 찾아왔다. 150여 년 전부터 전통적으로 내려오던 당제가 그들을 불러 모았다.<편집자주>

우음도 당제로 하나 된 마을 공동체
액운 떨치고 오방색 천에 소원 빌어

   
화성시 송산면 고정리에 속한 우음도에서 지난 14일과 15일 양일 간 ‘우음도 생명희망당제’가 열렸다.

화성연안문화환경연대(윤영배 대표)가 주최하고 우음도주민대책위원회와 화성문화원이 주관한 이번 당제는 시화호로 인해 잊혀 질 위기에 처한 우음도의 정체성과 마을공동체 확립을 위해 마련됐다.

우음도 당제는 도당에 모신 할아버지와 할머니 신에게 마을주민들의 안녕과 풍어를 기원하는 제사로 우음도에 마을이 형성되면서부터 시작된 전통 세시풍속이다.

14일에는 당제에 앞서 마을 주변 청소를 끝내고 당주와 마을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본당치성을 드렸다. 이어 마을주민들과 함께 도당을 모신 당주집에서 부정을 쫓아내는 굿을 밤새 가졌다.

밤샘 부정굿에 이어 15일 오후 군웅당에서 시작된 당제는 재석굿, 대광굿, 군웅굿, 신당굿 등 주요무형문화재들의 굿 재현과 함께 참가자들이 직접 무의를 입고 굿판을 체험하는 무감이 진행됐다.

   
다른 한쪽에서는 오방색 천에 소원을 적어 나무에 묶는 소망 빌기 행사가 열렸다.
소망 빌기 행사에 참여한 주민 신석준(75)씨는 “소원이야 참 많지요. 개인적인 소원과 마을 전체를 위한 소원 그리고 국가적인 소원 등 너무 많아서 그냥 ‘소원성취’라는 글귀를 적었지요”라고 말했다.

군웅당 굿이 끝난 후 참석자들은 11년 전 폐교된 우음분교에 모여 난장식의 마을잔치를 가졌다.

우음도 주민들을 비롯해 출향인사 등 150여명이 참석한 이날 당제에서 참석자들은 주민들이 마련한 음식을 함께하며 그간 나누지 못했던 이야기꽃을 피우기도 했다.

화성연안문화환경연대 윤영배 회장은 “우음도 주민들의 정신적 문화주체인 당제를 통해 마을 공동체를 이어가야 한다”며 “우음도를 아끼는 이들과 함께 매년 당제 열어 시화 방조제로 인해 사라져간 문화를 이어 전통을 고수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우음도는 지난 13일 고시된 송산그린시티 개발계획에 포함된 상태지만 주민들의 요구로 생태공원으로 계획되면서 당집이나 굿당은 보전될 예정이다.

◆우음도 가는 길-딴 세상으로 이어 지는 길

   
전국에서 가장 맛있는 포도 생산지로 유명한 화성시 송산면.
도로 양 옆 옹기종기 모여 있는 마을들 사이로 펼쳐진 포도밭들을 수없이 지나치다 보니 공룡모양을 한 장승이 나타났다. 그곳부터는 비포장도로다.
차 창 밖 풍경은 새로움 그 자체였다. 우리나라에서 찾아보기 힘든 진풍경이었다. 드넓게 펼쳐진 대지 위에 지난겨울을 참고 견뎌낸 갈대숲이 손님을 반기듯 흩날리고 있었다.
그 곳은 14년 전만해도 바다였다. 시화호 방조제가 만들어 진 이후 육지로 변했다. 아직도 희끗희끗한 소금기가 눈에 보이는 바닥에서 솟아나온 갈대. 갈대 숲 저 멀리 작은 산이 보였다. 그 길을 따라 3km 가량 가면 우음도다. 소 두 마리가 포개진 모양과 비슷한 모습이다.

◆당제의 유래와 위기
지난 14일과 15일 우음도에서 생명희망 당제가 열렸다. 당제는 섬 주민들의 안전과 풍어를 기원하는 제사다. 우음도는 원래 섬이었다. 시화호 방조제가 만들어지면서 이곳은 육지로 변했다. 어로생활이 전부였던 주민들 중 일부는 생업을 포기하고 하나 둘 떠나기도 했다. 그러나 당제는 지금가지 이어졌다. 마을재정이 허락할 때 마다 2~3년 주기로 열렸다.
풍어와 안선을 기원하던 이 제사는 150여 년 전 이곳에 사람들이 정착해 살기 시작한때부터 계속됐다. 언제부턴가 마을 전체의 잔치가 돼 버렸다.
그런데 이젠 조그만 마을조차 사라지게 됐다. 곧 있으면 이곳에 송산그린시티라는 54.69㎢에 달하는 거대도시가 생기기 때문이다. 개발로 인해 150년간 살아온 마을 을 떠나야 한다.
버스도 다니지 않던 이곳에 며칠 전 마을버스가 다니게 됐다. 그러나 주민들의 얼굴은 어두웠다. 그 마을버스를 언제까지 탈 수 있을지 몰라서다.
그러나 주민들은 희망을 놓지 않았다. 우음도를 사랑하는 이들이 모여 전통문화로써의 당제를 이어가기로 했다.

◆성스러운 우음도 당제
   
우음도 당제는 음력 정월대보름에서 2월 그믐 안에 열리는 연 중 가장 큰 마을행사다.
특히 고깃배의 안전과 풍어를 기원하는 제사이니 만큼 가장 신성시돼 왔다. 때문에 당제를 치룰 날자가 정해지면 소, 닭 등 가축은 물론 짐승까지도 마을 안에서 일체 살생이 금지된다.
달거리 하는 여성도 마을 밖으로 나가야만 한다. 해마다 당주집이 바뀌는데 당주로 정해지면 부부간에 잠자리도 해서는 안 된다. 이는 당제가 얼마나 신성시 여겨지고 있는가를 보여준다.
주민들로부터 모은 돈으로 굿을 지내고 떡, 김치 등 당제에 필요한 음식도 마을주민들이 자발적으로 기부한다.
각시당과 안산당을 들러 제를 지내고 당제의 중심 장소인 군웅당에서 울타리를 치고 뱃기를 세운 채 안선과 만선을 기원하며 굿판을 벌인다. 그 후 뱃기를 가지고 배에 세우며 축원을 빈다. 이 당제는 과거 3년에 한번 꼴로 2박3일 간 열렸다.



<인터뷰 화성연안문화환경연대 윤영배 대표>

마을 공동체에서 탄생한 우리문화 계승돼야

   
“우음도에는 예로부터 물 흐르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그만큼 풍요로운 곳 이었죠. 화성 연안의 소소한 전통문화가 점차 사라지고 있지만 우음도 당제만큼은 지켜내야죠”
화성연안환경문화연대 윤영배 대표는 송산그린시티 개발로 인해 곧 사라질 우음도에 대한 아쉬움이 누구보다 크다.

우음도가 바로 윤 대표가 나고 자란 고향이기 때문이다. 그가 화성연안문화연대에 몸담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시화호 방조제 등 간척사업으로 인해 생업을 잃고 삶의 터전마저 잃어야 하는 이들의 공동체를 유지시키고 소소한 주민문화를 챙기는 역할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개발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이곳을 떠나야 하지만 정신적인 문화는 살려야 합니다. 정신문화는 마을 공동체가 뿔뿔이 흩어지지 않게 하는 매개체이니까요”

죽음의 호수를 살리는 ‘생명’과 주민들의 미래를 담은 ‘희망’이 윤 대표가 말하는 우음도 당제의 핵심 키워드다.

“우음도가 비록 송산그린시티 개발계획에 포함됐지만 우음도는 생태공원으로 거듭나게 됩니다. 앞으론 매년 당제를 열어 지역 세시풍속을 이어 나가야죠”

그는 앞으로도 우음도를 중심으로 생명 희망 당제를 지속적으로 이어나갈 계획이다.
신외리 당제와 어도당제 등 주변에서 계승돼 온 전통이 뿌리를 잃고 쇠퇴했지만 우음도 당제만은 꼭 지켜 내겠다는 다짐이다.

윤 대표는 “당제를 통해 과거에도 그랬듯이 풍어와 만선, 그리고 안선을 기원하는 전통의 맥을 잇는 것이 곧 변화가 들이닥칠 고향을 위한 최소한의 선물”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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