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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호교수의 Leadership Inside 164]
마의 벽은 어떻게 깨지나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21/06/07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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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호 아주대학교 명예교수·수원시글로벌평생학습관장     ©화성신문

스포츠 기록경기에서는 기록이 계속 갱신되고 있다. 그러다가 도저히 이 기록은 깰 수가 없다고 하는 한 지점이 나타난다. 육상에서 1마일 달리기가 그랬다. 1마일은 1.6Km로서 400m 트랙을 네 바퀴 도는 거리이다. 1923년 핀란드의 파보 누르미가 4분 10초를 조금 넘기는 기록을 세운 뒤 이 기록은 조금씩 당겨지면서 1945년 스웨덴의 군데르 하그에 의해 4분 01초 3까지 내려갔다. 그런데 그 후가 문제였다. 수많은 사람이 도전하였으나 4분을 돌파할 수는 없었다. 4분이 인간의 한계라고 느껴졌다. 그래서 ‘마의 벽 4분’이 된 것이다. "만약 1마일을 4분 안에 뛴다면 인간의 심장이 견디지 못하고 파열할 것이다."라고 생각들 했다.

 

그런데 1954년 5월 6일 그 마의 벽이 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옥스퍼드 대학교 이플리로드 트랙에서 당시 25세 옥스퍼드 의대생인 로저 배니스터(Roger Bannister)가 이 기록을 깨버린 것이다. 3분 59초 04가 그의 기록이었다. 배니스터는 마의 벽이라는 말 자체를 믿지 않았다. 자신은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4분벽을 깨고 우승하는 장면을 계속 머릿속으로 그리면서 연습을 했다. 말하자면 이미지 트레이닝을 한 것이다.

 

이런 일이 있은 후 희한한 일이 벌어졌다. 1945년 이후 9년 동안 아무도 성공하지 못했던 4분 돌파가 봇물처럼 쏟아졌다. 배니스터가 4분 벽을 깬 그 해(1954년)에 37명이, 그리고 그 후 2년 동안 무려 300명이 넘는 선수가 4분 벽을 거뜬히 넘어섰다. 기록은 1999년 3분 43초 13까지 내려갔다.

 

신경과의사로 봉직하고 지난 2018년 세상을 떠난 배니스터경은 이런 이야기를 남겼다. “당신이 하지 못한다고 이야기하면 맞습니다. 당신이 할 수 있다고 말하면 그것도 맞습니다. 선택은 당신에게 달려있습니다.”

 

기록을 깨는 것은 물론 어려운 것이다. 한계는 분명히 있다. 그러나 한계라고 생각하는 그것도 깨진다. 한계는 실제로 존재하기보다는 오히려 우리의 관념 속에 있다. 우리가 안 된다고 선을 그어 놓으면 안 된다. 많은 경우 우리는 선을 그어놓고 살고 있다. 코끼리를 길들이기 위해 어린 코끼리 한쪽 다리를 줄에 묶어 말뚝에 매어 놓는다. 그 코끼리는 처음에는 밖으로 나가려고 애를 쓰다가 이내 적응을 하고 말뚝 주변에만 머문다. 나중에 어른 코끼리가 되었을 때 발을 묶은 줄을 풀어주어도 그 코끼리는 말뚝 주변에만 맴돈다. 소위 ‘코끼리 말뚝이론’이다. 

 

그러나 누군가 한 사람이 말뚝을 벗어나거나 마의 벽을 깨게 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벽을 깨는 경우를 보게 되면 우리 두뇌 속에 있는 고정관념의 장벽도 허물어진다. 리더는 스스로 말뚝을 뽑아버리는 사람이 되어야 하고, 벽을 깨는 자가 되어야 한다. 에스키모에게 냉장고를 팔고, 맨발로 사는 아프리카인에게 신발을 파는 것과 같은 고정관념 파괴 말이다.

 

유럽에서는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줄곧 신호등과 표지판을 늘리고, 차도와 인도, 자전거 도로를 구분하는 작업을 해왔다. 불편이 있을 때마다, 사고가 있을 때마다, 규제는 늘어났고 도로 시스템은 복잡해졌다. 그러나 그것은 당연한 일이었고, 아무도 여기에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그러나 1980년대부터 네덜란드 북부지방에서 교통문제를 담당하던 한스 몬데르만(Hans Monderman)은 생각을 달리했다. “규제를 늘린다고 사고가 줄어들까?”

 

몬데르만이 자세히 관찰을 해 보니, 신호체계가 치밀해질수록 운전자는 신호에만 의존한 나머지 정작 운전을 부주의하게 하는 것을 알았다. 그는 과감하게 반대로 하기로 했다. 신호등과 표지판을 없애고, 도로와 공간을 모두가 함께 쓰게 한 것이다. 차도와 인도의 구분도 없앴다. 그랬더니 운전자와 행인들이 모두 주의를 기울이며 사고가 줄어들었다. 그래서 ‘공유공간(shared space)’이라는 프로젝트가 등장하게 되었다. ‘공유공간’은 기다렸다는 듯이 유럽 전역으로 퍼지고 있다. 네덜란드는 물론이고 독일, 영국, 프랑스, 스웨덴, 스위스 등으로 말이다.

 

하는 사업을 자세히 보라. 조직 내부를 들여다보라. 도처에 말뚝이 꽂혀 있을 것이고, ‘넘으면 큰일 난다’는 벽이 있을 것이다. 그 벽을 깨는 데는 단 한사람이 필요하다는 사실, 단 한 번의 성공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리더가 스스로 그 파괴자가 될 수도 있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리더가 그 파괴자를 발굴하고, 격려하고, 보호하고, 육성할 수도 있다. 배니스터나 몬데르만 같은 사람을 육성해야 하는 것이다. 철강왕 카네기가 신입사원 면접에서 노끈으로 묶인 박스를 풀게 했다. 저마다 재주껏 노끈을 풀려했는데 한 지원자가 이를 칼로 잘라버렸다. 카네기는 그 사람을 뽑았다. 벽을 허무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choyho@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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