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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호교수의 Leadership Inside 154]
비주류가 이기는 길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21/03/22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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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호 아주대학교 명예교수·수원시평생학습관장     ©화성신문

콘크리트 자체로 마감 처리된 건물을 보게 된다. 일본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에게서 비롯된 건축기법이다. 그는 철근 콘크리트로 건물 지지도하고 외장도 하며 내장도 한다. 다만, 콘크리트가 단단하게 양생되어 있어 미끈하고 예쁘다. 우리나라에도 제주도 피닉스 아일랜드 유민박물관, 오크밸리 뮤지엄 산, 서울 혜화동 JCC크리에이티브센터 등 안도 다다오의 작품이 다수 있다. 그의 작품이 노출 콘크리트로만 유명한 것이 아니다. 그는 물 위에 십자가를 만들어 반 노천 교회를 만들기도 하고, 지하에 미술관을 짓기도 하고, 가파른 경사를 이용하여 계단식 주거단지를 만들기도 한다. 안도 다다오는 이런 독창성을 인정받아 1995년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받았다.

 

그런데 안도 다다오는 고졸 출신의 독학파 건축가다. 집안 형편도 넉넉하지 않았고 공부에 취미도 없고 하여 그는 복싱이나 해 볼까 했다. 그런데 웬걸 본인이 복싱에 소질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고2였는데 1개월 훈련 후 프로자격을 딴 것이다. 그리고 태국 원정 경기까지 치르게 되었다. “세계 챔피언이 되어야지” 그는 꿈을 꾸었다. 그런데 당시 인기 있던 진짜 세계 챔피언 하라다 선수의 경기를 보고는 복싱선수의 꿈을 접었다. 펀치력이나 스태미나가 장난이 아니었다. 자신은 잽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권투 도장을 나와 그는 전전긍긍했다. 그러나 자신이 어렸을 때 목공소나 철공소 같은 데 들러 재미있게 물건을 만들었던 기억을 살리고는 ‘건축을 해 볼까?’ 하는 마음을 품었다. 그리고는 건축 관련 책을 읽기 시작했다. 어렵게 구한 현대 건축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르 코르뷔지에 책도 독파했다. 그리고는 유럽을 7개월 동안 여행하면서 책에 나오는 건물들을 직접 현장에서 보고 학습했다. 대학은 물론 다니지 않았으며 누가 옆에서 가르쳐 준 사람도 없었다. 안도는 문자 그대로 독학(獨學)을 했다. 그렇게 하여 29살에 건축 사무소를 차렸다.

 

건축사가 되었으나 수주를 하는 것이 문제였다. 그는 대학을 다니지도 않았고 기존 건축계와는 아무 연결이 없기 때문에 인맥이 제로였다. 그는 우연하게 오사카 스미요시에 헌 주택을 허물고 재건축하는 일을 맡게 되었다. 콘크리트 박스형 건물을 여기서부터 짓기 시작했다. 그것은 파격이었다. 이 건물이 건축 잡지에 실리게 되고 주목을 받았다. 그 때부터 안도는 프로젝트를 하나하나 개척하기 시작했다.

 

건축계의 비주류이며 이단자인 안도 다다오가 성공한 이유는 무엇인가? 물론 그의 독창성이 큰 몫을 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보다 더 큰 이유가 있다. 그는 프로젝트가 생기면 그 프로젝트 하나에 철저히 몰입하고 끝까지 책임을 진다는 것이다. 대체로 건축가나 건설업자들이 건물 지을 때는 건축주들에게 잘 하지만 그 후는 ‘나 몰라라’ 한다. 건축주들은 그래서 건물의 사후 관리 때문에 두고두고 속을 썩는다. 안도 다다오는 그런 일이 없게 한다. 그러니 한번 프로젝트가 끝나면 다음번 그리고 그 다음번 프로젝트가 계속 나오는 것이다. ‘창조적인 건축가가 A/S까지 철저히 해준다!’ 이 만큼 매력적인 게 어디 있단 말인가. 

 

일본전산은 소형 모터를 만드는 회사이다. 이 회사는 후발로 출발하여 거래처 확보하기가 어려웠다. 아무리 좋은 모터를 개발해서 고객을 찾아 가더라도 고객들은 기존 업체를 바꿀 생각을 하지 않았다. 기존 제품은 이미 입증이 된 것인데 신제품은 아무래도 위험이 따른다. 그리고 기존 거래처들 하고는 인간관계가 형성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본전산 직원들은 고객을 찾아가서 “해결하지 못한 어려운 일, 골치 아픈 일이 있으면 우리에게 숙제를 달라”고 부탁했다. 지속적으로 찾아가서 이런 말을 하니 나중에는 숙제를 주기 시작했다. “크기를 줄여라.” “소음을 없애라” 같은 요구가 나온 것이다. 고객이 요구한 만큼은 아니지만, 일본전산은 최선을 다했다. 결국 고객들은 거래처를 바꾸기 시작했다.

 

비주류나 후발자가 이기는 방법이 무엇일까? 주류는 배경이 좋다보니 그 배경에 편승해서 쉽게 일을 하려 한다. 문제가 생기면 사람을 찾아서 무마하려 하고, 사람을 찾아 부탁하려 든다. 그런데 그런 배경이 없는 비주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스스로 철저히 일을 하고 실력을 보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열심히 해서 좋은 물건만 만들면 된다고 생각하면 그것도 안 된다. 누구를 위한 것인가가 확실해야 한다. 자신의 능력이 한계가 있기 때문에 우선 소수를 타깃으로 잡아야 한다. 그리고선 그 소수를 철저히 만족시켜야 한다. 그리고는 끝까지 책임지는 것이다. “이 사람, 좀 된다 하니 사람 달라졌어.”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안 된다. 공자님이 말씀하셨다시피 가까이 있는 사람을 만족시키면 먼데 있는 사람이 찾아온다(近者悅 遠者來).

 

choyho@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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