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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호교수의 Leadership Inside 152]
까다로운 사람 설득하기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21/03/08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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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호 아주대학교 명예교수·수원시평생학습관장     ©화성신문

광고대행사에서 일을 하고 있는 Y씨는 고객을 만나는 것이 두렵다. 광고대행이라는 것이 근본적으로 남의 일을 해주는 것이다 보니 고객의 요구를 맞추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도 가끔은 Y씨의 입장을 생각해주는 사람이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고객은 까다롭다. 고객이 요구하는 안을 만들어 갔는데도 아니라 하고, 비용을 낮추어주었는데도 불만인 경우가 많다.

 

그래도 여러 해를 거듭하다 보니, Y씨는 나름 노하우가 생겼다. 과거에는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여 비교적 자세한 안을 가지고 갔었는데 이제는 고객과 만남 이후에 개략적인 아이디어만 가지고 가서 고객들과 이야기를 많이 나눈다. 과거에 자신들이 자세한 안을 가져갔을 때 고객은 항상 평가자의 입장에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고객들과 작품을 같이 만들게 되고 공동으로 주인의식을 갖게 되었다.  

 

사람을 만나는 것이 두려운 것은 Y씨만이 아니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학생 B씨 또한 마찬가지다. B씨는 커피숍에서 일을 하는데 사장님 보기가 두렵다. 사장님이 워낙 까다로운 사람이라 그 커피숍에서 사장과 아르바이트생들 사이에 항상 긴장 관계가 있다. 그래서 아르바이트 학생들이 자주 바뀐다. 사장이 예민해하고 화를 내는 점은 정리정돈이다. 조금이라도 물건이 제자리에 없거나, 삐뚤어져 있으면 화를 낸다. B씨가 보기에는 아무것도 아닌 일인데 말이다.

 

B씨는 시간을 내어 사장님과 대화를 나누었다. 알고 보니 사장님은 공장에서 일한 경험이 있었다. 거기에서 정리정돈의 중요성을 배웠으며, 정리정돈이 잘 안 되어 큰 사고를 당할 뻔 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게다가 사장님은 요즘 젊은이들이 책임감이 부족하고, 규율이 없다고 한탄을 하고 있는 것도 알았다. 그래서 정리정돈을 통해 아르바이트생들을 통제하려 하고 있는 듯 했다. B씨는 사장님의 그런 생각과 우려에 충분히 공감을 했다. 그러면서 아르바이트 생들은 항상 시간에 쫒기다 보니 정리정돈에 많은 시간을 쓰기가 어려운데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지 사장님에게 물었다. 사장님은 B씨에게 방법을 찾아보라고 했다. B씨는 하루 한번 집중적으로 정리정돈하는 시간을 갖는 방안과 손님들도 정리정돈에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했다. 사장님은 B씨의 아이디어를 받아들였다. 

 

내 입장을 잘 받아들이지 않고 까다롭게 구는 사람들은 어떻게 설득하는 게 좋을까? 일단 첫 번째로 할 일은 ‘설득’을 잠시 내려놓아야 한다. 상대가 까다로운 사람인데 그들 설득하려 들면 그는 더욱 까다로워진다. 까다로운 사람은 설득당하는 것 자체를 싫어하기 때문이다. ‘남들이 하라고 해서’ 또는 ‘남의 꼬임에 넘어가서’ 이런 걸 싫어한다. 설득을 해야 하는데 설득을 내려놓고 무엇을 하란 말인가?

 

상대의 프레임(논리구조)을 파악해야 한다. 상대가 어디에 꽂혀있는지, 무엇 때문에 거기에 집착하는 지, 어떤 것을 특별히 싫어하고 왜 그러는지, 그것을 알아내고, 최대한 공감을 해야 한다. 상대의 생각이 편견일수도 있고, 오류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사람의 경험 범위에 있어서는 그것이 ‘진리’라고 생각해야 한다. 

 

그런 다음엔 요청이나 제안이 아니라 질문을 하는 게 좋다. 영어로 If...then 질문이다. “이런 경우에는 어떻게 하면 될까요?” 하고 묻는 것이다. “정리정돈을 열심히 하고 싶은데 시간에 쫒기는 아르바이트생들이 좀 쉽게 할 수는 없을 까요?”라든지 “회사 이미지를 좀 젊게 가져가는 것은 절대적으로 필요한데 실제로 돈을 쓰는 사람들은 나이가 든 사람들인데 이들은 어느 정도로 고려해야 할까요?” 하는 식으로 말이다.

 

까다로운 상대의 프레임을 파악하는 것과 함께 활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방법이 함께 식사자리를 갖는 것이다. 소위 오찬효과(luncheon effect)라고 하는 것으로서 사람들이 식사자리를 갖게 되면 서로 우호적인 관계를 갖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러시아 출신 미국인 심리학자 그레고리 라즈란(Gregory Razran) 교수가 일찍이 1938년에 제시한 것으로서 그 후 많은 연구에서 입증이 되었다. 사실 식사효과는 한국인들은 고래로부터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래서 우리는 “밥 한번 먹읍시다”라는 말을 달고 사는 게 아닌가. 

 

그런데 요즘같이 사회적 거리를 유지해야 하고 함께 식사하는 것이 어려울 때는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식사가 아니더라도 상대방이 나를 떠올리면 좋은 연상을 할 수 있도록 하면 된다. 격려의 글을 올리거나, 경조사를 챙겨주거나 하는 것 말이다. 사실 까다로운 사람에게만 설득이 어려운 것일까? 설득은 모두에게 어려운 것이다. 상대방에 투자한 만큼 얻어오는 게 아닐까?

 

choyho@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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