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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활동 기간 1년 연장, 우리에겐 그림의 떡이죠”
베트남 외국인 근로자들, “출국도 못하고 취업도 못하고…”
인력난 겪는 화성시 中企 대표, “어설픈 탁상행정 기가 막혀”
 
김중근 기자 기사입력 :  2021/04/16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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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에서 자동차용 부품을 생산하는 AB대표는 최근 희비(喜悲)를 동시에 경험했다. 희는 기쁨이었고 비는 절망이자 분노였다.

 

B대표는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지난 3월 국회에서 통과돼 413일 공포시행됨에 따라 뛸 듯이 기뻤다. 법률 개정안이 코로나19로 인해 인력난을 겪는 중소기업을 위해 외국인 근로자의 체류 및 취업활동 기간을 1년 연장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B대표는 좌절과 동시에 분노를 느꼈다. 1년 연장 조치가 자신의 회사에서 근무하던 외국인 근로자들에게는 해당이 되지 않기 때문이었다.

 

1년 연장 조치의 대상이 되는 외국인 근로자는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외국인 근로자(비전문취업 E-9, 방문취업 H-2), 개정법 시행일인 413일부터 1231일 내에 취업활동 기간(3년 또는 410개월)이 만료되는 외국인 근로자다. 정부는 이번 연장 조치 대상이 되는 외국인근로자가 최소 7128명에서 최대 114,596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A사에 근무하는 외국인 근로자 6명 중 2명은 체류기간이 지난해 91일자로 만기가 됐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8개월 째 출국을 하지 못하고 있다. 본국인 베트남이 코로나 예방을 위해 자국으로의 입국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베트남의 입국 금지 조치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한국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는 중소기업 인력난과 베트남 현지 상황을 감안, 처음에는 체류와 취업할 수 있는 기간을 50일 연장해주었다. 하지만 코로나 정국이 장기화되면서 그 50일 안에도 출국을 하지 못하게 됐다. 현재 체류기간은 연장해주고 있지만 취업은 금지하고 있다.

 

출국도 못하고 취업도 못하는 붕 뜬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그렇게 어정쩡한 상황에 처한 지 8개월째다. 현재 코로나로 인해 발목이 잡힌 A사 외국인 근로자 2명은 B대표의 배려로 원룸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있다.

 

잔뜩 기대하고 있었는데 실망이 크죠. 그림의 떡이니까요. 우리 회사 베트남 외국인 근로자 두 명은 처음에 3년 근무한 후 110개월 연장했어요. 410개월 되면 일단 출국해야 해요. 그리고 다시 입국해서 재취업하면 4년을 더 근무할 수 있어요. 그 두 사람 취업기간 만료일이 지난해 91일이었어요. 출국도 못하고 취업도 못하는 상황이 된 거예요. 아파도 병원에 못 가요. 우리나라에 세금 내고 건강보험료도 다 냈는데 말입니다. 나가기 싫어서가 아니라 비행기가 뜨지 않으니 못 나가는 거잖아요. 그런데도 취업도 못하고, 건강보험도 안 돼 아무 혜택을 받을 수 없는 거예요. 얼마나 기가 막힌 노릇입니까.”

 

A사의 두 베트남 외국인 근로자 같은 상황에 놓인 베트남 근로자들이 우리나라에 어디 한둘일까. 두 베트남 외국인 근로자는 지난해 10월과 11, 올해 1월과 3, 이렇게 네 차례나 출국이 연기됐다. 현재 56일 비행기를 예약해 놓은 상태지만 지금의 코로나 확산 분위기로 봐서는 희망이 없어 보인다.

 

취업을 못하면 그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 갈 곳도 마땅찮은 사람들인데. 그러니까 저 같은 중소기업 사장들이 숙식을 해결해주고 그런단 말예요. 그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얼마나 인권침해겠어요.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사회적인 문제가 될 수도 있어요. 합법적으로 취업을 할 수 있어야 정당하게 취업하고 돈 벌어서 스스로 숙식도 해결할 수 있을 거 아녜요. 그런데 취업을 못하도록 막아놨으니.”

 

B대표의 처절한 목소리에는 분노가 섞여 있었다.

 

제가 볼 때는 출입국사무소 따로, 고용노동부 따로, 국회 따로, 지금 이런 형국이에요. 입법 활동이나 행정 활동이나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고 진행해야 하잖아요. 전형적인 탁상행정이죠. 더 세심한 곳까지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줘야죠. 정말 안타까워요. 설령 법을 또 개정한다고 하더라고 적어도 몇 달은 걸리잖아요. 답답할 뿐이죠.”

 

김중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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