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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호교수의 Leadership Inside 167]
상대가 나의 부탁을 들어주게 하려면
 
화성신문 기사입력 :  2021/06/28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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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호 아주대학교 명예교수·수원시글로벌평생학습관장     ©화성신문

필자가 관여하고 있는 모임에 M 총무가 있다. 그는 가끔 전화를 걸어와 상의를 한다. 가령, “다음 달 강사 섭외가 잘 안 되는데 어떻게 하면 좋겠는가?” 하고 물어온다. 그러면 필자는 어떻게 되었는지 자초지종을 물어 보고, 결국은 “그래. 내가 연락할게.”라고 대답하고 만다. 사실 M 총무는 필자에게 강사섭외를 부탁했고, 필자는 그것을 응한 것이다. 매우 자연스럽게 말이다. M 총무는 상대를 움직일 줄 아는 고수이다.

 

어느 디자인 회사 사장은 멋진 스케치를 만들어서 의상 제조사에 파는 일을 하고 있었다. 제조사의 스타일리스트를 만나 수없이 구매를 호소하였으나 자신들의 작품을 사 주지 않았다. 두고 가라는 이야기만 할 뿐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그래서 작전을 바꾸어 보았다. “저희가 디자인 스케치를 만들어 왔는데 어떻게 수정하면 좋겠습니까?” 하고 의견을 달라했다. 며칠 후 찾아갔더니 스타일리스트는 이것저것 여러 가지 의견을 주었다. 그 의견을 반영하여 스케치를 대대적으로 변경하였다. 그랬더니 제조사에서는 자신들의 스케치를 사기 시작했다. 데일 카네기 인간관계론에 나오는 사례이다.

 

상대방이 나의 부탁을 들어주게 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내가 원하는 걸 해달라고 하면 상대는 거부감을 보인다. 이런저런 핑계를 대고 못하겠다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나의 부탁을 들어주게 하는 방법은 내가 요구하고 싶은 것을 상대가 제안하게 하는 것이다. M 총무처럼 말이다.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스스로 생각해냈다고 여기도록 만들어라.”는 것이 인간관계의 대가 카네기의 조언이다.

 

어느 대학교 총장은 도통 직원들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 번은 전통적으로 오후 2시에 열리던 졸업식을 오전 10시로 바꾸라고 지시를 하였다. 전도가 창창한 아이들을 위한 행사는 태양이 지는 시간 보다 떠오르는 시간이 좋다는 이유에서였다. 직원들은 난색을 표했다. 오전 행사를 준비하려면 그만큼 시간이 빠듯했던 것이다. 총장을 설득할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 졸업식을 의미 있게 하기 위해 학생회 간부와 총장이 간담회를 갖도록 했다. 그 자리에서 지방출신 학생들의 건의가 있었다. 지방에 계시는 부모님들이 학교에 10시까지 오기가 어려우니 오후에 식을 거행해 달라고 말이다. 

 

총장은 고민하더니 졸업식을 오후 2시에 하되 좀 더 의미 있게 하기 위해 졸업식 특별연설 프로그램을 추가하기로 하였다. 이 방안을 총장은 ‘스스로’ 생각해 냈고, 직원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얻었다. 

 

아이들에게 부탁할 때도 마찬가지다. 손님이 온다고 아이들에게 집안청소를 하고, 심부름을 하라고 요청을 “그렇게 할게요.” 하고 선뜻 대답할 아이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럴 때 아이들 하고 의논을 하면 좋다. “애들아, 너희들 알다시피 오늘 손님이 오는데 엄마 혼자 할 수가 없거든 청소도 해야 하고, 편의점에 가서 음료수도 사와야 하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 이렇게 말이다. 그러면 아이들이 방안을 낼 것이다. 아이들이 별로 좋은 방안을 내지 않으면 엄마가 직접 부탁을 할 수가 있다. 그럴 때도 선택을 주어 뭔가 “내가 결정했다.”는 인식을 심어주어야 한다. “그럼, 하늘이는 슈퍼에 다녀올까? 신발장을 정리할까? 둘 중에 하나는 해주면 좋겠는데.” 이렇게 말이다.

 

직원들이 스스로 결정하게 하라 하면, 엉뚱한 답이 나오지나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이 있다. 물론 그럴 수 있다. 그럴 때는 송 사장이 쓰는 방법을 쓰면 좋을 것이다. 송 사장은 직원들의 의견을 구할 때 예를 들어준다. “임부장, 우리 직원들이 환경운동에 동참해주었으면 좋겠는데, 의견을 좀 수렴해 봐요. 개인 컵 사용하기라든지 잔반 안 남기기라든지 말이야. 방안은 많을 것 같아요.” 이렇게 말이다. 그러면 직원들은 사장이 제안한 예에서부터 생각을 하기 시작한다. 이것을 앵커링 효과(anchoring effect)라 한다. 

 

사장이 좀 심각한 부탁을 할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럴 때도 송 사장이 쓰는 방법을 쓰면 좋다. “노조위원장님, 이번에 회사 형편상 임금 인상이 어려운데 임금동결을 해달라고 부탁을 할 수는 없지만, 임금 인상은 그야말로 최소화 하고, 사내 복지를 좀 개선하는 쪽으로 생각을 해 보면 어떨까요? 화장실 비데 설치라든지, 안전복 지급을 늘린다든지 말입니다.” 이렇게 말이다. 

 

상대가 나의 부탁을 들어주게 하는 방법은 나의 부탁을 내가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이야기하게 하는 것, 이 이상의 방법은 없을 것이다.

 

choyho@aj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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